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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진보도 표심도 다 잡고 싶은 민주당의 ‘퀴어 딜레마’

지난 1일, 서울 시청 광장에서 열린 서울 퀴어문화축제에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더불어민주당 퀴어 퍼레이드 참여단'이란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지난 1일, 서울 시청 광장에서 열린 서울 퀴어문화축제에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더불어민주당 퀴어 퍼레이드 참여단'이란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1일 오후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을 출발해 도심을 한바퀴 도는 '퀴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퀴어(queer)'는 성소수자를 의미하는 영어단어로, 퀴어문화축제는 지난 2000년부터 해마다 개최되고 있다. [뉴스1]

1일 오후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을 출발해 도심을 한바퀴 도는 '퀴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퀴어(queer)'는 성소수자를 의미하는 영어단어로, 퀴어문화축제는 지난 2000년부터 해마다 개최되고 있다. [뉴스1]

알록달록 무지개색으로 물든 시청 광장에서 파란색 깃발이 눈에 띄었다. ‘더불어민주당 퀴어 퍼레이드 참여단’이라는 하얀 글씨가 파란 바탕의 깃발에 적혀 있었다. 지난 1일의 퀴어 퍼레이드엔 7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고 파란 깃발도 4.5km를 행진하는 내내 나부꼈다. 퀴어는 게이ㆍ레즈비언ㆍ트랜스젠더ㆍ양성애자 등 성 소수자를 일컫는 용어로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9일까지 ‘2019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참여한 행사는 아니었다. 당 지도부가 아닌 일반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지난달 13일부터 SNS를 통해 참가자를 모았다. 현장엔 청년 당원 중심으로 30여 명이 모였고, 현역 의원으론 유일하게 금태섭 의원이 함께했다. 금 의원은 볼에 무지개 페인팅을 한 채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까지 거리행진을 함께 했다. 한 당원은 “20주년을 맞은 퀴어 퍼레이드 역사상 민주당 깃발이 등장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금태섭 의원이 무지개 페인팅을 하고 서울 퀴어 퍼레이드에 참석해 행진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지난 1일, 금태섭 의원이 무지개 페인팅을 하고 서울 퀴어 퍼레이드에 참석해 행진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서울 도심 행진에서 참가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바지, 볼 페인팅, 망토 등 소수자 차별 반대를 상징하는 무지개 모양을 각자의 개성대로 표출한다.
 
당원들의 움직임에 민주당 내부에선 난처하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성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당의 이름으로 집단 행진을 하는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당원들을 주도적으로 모은 대학생 당원 김민석씨는 당으로부터 “공식적인 당의 행사가 아닌 점을 분명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게시글에 “본 참여단은 더불어민주당 공식기구가 아닌 ‘권리당원의 자발적 모임’입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성 소수자를 차별해선 안 되지만 당이 나서서 축제에 사람을 모집하는 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민주당 대학생 당원인 김민석씨가 낸 퀴어 퍼레이드 참가단 모집 공고문. 하단에 '본 참여단은 더불어민주당 공식 기구가 아닌 권리당원의 자발적 모임'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트위터 캡쳐]

지난달 13일 민주당 대학생 당원인 김민석씨가 낸 퀴어 퍼레이드 참가단 모집 공고문. 하단에 '본 참여단은 더불어민주당 공식 기구가 아닌 권리당원의 자발적 모임'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트위터 캡쳐]

진보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성 소수자 문제에서 주저하는 이유는 총선을 1년 앞두고 표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여론조사(전국 유권자 1002명 조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서울 퀴어문화축제에 대해서 ‘좋지 않게 본다’(50%)는 입장이 ‘좋게 본다’(25%)는 의견보다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 “차별은 반대하지만,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전례가 있어서 성 소수자에 대한 민주당의 스탠스는 어정쩡하다.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지지층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상 가급적 피하고 싶은 주제이기도 하다.
 
이날 퀴어 축제에 참석한 여기동(57)씨는 본인이 성 소수자라고 밝힌 뒤 “정치권에 많이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여씨는 ”유럽은 진보정당들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을 만들어서 평등한 사회로 나아갔다. 성 소수자 편에 서면 지금 당장은 표에서 불이익을 당하겠지만, 정치인으로서 양심적인 길을 걸어야 존경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퀴어 퍼레이드에서 만난 금태섭 의원은 “지금도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인데 소수자의 목소리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내년 행사에선 가능하다면 별도의 부스를 신청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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