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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한·일 관계, 더 방치하면 한국 설 곳 없어진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

장제국 동서대 총장

사방의 문을 닫고 방 안에 어정쩡하게 앉아 있는 형국이다. 밖에는 눈보라가 치는데도 애써 무시한다. 우려하는 사람에게 “호들갑 떨지 말라”며 면박을 준다. 문을 열려는 사람에게는 찬바람 들어온다고 일제히 고함을 쳐대니 문을 열 엄두조차 못 낸다. 방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바깥 사정을 잘 알면서도 사람들 눈치 보느라 대책 마련을 주저한다. 그러는 사이 틈을 통해 한기가 스며들고 사람들은 추위를 느끼기 시작한다.
 
우리가 처한 상황과 우리를 둘러싼 국제 정세 이야기이다. 국내 논리에 갇혀 최악의 상태가 된 한·일 관계를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미국의 동아시아정책에서 일본의 전략적 가치가 급상승 중이다.
 
일본은 미국이 주창하는 인도·태평양 구상 등 대중국 견제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또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주일 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청, 무역 불균형 해소 요구 등 변덕스러운 트럼프에 유연하게 대응함으로써 미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이제 일본을 배제한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이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미 관계를 촘촘하게 엮어 놓았다.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에서 중국을 겨냥한 ‘편 가르기’ 작업이 노골화되고 있다. 미·중 대결은 거스를 수 없는 패권 경쟁이다. 군사·안보는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과 시장을 누가 선점할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살벌한 대립이다. 확고한 미·일 동맹을 과시한 일본은 이미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일 관계가 극도로 나빠진 상태에서 미·일이 접근하면 한국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전략적 가치가 높은 일본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워싱턴 조야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평가절하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미국은 사드 정식 배치, 화웨이 사용 금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지지 등 한국에 대한 요구를 늘려가고 있다. 이는 한국의 입장을 가늠해 보려는 리트머스 실험이다. 미·일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은 최악이다. 우리의 입장이 존중받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악의 한·일 관계는 강제 징용 배상 판결 문제 등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이래서는 한국이 외통수에 처할 수밖에 없다. 국익을 우선한다면 이제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해 방문을 열 때가 됐다.
 
먼저, 우리 정부가 강제 징용 등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물론 사법부의 판단이나 삼권분립 정신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행정부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있다. 이달 말 오사카 G20 정상회의 전까지는 뭔가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둘째, 국익을 위해서라면 때로는 여론에 반하는 결단을 내리는 리더십 발휘가 필요하다. 일본과의 문제는 여론이 민감하다 보니 선뜻 나서기 힘든 것이 정치적 현실인 것은 맞다. 그러나 나라를 위한 충정이 서려 있는 결단이라면 훗날 높이 평가받을 것이다.
 
셋째, 정부가 큰 틀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여론의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일본과의 외교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지 않으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방안의 온기가 점점 식어가고 있다. 이제는 문을 열고 공기를 전환하고 더 심해질 차가운 폭풍우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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