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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대통령 수사 지시 안먹힌 까닭

흐지부지 끝나는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에 대한 수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성과없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만 구속된 채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연합뉴스]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에 대한 수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성과없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만 구속된 채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민원실 로비에서 10여명의 여성단체 회원들이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의 공범은 검찰”이라고 주장했다. ‘부실 수사,조작 수사,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적힌 검은색의 작은 플래카드를 펼쳐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은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고 지시했던 이들 사건은 유야무야(有耶無耶)로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학의 사건은 김 전 차관을 뇌물 혐의로,윤중천씨를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버닝썬 사건은 가수 승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동력을 잃은 상태다. 장자연 사건은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봉합될 전망이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이낙연 총리까지 나서 “검찰과 경찰이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처럼 수사기관의 고질적 병폐가 이번에도 고스란히 드러난 것일까. 아니면 최고 통수권자가 특별수사를 지시하기에는 애초 함량미달의 사건이었던 것인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고 있는 이들 사건에 대한 수사과정을 다시 한번 따라가보자.
 
먼저 김학의 사건은 이미 두 차례 검찰의 손을 거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번에 김학의는 뇌물 혐의가 적용돼 구속됐으니 당시 수사팀의 직권남용을 생각해볼 수 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주장처럼 검찰 고위직들의 수사 압력에 대한 의혹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별건 수사다. 일방적 진술만 있지,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는 없다. 이 사건 초기 쟁점이 됐던 사안은 김학의가 윤중천과 함께 별장에서 강제로 성폭행을 했는지 여부였다. 검찰 조사에서 여성들은 금품거래를 했던 것이 드러나 김학의에게 성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없었다.
 
그 다음 문제는 당시 황교안 법무장관이 ‘김학의 구하기’에 개입했는지 여부다. 이 또한 뚜렷한 증거나 물증이 없었으며, 당시 분위기도 그렇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구성된 검찰 수사단이 “엄벌 조치하겠다”는 다짐 대신 “의혹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도 검찰의 고심을 방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윤중천 리스트에 대한 수사 확대도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에 대한 수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성과없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만 구속된 채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윤지오 인스타그램]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에 대한 수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성과없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만 구속된 채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윤지오 인스타그램]

장자연 사건은 어떨가. 공소시효는 지났고, 피해자는 이미 숨진 상태여서 법률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수사였다. 문 대통령의 지시로 인해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슬그머니 해외로 나가버린 윤지오씨의 소동만 남게 됐다. “내가 우습게 보이냐”는 말만 남겼다. 장씨와 같은 소속사에 있었던 윤씨는 10년 전 검찰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는 아는게 거의 없었다. 그런데 올 3월 4일 갑자기 한국에 들어와 다음날부터 각종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불과 한달 만에 250여쪽의 책을 출간했다. 이 와중에 문 대통령의 수사 지시도 함께 내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선 ‘기획 입국’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윤씨를 지켜주겠다며 의원들을 불러 모임을 결성하고, 여성가족부는 숙소를 챙기고, 경찰은 팀을 짜서 신변보호에 나서면서 결과적으론 수억원의 세금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윤씨가 한국의 법치주의를 조롱하다 문제가 불거질 조짐을 보이자 외국으로 달아난 모양새나 마찬가지가 되고 있다. 법원의 한 중진 판사는 “윤지오씨의 기획입국을 모의하고 온갖 이상한 행태를 하도록 멍석을 깔아준 세력들이 이번 사태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에 대한 수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성과없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만 구속된 채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연합뉴스]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에 대한 수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성과없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만 구속된 채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연합뉴스]

버닝썬 사건의 의도는 두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연예계에 만연한 성추문을 다 잡고 이 과정에 부패한 여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을 찾아보겠다는 거였다. 또 다른 하나는 ‘경찰총장’으로 잘못 표기된 카카오톡 문자를 계기로 불거진 경찰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가수 승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몇몇 연예인 들만 구속되는 결과만 낳았다. 당초의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는 온데 간데가 없어졌다.
 
대통령의 수사 지시는 추상과도 같아야 한다. 이를 위해 민정수석 등 법률 보좌진들은 사건의 내용과 향후 파장 등에 대한 엄밀한 분석과 점검을 통해 대통령의 ‘말씀 자료’를 챙기는 작업이 필요했다. 과거 대통령의 수사 지시는 국민적 의혹이 비등한 사건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 쉽게 나서기 어려운 측근 비리에 대해 이뤄졌다. “나를 신경쓰지 말고 엄밀히 수사해라”는 의미가 담겼던 것이다.
 
문 대통령도 법조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사자성어 중 하나인 ‘춘풍추상(春風秋霜)’이 적힌 액자를 사무실에 걸어뒀다고 한다.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의 줄임말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하고,자신에겐 가을 서리처럼 차갑고 엄격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문 대통령의 수사지시는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야당과 보수층에게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노무현 정신’과도 온도차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참여정부의 사정(司正)과 관련해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하지만 그 과정은 합리적이고 냉정해야 하며,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인신구속은 국민감정 해소 차원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당시 민정수석으로 있던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는 검찰 수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것은 검찰 스스로 판단하도록 중립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김학의 사건 등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지시에 법조계의 반응이 신통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대정부를 돌아보면 대통령이 검찰에 직접 수사 지시를 내린 뒤엔 항상 검찰 개혁은 꼬여왔다. 특히 이 정부들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된 직권남용 혐의를 의식한 측면도 있다. 별건 수사로 이어질 경우 다음 정부에서 곤욕을 치룰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할 의무는 있지만 판단할 권리는 없다”는 검찰 고위 간부의 말이 호응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별한 이력도 없는 친 정부 성향의 변호사와 교수들이 위원회를 통해 갑질 아닌 갑질을 하는 듯한 태도와 발언도 대통령이 직접 수사 지시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드루킹,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에 대한 엄정한 수사지시야 말로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딱 들어맞는 것 아닐까.
 
대통령 수사 지시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 간여”라는 야당 반발 사기도
문재인 대통령의 첫 수사 지시는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1일 나왔다. 세월호 참사 재수사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엄정 수사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특정사건에 대한 수사 간여”라는 야당의 반발을 샀다.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은 포괄적 지휘권이 있다”고 반박하면서도 “개별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를 한 것이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같은달 17일에는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의 ‘돈봉투 만찬’과 관련해 이영렬 지검장과 안태근 검찰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이후 두 사람은 사표를 냈고,검찰 수사를 받았다. 5일 뒤엔 이명박 정부 때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다. 7월엔 “방산비리는 이적행위이며, 보수와 진보가 아닌 애국과 비애국의 문제”라며 반부패컨트롤 타워를 복원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군 고위급 장성들의 인권침해에 충격을 받았다며 사실상 박찬주 육군대장에 대한 수사 지시를 내렸다.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부정 입사자들에 대한 무효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내려지면서 검찰의 대대적 수사가 이어졌다. 지난해 5월엔 “해외 은닉재산을 철저히 조사해 환수하라”는 대한항공 일가를 겨냥한 발언이 나왔다. 두달 뒤엔 인도 순방 중 “기무사의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와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수사하라”고 했다. 이어 법원 창설 기념식에 참석해 “사법부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고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하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수사 협조’로 화답해 왔다.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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