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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시킬 땐 언제고 이제와···인터넷은행 밀실 심사 코미디

[현장에서] 제3 인터넷은행 불발, 산으로 가버린 혁신
 
한애란 금융팀 기자

한애란 금융팀 기자

어지간히 당혹스러웠나보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 불발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열린 긴급 당정 협의 결과를 보고 든 생각이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여당은 인터넷은행 심사를 담당하는 외부평가위원의 교체를 검토하기로 했다. 더 많은 기업이 신청할 수 있도록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경기를 해보니 예상과 달리 점수가 나지 않자, 이제 와서 경기의 심판과 룰을 바꾸겠다는 발상이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는가. 제3 인터넷은행 후보 2곳을 모두 탈락시킨 장본인은 금융감독원장의 자문기구인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다. 금감원장이 임명했다는 7명의 위원은 누구인지, 2박 3일간 진행한 합숙심사의 구체적 내용은 뭔지 공개된 건 없다. 그저 위원들이 키움뱅크는 혁신성이, 토스뱅크는 자본력이 부족해 탈락시켰다는 사실만 공개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조차 지난달 27일 기자와 만나 “(평가항목 중) 자본력과 달리 혁신성은 정성평가”라며 기준을 모르겠다고 답답해했을 정도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답답함의 상당 부분은 외평위 명단을 공개하면 풀릴 터다. 그런데 위원 명단은 심사가 끝난 뒤에도 밝히지 않는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평위원이 소신대로 공정하게 객관적으로 평가하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썩 와 닿지 않는다.
 
비슷한 금감원장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는 금감원 홈페이지에 위원 명단을 공개한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2014년 이른바 ‘KB사태’로 로비·외압 의혹이 일자 금감원은 2015년부터 제재심 위원 명단을 공개했다. 공정성·객관성이 중요하기로는 인터넷은행의 외평위도 못지않다. 그동안 금감원은 민간위원 명단 공개로 제재심의 공정성이 높아졌다고 홍보해왔다. 자기모순이다.
 
외평위 탓만 할 것도 아니다.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의 인가권은 금융위원회에 있다. 금융위가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인가심사를 금감원 외평위에 맡겼다고 해도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그런데도 금융위는 밀실에서 진행된 ‘깜깜이 심사’에 혁신의 운명을 맡겼다.
 
왜 이 모양이 됐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금융위엔 ‘케이뱅크 특혜의혹’의 학습효과가 있다. 당시 야당(현 더불어민주당)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자격을 문제 삼았다. 우리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14%)이 국내 은행 평균치(14.09%)에 못 미쳤지만 금융위가 문제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할 일(유권해석)을 했을 뿐이라고 강변했지만 정치권의 공세는 집요했다. 금융위는 특혜시비 차단을 위해 외평위에 권한과 책임을 모두 지우는 ‘안전한 길’을 택했다.
 
그 결과 정부가 외치던 혁신은 ‘산’으로 갔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혁신의 아이콘이던 제3 인터넷은행은 되레 정부의 혁신의지 부족을 드러내는 상징이 될 판이다. 오는 3분기에 예비인가 신청을 재추진한다고 하지만 이미 맥이 확 풀렸다. “(집권)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다”던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얼마 전 발언이 떠오른다.
 
‘은산분리’를 외치는 인터넷은행 반대파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참여연대는 당정 협의를 두고 “시험성적이 나쁘다고 출제경향과 시험감독을 탓하는 꼴”이란 논평을 냈다. 박용진 의원(민주당)도 “축구경기에서 골이 안 들어가니 골키퍼의 손발을 묶거나 골대를 늘리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두 비유 모두 맞다. 정말 지금 상황은 딱 그런 꼴로 돌아가고 있다. 다만 이렇게 되묻고 싶다. 왜 은행업이란 경기장에서 승자는 항상 기존 은행이어야만 하나. 이 일방적 게임의 진짜 패자는 인터넷은행이 아니라 사실 소비자가 아닌가. 
 
한애란 금융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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