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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 가볍게 즐기려다 유혹에 빠지는 게임 중독

 게임의 중독성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게임 중독)를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일상생활을 파괴할 정도로 게임에 빠진 기간이 12개월 이상 지속할 때 치료가 필요한 병적인 상태로 판단한 것이다. 기존에는 술·마약 등에 의존하는 경우에만 중독으로 봤다. 여기에 도박·게임처럼 인간의 문제적 행동도 중독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무엇이든 욕구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면 문제가 된다. 
 
게임 중독이라는 질병이 당장 진료 현장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WHO의 권고는 2022년에 발효된다. 우리나라는 빨라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체계 개편이 예정된 2026년에나 반영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 간 이견도 첨예한 상황이다. 게임업계에서는 ‘게임 중독=질병’으로 분류한 결정에 강하게 반발한다. 하지만 의료계를 비롯한 뇌과학자들은 대체로 게임 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보는 데 동의한다.
 
치료 수단으로 활용되는 게임
 
그렇다면 게임은 왜 문제가 될까. 게임 그 자체는 긍정적이다. 즐거운 놀이이며 지친 일상에 힘을 주는 활력소다. 게임은 뇌의 시각·지각 기능을 자극해 뇌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의료 현장에서도 게임은 치료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몰입감이 높은 게임을 이용해 주의력을 분산시켜 암·화상 환자의 통증을 완화한다.
 
뇌졸중·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으로 신체 움직임이 둔감해지는 것을 막는 신체 재활 훈련에 다양한 상황을 투영한 가상현실 게임을 접목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중독정신의학회 최삼욱(진심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이사는 “단 이런 효과는 중독에 빠지지 않았을 때만 유지된다”고 말했다.
 
게임에는 신기록을 세우거나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좋은 아이템을 일정 확률에 따라 획득하는 등 중독적 요소가 존재한다.
 
게다가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빠르고 편리하게 게임에 접속할 수 있다. 게임에 자주 접속할수록 중독 상태로 진행하기 쉽다. 일단 게임만 탐닉하면 중독 상태로 진행해 상식적이고 일상적인 활동이 어렵다. 의정부 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게임은 대중적이고 접근성이 높아 쇼핑·운동·포르노·일 등 다른 문제적 행동과 다르다”며 “많은 사람이 중독에 빠지면서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돼 별도로 분류한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이외의 다른 행동도 중독으로 진행하면 치료가 필요하다.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중독은 점점 제어하는 능력을 상실하는 뇌 질환이다. 어떤 계기로 중독에 빠지면 극단적 쾌락을 탐닉하는 뇌로 바뀐다. 과도하게 특정한 무엇에 마음을 쓰면서 매달리고 강박적으로 집착한다. 부정적 결과가 예상되는 데도 불구하고 술·담배 같은 특정 물질에 ‘의존’하거나 도박·게임·인터넷·쇼핑·운동·일 등 문제적 행동을 ‘지속’한다. 중독 대상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으로 적정 수준의 자기통제력을 잃은 상태가 된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규 교수는 “중독은 오직 하나에만 몰두하도록 유도해 서서히 몸과 마음을 파괴한다”고 말했다.
 
중독된 뇌는 충동적으로 돌변
 
중독된 뇌는 즉각적·충동적으로 변한다. 하나에만 꽂히면 도파민·세로토닌 등 쾌락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고, 고차원적인 사고나 판단·계획 등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 기능이 약해진다. 결국 기분 좋은 뇌 자극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시간·돈 등을 투자하는 빈도와 정도가 심해진다. 중독 대상을 가장 먼저 고려하다 보니 대인관계·관심사 등이 점점 협소해진다. 만일 이를 못하게 막으면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초조해진다. 일종의 심리적 금단 증상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오래 몰입한다고 중독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독을 진단하는 핵심 기준은 자기통제력이다. 그만해야 할 때 멈출 수 있다면 중독은 아니다. 시간·횟수 같은 계량적인 기준보다 먼저 고려한다.
 
이 차이가 게임을 즐기는 뇌와 게임에 빠진 뇌를 구분한다. 이를 확인한 연구결과도 있다. 서울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정석 교수 연구팀은 게임 중독과 뇌파 변화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하루 6시간 이상 게임을 하는 게임 중독 그룹과 하루 2시간 미만 게임을 하는 일반인 그룹을 대상으로 편안한 휴식 상태에서의 뇌파를 측정했다. 그 결과 게임 중독 그룹은 게임을 하지 않을 때도 감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베타파 크기가 일반인의 60% 수준에 불과했다.
 
게임을 하는 행동이 뇌의 구조·기능에 손상을 준다는 의미다. 게임 중독자의 뇌는 마약 중독자의 뇌 구조와 비슷하게 변한다는 연구도 있다.
 
중독은 끝을 알 수 없는 늪이다. 몸과 마음을 잠식해 뇌를 망가뜨린다. 서서히 진행돼 자신이 중독 상태인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업무·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게임 등 특정한 것만 떠오르거나 중독된 것을 하느라 식사를 거르고 밤을 새우는 일이 잦아진다면 중독 위험신호다.
 
 
중독은 마음먹기에 따라 끊을 수 있다고 가볍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는 “시작할 때는 마음대로지만 끝낼 때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중독에 빠지면 뇌 구조가 변해 혼자만의 힘으로는 중독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이유다. 치료는 ‘자기통제력을 잃은 중독 상태’라고 스스로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다음 단계는 인지 행동 치료다.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법,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는 갈망을 물리치는 기술 등을 훈련하는 의학적 상담·약물치료를 진행한다. 마지막은 중독 재발을 막는 활동이다. 하나에만 몰두하기보다는 다양한 활동을 즐기면서 삶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는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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