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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한국당 지지율 상승 길목마다 등장하는 '막말병'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가 우리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

 
지난달 31일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ㆍ당협위원장 연석회의’. 정책현안을 보고하러 단상에 오른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우리 당이 정책과 비전을 갖고 국민에 희망을 줘야 한다”는 발언을 하다, 돌연 이 같은 말을 꺼냈다. 북한 당국이 하노이 북미회담 실무진들을 숙청했다는 보도를 언급하면서다.
 
일순간 장내는 술렁거렸다. 귀를 의심한 듯 옆 의원에게 정 의장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는 의원들도 보였다. 한 의원은 쓴웃음을 지은 채 기자석을 바라보며 “오늘 기삿거리 나와서 좋겠네”라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정 의장은 “누가 저쪽(북한)처럼 처형하라고 합니까. 처형이 아니라 책임은 물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이야기하는 저도 참으로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치욕스럽습니다만, 오죽하면 김정은이가 책임 묻는 면에선 문재인 대통령보다는 낫다고 이렇게 얘기를 하겠습니까”라는 말을 덧붙였다.  
 
어디선가 “옳소!”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일부는 박수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굳은 표정을 펴지 않았다. 한 주요 당직자는 “정 의장이 왜 저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큰일 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회의원ㆍ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회의원ㆍ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4당은 일제히 십자포화를 날렸다. “도를 넘은 막말에 재미 들린 듯한 모습”(더불어민주당 이경 상근부대변인), “불량 정치인을 바라보는 국민의 피로감이 높다”(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 “이번 기회에 한국당의 막말 DNA를 뿌리 뽑지 않는다면 한국당에도 두고두고 해악을 끼칠 것”(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 등.
 
여야 4당의 지적대로 한국당의 막말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나 지지율 상승 국면을 목전에 두고, ‘막말 벽’에 번번히 부닥치곤 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돌이켜보면 신임 당 대표를 뽑는 2ㆍ27 전당대회 기간부터 ‘5ㆍ18 망언’이라는 악재가 터져 컨벤션 효과는 감소하고 말았다. 4ㆍ16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선 차명진 전 의원의 유가족 폄훼 발언이 나왔다. 지난달에도 "다이너마이트로 청와대 폭파"(김무성) "달창"(나경원)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패스트트랙 대치 국면에서 야성을 회복하면서 지지층 결집에 성공했고, 반면 북한의 두 차례 미사일 발사와 문재인 정부의 경제지표 악화 등이 맞물려 한국당은 정국의 주도권을 틀어쥘 수 있었음에도 그때마다 터진 '막말' 논란에 스스로 호기를 걷어찬 형국이었다.    
 
이는 고스란히 황교안 대표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간의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온 황 대표는 본격적인 외연 확장을 구상하고 있었다. 특히 경제에 방점을 두고 '2020 경제대전환 프로젝트'를 띄울 참이었다.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건 그래도 보수"라는 걸 강조하려 했다. 하지만 이같은 행보가 '막말'에 잇따라 발목이 잡히고 있다.  
 
정 의장의 발언 직후 황 대표가 서둘러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사과 메시지를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날 연석회의의 한 참석자는 “황 대표가 비공개 특강에서도 의원들을 향해 발언을 신중히 해달라는 메시지를 냈다. 더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그간 한국당에선 '막말' 논란을 두고 "현 정부 등 진보 진영이 정책적인 부분에서 공격받을 때마다 그것에 대해 답이 곤궁하니, 무조건 막말로 치부한다"는 정서가 적지 않았다. 막말이 아닌 '아픈 말'인데 좌파의 '막말 프레임'에 걸려들었다는 항변이었다. 
 
하지만 이번 정 의장 발언을 두고는 당내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장제원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망국으로 가는 ‘증오의 정치’ 이제는 멈춰야 한다. 국민은 이 혐오스러운 싸움을 먼저 끝내는 측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썼다. 전임 원내지도부 출신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메시지가 주목을 받아야 하는데, 정책위의장이 오버했다. 개인 정치는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통해 현장에서 시민들의 응원과 박수를 듣다 보니 자신감을 넘어 자만감을 보이는 등 '언어의 정제 능력'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2일 황 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밤이 깊어 먼 길을 나섰습니다』란 에세이집을 출간한다고 알렸다. 황 대표 이외에도 공동 저자로 30세의 신예작가가 함께했고, 홍보 동영상은 30대 힙합 뮤직비디오 감독이 찍었다고 한다. 2040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같은 포장으로 과연 '막말'의 이미지를 탈피할지는 의문이다. 무엇이 한국당을 '막말'의 늪에서 여전히 허우적대게 하고 있는지, 그들에겐 과연 보수의 철학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막말 프레임'을 확대 재생산하는 건 진짜로 누구인지 묻고 싶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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