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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돌 뒤 후진했던 크루즈 선장…사고 알고도 그냥 간듯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추돌한 크루즈 선박 바이킹 시긴호의 선장이 1일(현지시간) 구속됐다. 헝가리 법원은 우크라이나 출신 유리 C.(64) 선장에 대해 부주의ㆍ태만으로 중대 인명 사고를 낸 혐의로 경찰과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앞서 변호인을 통해 “규칙을 위반한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이 선장은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AFP 통신 등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킹 시긴호가 사고 당시 허블레아니호를 뒤에서 들이받은 새로운 동영상이 공개됐다. 유람선을 들이받아 침몰시킨 뒤 바이킹 시긴호가 한 차례 후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현지 언론은 허블레아니호가 바이킹 시긴호쪽으로 선회한 적이 없으며 대형 크루즈선이 후진하면서 가라 앉은 유람선에 있던 승객들이 빠져나오기가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탄 허블레아니와 추돌하는 순간 모습. 바이킹 시긴(뒤쪽 큰 배) 앞에 허블레아니(빨간 원 안)가 있다. [사진 크루즈 얼라이언스 유튜브 영상 캡처]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탄 허블레아니와 추돌하는 순간 모습. 바이킹 시긴(뒤쪽 큰 배) 앞에 허블레아니(빨간 원 안)가 있다. [사진 크루즈 얼라이언스 유튜브 영상 캡처]

헝가리 법원은 유리 C. 선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동시에 보석금 1500만 헝가리 포린트(약 6100만원)를 내면 이 선장이 부다페스트 안에서 추적장치를 단 채 형사상 감시를 받도록 하는 보석 조건도 결정했다.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부다페스트에 머무는 조건으로 선장이 보석으로 풀려 수 있다는 뜻이다.  
 
현지 언론 머저르 넴제트는 선장이 유람선과 가까이 접근해 부딪힐 위기였는데도 교신을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명확하게 참사를 일으킨 책임이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1)헤블레아니를 뒤따르는 바이킹 시긴. 2)추돌로 선미가 돌아간 헤블레아니. 3)추돌후 후진으로 사고지점으로 돌아오는 바이킹 시긴. 4)다시 전진하는 바이킹 시긴. [크루즈 얼라이언스 유튜브 영상 캡처=연합뉴스]

1)헤블레아니를 뒤따르는 바이킹 시긴. 2)추돌로 선미가 돌아간 헤블레아니. 3)추돌후 후진으로 사고지점으로 돌아오는 바이킹 시긴. 4)다시 전진하는 바이킹 시긴. [크루즈 얼라이언스 유튜브 영상 캡처=연합뉴스]

그러나 선장의 변호인은 법원의 구속 결정 이후 “선장은 심문을 받을 때 줄곧 말해온 것처럼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며 “보석으로 풀려나도 전자 추적장치 때문에 부다페스트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선장은 사고 후 매우 불안해하며 피해자 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앞서 헝가리 샨도르 핀테르 내무부 장관을 만나 철저하고 신속한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핀테르 내무장관은 “크루즈 선박에 있는 통신기록, 항로기록, 주변 지나가던 사람들이 제공한 비디오를 확보했으며 사건 직후 100명이 넘는 목격자의 진술도 받아놨다”고 밝혔다.

 
이 설명대로 1일 헝가리 유람선협회가 공개한 새 영상에선 지난달 29일 밤 한국인 관광객과 헝가리인 승무원 등 35명이 탄 허블레아니호를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가 뒤에서 들이받는 장면이 담겼다. 허블레아니호보다 빠른 속도로 운항하던 바이킹 시긴호가 선수 우측으로 허블레아니호의 선미 좌측을 들이받으면서 물에 빠진 5~6명의 움직임이 보인다고 헝가리 매체 인덱스(index)가 보도했다. 이 매체는 “바이킹 시긴호 승무원 몇몇이 뛰어다니며 구명 조끼 2개를 던지는 장면도 보인다"고 했다. 새로운 영상이 공개됐는데 여기엔 충돌하는 두 선박의 앞모습이 담겼다.
 
헝가리 현지 매체 index.hu는 화면 확대 분석 결과 희미하지만 사고 직후 물에 빠진 5~6명의 움직임을 볼 수 있으며, 바이킹 시긴 승무원들이 황급하게 뛰어다니면서 두 개의 구명조끼를 던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사진 index.hu 캡처]

헝가리 현지 매체 index.hu는 화면 확대 분석 결과 희미하지만 사고 직후 물에 빠진 5~6명의 움직임을 볼 수 있으며, 바이킹 시긴 승무원들이 황급하게 뛰어다니면서 두 개의 구명조끼를 던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사진 index.hu 캡처]

허블레아니호를 들이받은 바이킹 시긴은 잠시 후 후진했다가 20초 후 다시 직진했다. 그동안 바이킹 시긴호가 추돌 직후 그대로 직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영상은 크루즈 선장과 승무원들이 사고를 인지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지 매체 오리고(ORIGO)는 “유람선이 크루즈선 쪽으로 선회하지 않았음이 명백하다"며 “바이킹 시긴호가 멈췄다가 후진하면서 가라 앉은 허블레아니호가 더 오랜 시간 수중에 머물게 돼 승객들이 빠져나오는 것을 어렵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선장이 사고 후에도 신고하지 않았고, 최초 신고는 다른 유람선의 한 승객이 사고 발생 10분 후쯤 했다고 전했다. 선장은 신고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 기록에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인명 사고를 알고도 도주한 혐의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인 줄탄 보르벨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크루즈선 선장의 행위가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무분별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징역 2~8년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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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