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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돌 뒤 20초 후진·정지···크루즈선, 승객 탈출 어렵게 했다

1일(현지시각) 저녁 10시경, 머르기트섬 수색 지휘본부에서 한·헝가리 요원들의 수색 회의가 이어지고 있다. 요원들은 이날 오후 6시부터 관련 회의를 이어갔다. [박태인 기자]

1일(현지시각) 저녁 10시경, 머르기트섬 수색 지휘본부에서 한·헝가리 요원들의 수색 회의가 이어지고 있다. 요원들은 이날 오후 6시부터 관련 회의를 이어갔다. [박태인 기자]

한·헝가리 요원들의 심야까지 이어진 수색회의 
1일(현지시각) 오후 6시에 시작한 한·헝가리 수색 구조회의는 저녁 10시가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한국에서 급파된 구조 요원들은 지휘본부 인근에 주차된 대형버스 안에서 쪽잠을 자며 수색 투입 가능성에 대비했다. 하지만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의 거친 유속과 높은 수위에 잠수부 투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현장 지휘관으로 작전을 총괄하는 송순근 육군 대령은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보다 다뉴브강의 현재 유속이 더 빠르다"며 "물도 너무 탁해 물속 시야도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송 대령은 바다와 달리 앞을 볼 수도 없어 "세월호 사고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일(현지시각) 늦은 밤 한국에서 급파된 구조 요원들이 지휘본부 인근에 주차된 버스에서 쪽잠을 청하고 있다. [박태인 기자]

1일(현지시각) 늦은 밤 한국에서 급파된 구조 요원들이 지휘본부 인근에 주차된 버스에서 쪽잠을 청하고 있다. [박태인 기자]

"세월호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 
정부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 군과 해경, 소방청 등 국내 재난 구조 분야의 최정예 요원 수십여명을 급파했다. 하지만 당장 현장에서 요원들이 할 수 있는 구조작업은 찾기 어려웠다. 이날 사고 현장에서 약 500m 떨어진 머르기트섬 선착장의 지휘본부에는 수상 수색을 마친 빈 구조선들만이 계속해 돌아올 뿐이었다.
 
시속 9~12km의 유속을 감안하면 일부 시신은 500km 이상 떠내려갔을 가능성이 크다. 육상 수색은 우리 측보단 헝가리와 국경을 접한 세르비아와 루마니아 구조 요원들의 몫이었다. 
 
실종자 가족들, 손잡고 버텨내려 안간힘 
정부 당국자는 "가족분들은 어떻게 서라도 시신은 반드시 찾아달라고, 당신들의 눈으로 보고 싶다고 하신다"며 "구조를 위한 모든 방법과 수단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경엔 20여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현장을 찾아 요원들의 설명을 듣기도 했다. 가족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구조 현장을 한걸음, 한걸음 내디뎠다. 
 
그 후 다시 사고현장으로 옮겨 유람선이 침몰했던 다뉴브강을 지켜봤다. 먼 타향, 차가운 강물 속에 남아있을지 모를 내 가족을 위해 입을 굳게 다물고 버텨내겠다는 안간힘이 느껴졌다. 
 
1일 수색본부를 찾은 실종자 가족분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박태인 기자]

1일 수색본부를 찾은 실종자 가족분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박태인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구조작업의 성패는 결국 수중 수색이 가를 것이라 전망한다. 지난달 29일 한국인 33명 등 35명의 승객을 태운 허블레아니호는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에 선미를 들이받히며 8초 만에 침몰했다. 
 
대부분의 실종자가 배 밖으로 빠져나올 틈도 없이 아직 물속 선실 안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황대식 전 한국해양구조협회 구조본부장은 "유람선을 인양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시신이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헝가리 당국 및 현지 민간 이양업체와 협력해 시신 유실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잠수부 투입도 어려운 상황이라 사고 현장 주변에 유실망 설치와 유람선 인양까지는 2주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수색본부 현장에는 수상 수색을 마친 구조선들이 수차례 빈손으로 본부에 돌아왔다. [박태인 기자]

이날 수색본부 현장에는 수상 수색을 마친 구조선들이 수차례 빈손으로 본부에 돌아왔다. [박태인 기자]

송순근 대령은 "다뉴브강 수심을 측정한 결과 최대 9.3m 정도가 나와 평상시 3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수심이 내려가지 않는 한 잠수부의 투입도, 유람선을 인양할 크레인 투입도 모두 어렵다. 정부는 이르면 3일 수중 수색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유람선 아닌 크루즈의 명백한 잘못 영상 공개  
이날 헝가리 현지 언론은 사고 당시 녹화된 새로운 영상을 공개하며 "시긴호의 명백한 과실이 드러났다"고 집중 보도했다. 해당 영상엔 시긴호가 방향을 틀며 유람선을 뒤에서 들이받은 뒤 20초간 후진 및 정지했다가 다시 운항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현지 매체 오리고(ORIGO)는 "영상을 보면 머르기트 다리 아래서 방향을 튼 것은 허블레아니호가 아닌 시긴호"라며 "시긴호가 후진하고 정지하는 과정에서 물속에 갇혀있던 (한국인) 승객들의 탈출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허블레아니호를 추돌한 대형 크루즈 바이킹 시긴이 당시 사고를 인지했을 수 있다는 정황이 담긴 영상이 추가 공개됐다. 영상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미르기트 다리 부근에서 바이킹 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 뒤에 바싹 붙어 따라가는 정황이 담겨있다.(유튜브 캡처) [뉴스1]

허블레아니호를 추돌한 대형 크루즈 바이킹 시긴이 당시 사고를 인지했을 수 있다는 정황이 담긴 영상이 추가 공개됐다. 영상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미르기트 다리 부근에서 바이킹 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 뒤에 바싹 붙어 따라가는 정황이 담겨있다.(유튜브 캡처) [뉴스1]

우크라이나 선장 혐의 입증 시 최대 8년형 
이날 헝가리 메트로폴리탄 법원은 시긴호를 운항했던 우크라이나 국적 선장(64)을 선장을 구속하고 1500만 헝가리 포린트(약 6100만원)를 부다페스트 거주 보석 조건으로 제시했다. 선장의 이름은 ‘유리.C’로만 알려져 있다. 
 
헝가리 검찰은 보석 없는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며 항고했다. 보석금이 지급되거나 검찰 항고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나오지 않아 선장은 현재 구속된 상태다. 헝가리 검찰은 부주의한 운행으로 다수의 한국인과 헝가리인 승객의 사망을 초래했다며 그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은 선장의 혐의가 입증될 경우 최대 8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부다페스트=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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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