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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기온 30도, 전기 안 써도 시원한 '비전화(非電化)' 카페 가보니…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이던 지난 5월 16일 오후 1시 서울 은평구 녹번동 혁신파크에 있는 비전화(非電化)카페. 이날 낮 기온이 30도까지 올라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났다. 카페에 들어서자 에어컨 바람을 쐬는 듯 시원하고 서늘했다. 세상이 멈춘 듯 고요한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에어컨 바람 대신 활짝 열어놓은 정문과 그 맞은편의 큰 창 사이로 맞바람이 불었다. 
나무와 볏집, 왕겨, 흙 등 자연적인 재료만으로 만든 비전화카페는 동화 속에 나오는 집 같은 디자인으로 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을 준다. 김나현 기자

나무와 볏집, 왕겨, 흙 등 자연적인 재료만으로 만든 비전화카페는 동화 속에 나오는 집 같은 디자인으로 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을 준다. 김나현 기자

이곳은 전기를 거의 쓰지 않고 운영한다. 냉장고·에어컨은 물론 카드 결제기도 없다. 결제는 계좌 이체와 현금으로만 할 수 있다. 
전기 없이도 이렇게 시원한 것은 볏짚을 활용한 목조 스트로베일 건설 공법 덕분이다. 지난해 11월에 문을 연 비전화카페는 나무로 벽체를 세운 후 볏짚을 벽돌처럼 단단하게 만들어 쌓고 흙으로 미장을 해 지었다. 벽두께는 60cm에 이른다. 바닥 단열은 왕겨로, 지붕은 삼나무 껍질로 마감했다. 
비전화카페 내부 모습. 4~5개의 테이블이 있다. 고석현 기자

비전화카페 내부 모습. 4~5개의 테이블이 있다. 고석현 기자

이 카페를 지은 비전화공방서울의 성배경 팀장은 “볏짚은 농사의 부산물이라 큰 비용 없이 구할 수 있는 생태적인 재료일 뿐 아니라 단열 성능이 좋다”고 말했다. 벽이 두꺼운 것도 외부 온도의 영향을 적게 받는 이유다. 비전화카페는 지난겨울 화목난로만으로 따뜻하게 보냈다.  
 
성 팀장은 “콘크리트 건물은 단열 기능이 약해 결로가 생기기 쉽다”며 “단열 기능 유지를 위해 왕겨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축자재로 열을 식히는 데 한계가 있으면 선풍기나 에어 서큘레이터 등을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늘한 북쪽 창가에서 방 쪽으로 켜 놓는 식으로 공기 순환을 통해 차가운 공기는 유입하고 더운 공기는 배출시키는 방법이다.  
 
비전화카페에서는 알코올램프로 유리구를 가열해 물이 끓일 때 나오는 수증기로 커피를 추출하는 사이폰 방식으로 커피를 내린다. 고석현 기자

비전화카페에서는 알코올램프로 유리구를 가열해 물이 끓일 때 나오는 수증기로 커피를 추출하는 사이폰 방식으로 커피를 내린다. 고석현 기자

카페는 조만간 주스 등 차가운 메뉴도 내놓을 계획이다. 카페를 지키던 박혜윤씨는 “카페 운영자들이 아이스팩, 아이스박스를 모아 얼음까진 아니어도 시원한 음료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판매하는 메뉴는 커피·유자차·국화차이며 가격은 모두 6000원이다. 커피는 알코올램프가 달린 사이폰(압력차를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내린다. 전깃불을 쓰지 않기 때문에 해가 떠 있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운영한다.  
 
전기와 화학물질을 최대한 쓰지 않는다는 뜻의 ‘비전화공방(非電化工房)’은 2000년 일본의 발명가 후지무라 야스유키가 만들었다. 적게 벌고 적게 쓰며 행복하게 사는 삶의 방식을 실천하자는 취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7년 이곳을 찾아 업무협약을 맺고 비전화공방의 다양한 공법을 도입했다. 비전화제작자 12명을 뽑아 1년간 비전화 건축‧농사·제품에 관해 가르치고 있다. 수강료는 무료다.
비전화카페는 2017년부터 비전화제작자 1기, 2기 교육생들이 약 1년간 직접 지었다. 고석현 기자

비전화카페는 2017년부터 비전화제작자 1기, 2기 교육생들이 약 1년간 직접 지었다. 고석현 기자

이 카페는 비전화제작자들이 건축 수업 차원에서 지었고, 서울시 소유다. 유지비는 얼마나 들까. 박씨는 “LPG통 한 개면 6개월간 사용할 수 있다. 그 외엔 생두 값 정도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일반인도 비전화제품 제작법을 배울 수 있다. 공유 공간인 서울 하우징랩 등에서 비정기적으로 비전화정수기 제작 워크숍을 연다. 야자 껍질을 고온에서 구워낸 숯을 뜻하는 야자 활성탄을 곱게 갈아 1.8L 유리병에 넣고 수도꼭지에 연결하는 정수기다. 화학물질 흡착력이 뛰어난 야자 활성탄의 특성을 이용한 기술로 염소 농도를 줄이고 물속 미네랄은 남길 수 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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