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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웸블리의 BTS] 41세 엄마도 BTS팬 "아이에게 좋은 롤 모델"

부모·자녀 함께 '아미'…한국 소프트 파워의 진수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 중인 BTS.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 중인 BTS.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나도 BTS를 좋아한다고요."
기자가 딸을 향해 계속 질문하자 엄마가 나섰다. 스웨덴에서 딸과 함께 왔다는 마리아. 41세다. “우린 둘 다 BTS 팬이에요.” 지난해 딸 때문에 한국의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알게 됐다는 마리아는 13세 딸 밀라보다 더 들떠 보였다.  
 
 1일(현지시간) 오후 7시 30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BTS 공연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를 앞두고 엄마와 딸은 런던 시내 무어게이트역 인근 BTS 팝업스토어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각종 BTS 굿즈들을 팔고 뮤직비디오가 흐르는 팝업스토어 문은 오전 10시 열리지만 이미 오전 8시쯤부터 수백 명이 줄을 섰다. 
BTS 공연을 보기 위해 스웨덴에서 온 모녀 마리아(왼쪽)와 밀라. 런던=조민진 기자

BTS 공연을 보기 위해 스웨덴에서 온 모녀 마리아(왼쪽)와 밀라. 런던=조민진 기자

 
 마리아는 “사랑(Love)과 정신 건강(Mental Health)을 전하는 BTS 음악의 메시지가 특히 좋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밀라의 친구는 할아버지와 함께 BTS 콘서트를 보러 런던에 왔다”고 옆에 있던 이웃을 소개했다. BTS 런던 공연을 기념해 지난달 28일부터 문을 연 팝업스토어 방문객은 하루 평균 2000명에 달한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이날 웸블리 스타디움은 오후 4시 30분부터 관람객을 입장시켰다. 공연 3시간 전이었다. 하지만 스타디움 주변은 입장 시간 훨씬 전부터 몰려든 관람객들로 열기가 뜨거웠다. 런던 날씨는 올해 들어 가장 맑고 더운 날이었다. 최고 기온 27도. 비가 잦고 흐린 영국 날씨를 고려하면 축복받은 날이었다. 
BTS 공연이 열린 '팝의 성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BTS 공연이 열린 '팝의 성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피부색도 국적도 다른 다양한 이들이 세대를 아울러 모여들었다. 스타디움 입장 대기 줄에서 또 ‘엄마’를 만났다. 역시 스웨덴에서 온 아이샤(39)다. 15살 딸 마리샤와 7살 둘째 딸 야세밈과 함께였다. 아이샤는 “BTS는 늘 좋은 메시지를 주고 겸손해서 좋아한다”고 말했다. 
 
 11살 딸이 너무 어려 혼자 공연을 보러 올 수 없어 딸을 데리고 독일에서 왔다는 39세 아빠 마이클은 “딸 때문에 매일 BTS 노래를 듣는다”며 “이번 공연에 동행한 건 딸을 위한 선물”이라고 웃어 보였다. BTS 팝업스토어 관계자는 “10대~20대 팬들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모든 것에 감사한다’고 인사를 건네는 어른들도 있다”고 전했다. 
 
 공연 시작 한 시간 전, BTS 팬 ‘아미’들은 관람석의 빨간색 의자에 모였다. 무대는 비어 있지만 무대 위 스크린에서 BTS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오자 아미들은 한국어 노랫말을 따라 불렀다. “Fake Love" 같은 영어 후렴구가 나올 때 목소리는 더 커졌다. 응원용 봉을 흔들고 'BTS'를 연호하는 함성은 우렁찼다. 
BTS의 런던 공연 모습.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BTS의 런던 공연 모습.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디어 공연 막이 오르자 귀를 멍하게 만드는 함성. 아미들은 일제히 일어섰다. 스크린에 BTS 멤버들의 얼굴이 나온 데 이어 무대 위로 불꽃이 터지고 축제가 시작됐다. 첫 곡은 ‘디오니소스(Dionysus)'. 지난달 전 세계에 동시 발매된 새 앨범 '맵 오브 더 소울 : 페르소나(MAP OF THE SOUL : PERSONA)' 수록곡이다. 
 
 새 앨범은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톱 100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일제히 하얀 수트를 차려입은 BTS가 무대 위로 뛰어들자 그야말로 스타디움은 열광과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풍요와 황홀경을 상징하는 그리스 신화 속 술의 신 '디오니소스', 노래 제목을 연상시키듯 아미들은 일제히 음악에, BTS에 취했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한 BTS.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한 BTS.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흔들던 응원용 봉을 그저 가슴 앞에 멈춘 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소녀들도 보였다. 전체 2시간 반가량 진행된 공연이 중반으로 치달을 즈음 런던의 여름 해가 저물어 갔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관객석에만 지붕이 있는 반개폐형. '아이돌(IDOL)', ‘페이크 러브(Fake Love)' , '전하지 못한 진심' 같은 곡이 흐를 즈음 춤추는 응원용 봉의 불빛이 한층 선명해졌다. 밤이 깊어갈 수록 불빛은 별빛과 흡사해졌다.
 
 당초 BTS의 이번 공연은 하루 일정으로 계획됐다. 하지만 팬들의 열광적 호응에 수십 분 만에 표 매진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틀 공연으로 연장됐다. BTS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추산한 이틀 관람객은 12만 명. 소속사 관계자는 “개인이 한꺼번에 표를 사서 되파는 일이 가능한 유럽에선 최근까지도 푯값이 500만원을 웃돌기도 했다”고 전했다. 
런던 시내에 마련된 BTS 팝업 스토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런던 시내에 마련된 BTS 팝업 스토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연 일정 연장이 더욱 주목받는 건 웸블리 스타디움이란 무대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1923년 처음 문을 연 이곳은 1948년 런던올림픽, 1966년 월드컵 결승전 같은 스포츠 경기는 물론 비틀스, 퀸, 마이클 잭슨 같은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이 공연했다. 대중음악계에선 ‘팝의 성지’로도 꼽힌다. 
 
 축구 스타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 홋스퍼’의 임시 홈구장이기도 해 한국인에게도 익숙하다. 이곳에서 한국 가수가 공연하긴 처음이다. 
 
 BTS는 기자 간담회에서 웸블리 입성에 대해 “영광스럽다”며 “역사적인 곳에서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연을 마치며 BTS는 “우리가 마침내 웸블리에 왔다(We are finally here, Wembley.)”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BTS.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BTS.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BTS의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첫날 만난 ‘아미’들은 인종과 세대를 아울렀다. 10대 자녀뿐 아니라 부모 세대도 “BTS가 롤 모델이라 좋다"고 입을 모았다. BTS 멤버 RM은 간담회에서 “BTS와 팬들은 서로가 서로를 충전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RM은 방탄소년단을 대표해 "헝가리에서 많은 관광객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한다"고 했다.
 
 스웨덴에서 온 '엄마 아미' 마리아는 기자가 한국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듯 “자랑스럽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날 직접 확인한 BTS의 위력은 한국의 진정한 ‘소프트 파워(Soft Power)'였다. 그들은 바람대로 비틀스를 넘어서는 ‘한국의 방탄소년단’이 돼가고 있다.
BTS 팝업 스토어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팬들. 런던=조민진 기자

BTS 팝업 스토어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팬들. 런던=조민진 기자

 
 BTS는 2일 웸블리 스타디움을 한 번 더 달군 뒤, 프랑스 파리와 일본 오사카 등으로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런던=조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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