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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화장실 변기까지 챙기나" 여당 법안에 부글대는 男心

‘여의도 인싸’는 국회 안(inside)에서 발생한 각종 이슈와 쏟아지는 법안들을 중앙일보 정치팀 2030 기자들의 시각으로 정리합니다. ‘여의도 인싸’와 함께 ‘정치 아싸’에서 탈출하세요.
 
 
“화장실 변기 수까지 여성을 우대하는 건 남성에 대한 역차별 아닙니까.”
 
20~30대 남성이 많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최근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남성 대비 여성의 공중화장실 변기 수를 늘리는 법안이 계속 나오고 있다. 페미니즘을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민주당이 여성만 챙기나. 남성은 포기했나.”
 
남성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의 불만 토로입니다. 무슨 말일까요.
 
문재인 대통령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 여성가족부 업무보고’에 앞서 직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 여성가족부 업무보고’에 앞서 직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중앙포토]

 
우선 현행법부터 알아봤습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7조를 보면 “여자 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자 화장실의 대ㆍ소변기 수의 합 이상이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1000명 이상 공연장 등의 남녀 변기 비율은 1대1.5 이상이어야 합니다.
 
남성은 화장실에서 대·소변기를 다 이용할 수 있지만 여성은 대변기밖에 이용할 수 없다는 생리적 특성을 감안해 2004년 입법화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법으로 인해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사진입니다. 왼쪽이 남자, 오른쪽은 여자 화장실. 남자 화장실을 보면 소변기를 더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한데도 빈자리가 휑합니다.
 
왼쪽은 남자 화장실, 오른쪽은 여자화장실 [인터넷 카페 캡처]

왼쪽은 남자 화장실, 오른쪽은 여자화장실 [인터넷 카페 캡처]

 
이는 현행법상 여자 화장실에 대변기를 5개 설치했으면 남자 화장실은 대변기 3개에 소변기 2개, 이런 식으로 그 합이 5를 넘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사진과 게시 글은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졌고 일부 남성층에선 “너무 하는 게 아니냐”는 격한 반응도 나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여성 쪽을 더 우대하는 법안을 내 논쟁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습니다.
 
해당 법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국회 홈페이지(20대 국회 기준)에 들어가 찾아봤습니다. 야당보단 민주당 의원들이 관심이 많았습니다. 법안 골자입니다.
 
페미니즘 시위 모습. [뉴시스]

페미니즘 시위 모습. [뉴시스]

 
“여자 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자 화장실의 대ㆍ소변기 수의 1.5배 이상이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신창현·유승희 의원)
“공연장, 관광지 등은 여자 화장실 대변기 수가 남자의 2배 이상으로 설치해야 한다”(신창현·유승희·박완주 의원)
 
이 의원들은 ▶여성은 남성에 비해 화장실 사용 빈도 및 시간, 용도에 있어 차이가 있고 ▶고속도로 휴게소 등을 보더라도 여자 화장실만 줄이 길다는 점 등을 법안 발의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지난 1월 기준 공중화장실을 포함해 개방ㆍ이동ㆍ간이화장실에 설치된 남성용 변기는 36만여개인 반면 여성용은 22만 개다. 여성용 변기 수는 남성의 약 6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실질적 변기 개수가 남성보다 적다는 면에 주목해 화장실 사용의 남녀평등을 보장하자는 측면에서 법안 취지는 납득할 만 합니다. 하지만 새 법안이 통과될 경우 여성용 변기 설치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거꾸로 남성용 변기 설치만 제한되는 부작용이 더욱 커질 수도 있습니다. 방금 위 사진의 경우처럼 말입니다.
 
민주당은 현 정부 출범이후 불거진 여러가지 젠더 이슈 때문에 젊은 남성층이 지지를 철회하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화장실 법안’이 또다른 논란을 부를지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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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합리적인 대안은 뭐가 있을까요. 국회 주변에선 남녀 화장실 변기 수를 서로 연동하는 틀 자체를 깨자는 제안이 나옵니다. 각 시설이나 업종 별로 필요한 최소 변기 수(※여성 우대 적용)만 규정하고 나머지는 용도와 이용자 수에 따라 유연하게 정하게 하자는 겁니다. 좀 더 연구하면 더 좋은 대안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화장실과 같은 기본 생활 필수 시설에서조차 남녀 평등이 무엇인지 합의를 도출하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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