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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국가 호주에선 난민도 이민의 일부”

“난민도 호주에 유입되는 이민의 일부입니다. 이들이 호주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적극 알려야 합니다.”
 
대표적인 이민‧다문화국가인 호주 시드니에서 지난달 14일 만난 호주난민협의회(RCOA) 폴 파워 대표의 말이다. RCOA는 난민 권익과 관련돼 비정부기구들과 연방정부의 가교 역할을 하는 전국 규모 협의회다. 파워 대표는 RCOA에서만 13년 일한 베테랑 시민운동가이다. 그는 “난민 관련 정책에도 적극 의견을 내지만 일반인 대상 교육도 중요한 업무”라면서 “난민이 누구이며 호주 왔을 때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2019년 5월14일 호주난민협의회(ROCA)의 시드니 사무실에서 만난 폴 파워 대표. 티셔츠 가슴팍에 "나는 인간이길 택합니다. 사람을 망명신청자가 아니라 사람 그대로 대하세요"라고 적혀 있다. 시드니=강혜란 기자

2019년 5월14일 호주난민협의회(ROCA)의 시드니 사무실에서 만난 폴 파워 대표. 티셔츠 가슴팍에 "나는 인간이길 택합니다. 사람을 망명신청자가 아니라 사람 그대로 대하세요"라고 적혀 있다. 시드니=강혜란 기자

호주는 연 16만명에 이르는 이민 유입을 통해 약 70년 만에 다문화국가로 변신한 이례적인 선진국이다. 특히 이 가운데 상당수가 난민 등 인도적 프로그램으로 정착한 이들이다. RCOA 통계에 따르면 2003~2013년까지 호주 유입 인구 200만명 중 7.2%(14만6000명)나 됐다. 이번 회계연도(지난해 7월1일~올 6월30일) 내 정착 난민만 1만7000명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적극적 이민·난민정책에 힘입어 현재 호주 인구 2500만명 중 49%가 본인 혹은 부모 중 최소 한쪽이 해외 출생자로 집계된다. 
 
특히 연간 난민수용인원을 정해놓고 철저하게 정부 통제 하에 정착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파워 대표는 “호주는 1947년부터 난민을 받기 시작해 70년 간 90만명을 받아들였다”면서 “섬대륙이란 특성상 누가 들어오느냐를 정부가 결정해 왔다”고 설명했다. 시리아‧이라크 등 분쟁 지역 난민캠프에 인력을 파견해 현지에서 난민인정심사를 하고 데려온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종교‧지역 차별이 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남반구에 뚝 떨어져있는 호주가 매년 적지 않은 숫자를 난민으로 받아들이는 배경이기도 하다.  
 
반면 이 같은 정책 때문에 배를 타고 와서 망명을 신청하는 ‘보트 피플’ 수용이 문제가 됐다. 2001년 존 하워드 당시 자유당 정부는 역외심사(off shore‧오프 쇼어) 원칙에 따라 보트 피플을 호주에 들이지 않고 인근 섬나라 나우루와 파푸아뉴기니 마누스 섬 등에 수용소를 세워 관리했다. 이들에 대한 인권 유린 논란이 거세지면서 호주는 최근까지 아동‧질환자 등 약자들을 본토로 이송했다. 파워 대표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총 972명이 본토로 건너왔고 현재 남은 사람은 나우루 350명. 마누스섬 531명 등 881명이다.
 
2019년 4월14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벨모어 공원에서 난민 옹호 시위대가 호주 역외 난민수용소인 마누스섬과 나우루 캠프를 폐쇄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19년 4월14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벨모어 공원에서 난민 옹호 시위대가 호주 역외 난민수용소인 마누스섬과 나우루 캠프를 폐쇄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파워 대표는 “난민 정책을 갖고 왈가왈부 할 때 사실은 더 큰 사회문제를 난민 이슈로 덮어버리려는 의도를 의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회기반시설 또는 일자리 부족 등으로 여론이 안 좋을 때 정치권이 반이민‧반난민‧반무슬림을 선동해 ‘프레임 전환’을 하는 경향이 있단 지적이다. 그는 “호주 인구가 2500만인데, 연간 난민 1만 7000명을 받는 게 대세에 지장 있겠느냐”고 되물으면서 “트럼프의 ‘반이민’과 마찬가지로 지지세력의 인기를 얻기 위해 정치권이 반난민을 활용하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에선 최근 난민 이슈가 잦아든 가운데 지난달 18일 치러진 연방의회 총선에서 스콧 모리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 자유국민연합이 승리하면서 당분간 현재 정책에서 큰 변화 없을 전망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우리 정부 통계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1994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의 수는 5만명(철회 포함) 가량인데, 이중 난민 신분을 인정받은 숫자는 950명에 불과하다. 이밖에 인도적 체류 자격을 인정받은 이가 2000명가량 된다. 지난해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3%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가운데 최하위권(34위, 2017년 기준)이다. 파워 대표는 “한국과 일본의 난민인정률은 극히 낮은 편”이라면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난민 망명 신청자들이 (편견 없이) 공평한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극적 이민장려정책으로 저출산·고령화 대비하는 호주
 호주가 이민‧난민을 대거 받기 시작한 것은 1947년부터다. 당시만 해도 700만 명 정도의 인구 90%가 영국‧아일랜드에서 온 앵글로-켈틱(Anglo-Celtic) 계열이었다. 현재는 2500만명 인구 중 절반가량이 본인 혹은 부모 중 한쪽이 해외 출신인 ‘다문화 가정’이다. 2018 ‘사회 결속 지도’ 국가보고서 조사에선 멀티컬추럴리즘에 대한 긍정 의견이 전체 86%(강하게 동의 44%, 동의 42%)에 이르러 호주인 스스로 다문화정체성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초청으로 호주 멜버른을 방문했을 때 만난 제임스 버튼(프리랜서 기자)에 따르면 이 같은 다인종‧다문화국가로 변신하기까지 호주 정부는 철저히 ‘정부 주도’ 원칙을 지켜왔다. 처음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국가 안보 차원의 인구 증가가 목표였고 1985년부터 기술 이민으로 전환해 숙련된 노동인구를 늘려왔다. 호주 이민정책 변화의 역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버튼 기자는 “정부는 이민을 건국사업이라고 말하다가 요즘은 (이민자의) 경제적 기여를 강조함으로써 대중의 지지를 유도해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민장려정책에 힘입어 호주의 고령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안에서도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시드니·멜버른=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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