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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계기 뒤 첫 한·일 국방회담…日, 사과 대신 불만만 말했다

일본 초계기 저공 위협비행 사태로 불거진 한·일 양국의 갈등이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중 양국 장관 회담이 성사되면서 봉합의 물꼬가 트였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진실은 하나”라며 저공 위협비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양국은 ‘미래지향적 관계’에 방점을 찍고 재발 방지에 나서기로 결론을 내렸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이 1일(현지시간) 오후 싱가포르에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열고 냉각된 국방교류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국방부]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이 1일(현지시간) 오후 싱가포르에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열고 냉각된 국방교류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국방부]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은 1일 오후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열고 40분간 의견을 나눴다. 이는 샹그릴라 대화의 통상적인 양자회담과 달리 냉각된 양국 국방협력을 정상화하는 데 의의를 두는 자리였다. 지난해 12월 초계기 갈등의 여파로 양국 국방장관 회담은 지난해 10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를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었다.
 
정 장관은 이날 회담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 방위상과 함께 한일 국방 협력과 관련해서 좋은 얘기를 나눴다"며 "초계기 근접 위협비행 관련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솔직한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발전시켜나가자는데 의견을 일치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담에서 정 장관은 이와야 방위상에게 한국 함정의 사격통제 레이더(추적 레이더 또는 일본식 화기관제 레이더) 조사(照射ㆍ레이더를 겨냥해 쏘는 것)는 명백한 사실무근임을 설명한 뒤 일본 초계기의 비행에 대해 국제법의 준수를 강조했다. 문제의 본질이 일본 초계기의 근접위협비행 행태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장관은 이어 “한국과 일본은 인접한 우방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긴밀하게 협조하고 공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협력해서 발전시켜 나가자고 하는 데에도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국의 신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이 여전히 초계기 사태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야 방위상은 이날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레이더 조사 사안에 대한 일본 입장은 지난 1월 최종입장 그대로”라며 “진실은 하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시 일본은 “위험한 비행은 없었고, 오히려 초계기가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일본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의 신(新)지침을 언급하며 사실상 철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 군 당국이 초계기 사태 이후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대응 매뉴얼을 의미한다. 일본은 “한국이 신지침을 세워 해군 함정으로부터 3해리 이내로 들어온 군용기에는 사격통제 레이더를 이용한 조사를 경고하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야 방위상은 “해당 지침도 회담 의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사과나 유감 표명은커녕 양국이 각자 할 말을 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갈등을 더 확대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이와야 방위상은 “어느 쪽이 양보해서 대답이 나올 상황이 아니다”며 “우리 견해에 변함은 없지만 미래지향적인 양국 방위 관계를 위해 한 걸음 내닫고 싶다”고 했다. 정 장관 역시 “일본 측에서 저공 위협비행을 인정했는지” 물음에 “그 부분이 잘되고 못되고 이런 걸 떠나서 그런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관계를) 발전시켜가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했다. 그리고 “(초계기 논란이) 마무리됐다기보다 많은 의견 교환을 교환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담은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군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초 샹그릴라 대화에서 한·일 장관 회담을 연다는 데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지만 지난달 28일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시 요미우리 신문은 “이와야 방위상이 지난 사태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군 당국자는 “일본이 국내 여론을 떠보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봤다”며 “양자 회담 개최 여부를 다시 검토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물밑에서 협의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달 18일 이와야 방위상은 “한국과 여러 문제가 일어났지만, 한국 국방장관과 만나 원래 관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한국도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이번 갈등을 어느 정도 봉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 장관은 전날(31일) 샹그릴라 대화 행사장에 들어오면서 “의지가 있으니까 일정이 잘 협의가 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싱가포르에 도착하기 전 양자 회담이 열린다는 데 양국 합의가 이뤄졌고 일시와 형식 등 세부 절차를 정하는 과정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1일 일정은 샹그릴라 대표단이 참석한 전날 만찬에서 확정됐다.
 
국방부 일각에선 이번 사태의 원인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이 뒤에서 또 다른 말을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20일 사태 이후 지난 1월 18·22·23일에도 한국 해군 함정을 향해 위협비행을 했다. 당시 한국 군 당국이 함정 대공 레이더 등 관련 증거로 이를 입증하자, 일본 자민당 의원이 조작설로 맞대응하기도 했다. 초계기 사태가 소강 상태로 접어든 지난 4월에는 일본 언론이 자국 군 당국자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신지침을 일본에 통보했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군 관계자는 “시비를 확실히 가리지는 못하겠지만, 최소 유감 수준에서 일본의 입장을 받아내지 못한 건 아쉽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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