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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시시각각] 족보에도 없는 소득주도 성장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에게 계속 잘못된 정보를 입력하는 참모는 누구일까. 특히 경제와 관련된 문 대통령의 발언은 현실과 괴리된 인식을 거듭 드러낸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직접 챙길 수는 없다. 결국 이런 인식은 미리 내용을 설명해주고 원고를 써 준 참모들의 생각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의 90%는 긍정적 효과를 봤다”고 했지만, 한국은 지금 최저임금의 덫에 걸려 최악의 고용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 올 들어선 “경제 흐름이 견실하다”고 했지만, 소비·투자·생산에 모두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6개월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기업들의 체력이 고갈되면서 세수 상황도 좋지 않다.

누군가 문 대통령에게 어설픈 지식 입력
정통 경제학자에게 10분만 들으면 이해

 
현실과 괴리된 인식의 결정판은 역시 소득주도 성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소득주도 성장은 세계적으로 족보가 있는 이야기”라며 “원래 국제노동기구(ILO)가 임금주도 성장을 주창했고,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나라도 있다”고 말했다. 피상적으론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주류 경제학자들의 얘기를 단 10분만 들어봐도 이게 얼마나 ‘족보 없는’ 말인지 알 수 있다. 임금주도 성장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도 지지한 정책수단(KIP·Keynesian Income Policy)이다. 대공황으로 세계 경제가 극도의 침체에 빠졌을 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케인스는 세금을 감면하고 국가 재정을 풀면 소득과 소비가 늘어난다고 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케인스의 조언대로 재정을 풀고 일거리를 늘려 수렁에 빠진 미국 경제를 살려냈다.
 
비슷한 시기에 폴란드의 좌파 경제학자 미하일 칼레츠키도 비슷한 주장을 들고나왔다. 근로자에게 임금을 더 주면 가계 소득과 소비가 늘어나 경제가 활력을 띤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중요한 단서를 놓쳐선 곤란하다. 케인스는 물론 칼레츠키는 단기부양책으로 근로자의 소득 증대를 꺼내 들었다. 이들은 궁극적으로는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경제가 성장한다고 역설했다. 이것이 바로 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다른 점이다.
 
지금은 1930년대처럼 수요 부족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비약적 기술혁신에 따른 공급 과잉이 늘 문제다. 공산품은 공급이 넘쳐난다. 전 세계가 일본처럼 만성적 저물가 수렁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더 크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 임금을 무작정 올려준들 무엇이 달라지나. 생산성과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편의점주 수입을 알바에게 떼 줘봐야 경제 전체로는 늘어난 소득도 소비도 없을 것이란 얘기다.
 
소득주도 성장이 족보에도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의 과도한 자영업자 비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영업자 비중은 평균 12% 수준이다. 한국은 25%가 넘는다. 이런 고용 구조에서 최저임금을 2년 만에 29.1%나 올렸다. 자영업이 쑥대밭이 되면서 알바는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좋은 약도 체질이 다르면 부작용이 크다. 급격한 고령화로 자영업자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제구조에서 최저임금 과속 인상은 오히려 경제에 독약이 된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가 통계로 실증분석한 자료에서도 최저임금 1% 인상은 실직자 1만명을 양산하고, 결국 소득 하위 1분위 근로소득을 급격히 떨어뜨린 것으로 확인됐다.
 
족보도 마찬가지다. 미국·영국조차 비상수단으로 간주하는 케인스 정책은 정책조합의 한 수단일 뿐이다. 남의 집에서도 이런 대접받는 족보가 내 집에선 더욱 의미가 없다. 청와대 참모들은 당장 대통령에게 족보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우리에겐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고백하라. 그리고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보고하라. 그것이 한국 경제가 최저임금의 수렁에서 탈출하는 길이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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