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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 AIS 갖췄는데 추돌…항해사 과실 ‘인재’ 가능성

다뉴브강 참사 
31일 오전(현지시각)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침몰한 다뉴브강 사고 현장을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부 장관과 함께 둘러봤다. [로이터=연합뉴스]

31일 오전(현지시각)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침몰한 다뉴브강 사고 현장을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부 장관과 함께 둘러봤다. [로이터=연합뉴스]

헝가리 유람선 침몰 원인을 둘러싸고 현지 당국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침몰의 원인이 된 추돌 책임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인명 피해가 난 선박은 길이 27m, 40t 규모의 소형 유람선 ‘허블레아니’이고, 이를 뒤에서 들이받은 선박은 길이 135m, 1000t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이다. 한국인 33명 등 총 35명을 태운 허블레아니호는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바이킹 시긴호와 추돌한 뒤 7초 만에 가라앉았다. 여기까지는 팩트(사실)에 해당한다. 30일(현지시간) 헝가리 경찰 당국은 기자회견에서 “허블레아니호가 사고 직전 갑작스럽게 바이킹 시긴호 앞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밝혔다. 졸트 팔로타이 부다페스트 재난관리국장은 “두 선박은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고 머르기트 다리에 이르렀을 때 허블레아니호가 바이킹 시긴호의 앞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무슨 이유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시 현장 가까이에 있었다는 체코인 승선원 스타니슬라브 마코프스키 역시 “침몰한 허블레아니호가 대형 유람선 바이킹 시긴의 항로를 가로질렀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유람선 왜 침몰했나
다른 배와 거리 유지 GPS도 갖춰
방향 바꿀 때 인근 선박들과 통신
교신 안 했거나 한 쪽이 간과한 듯

경찰 “유람선이 갑자기 방향 틀어”
내륙운송협회 “크루즈선이 추돌”
침몰 원인 싸고 책임 공방 벌어져

이에 비해  헝가리 내륙운송협회 아틸라 벤칙 회장은 “경찰이 공개한 영상을 봐도 허블레아니가 바이킹 시긴 쪽으로 방향을 튼 게 아니며 바이킹 시긴이 추돌한 게 명확하다”고 M1 방송 인터뷰에서 말했다. 교각 인근에 소용돌이가 강하게 일고 있었고 바이킹 시긴이 속도를 늦춰 허블레아니가 교각 아래로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길수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중앙SUNDAY와 전화 인터뷰에서 “항법상 같은 방향으로 진행 중인 바이킹시긴호가 앞서가던 허블레아니호를 추돌했다면 바이킹 시긴호 선장의 과실이고, 허블레아니호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바이킹 시긴호를 추월했다면 진로방해를 한 허블레아니호 선장의 과실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사고 당시 다뉴브강은 계속되는 장대비에 수위가 상당히 올라와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다른 선박 수십척이 문제없이 운항한 데서 보듯 악천후 자체가 원인일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임레 호르배트 헝가리 항해협회 사무총장은 현지국영방송 M1과 인터뷰에서 “사고가 일어난 밤 다뉴브강의 시야가 나쁘지 않았다. 다른 배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가 두 항해사의 부주의 혹은 과실에 따른 인재(人災)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헝가리 현지 언론 인덱스는 익명의 현지 선박전문가를 인용해 “바이킹 시긴호는 선박명, 종류, 위치정보를 알려주는 자동식별장치(AIS)시스템을 갖췄을 테고 소형 카약이 아닌 허블레아니호 규모의 배는 충분히 감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박이 방향을 바꾸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인근 선박들과 통신을 했어야 하는데 두 선박 간 통신이 안 됐거나 통신을 했더라도 다른 한쪽이 간과한 게 비극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레 호르배트 사무총장도 “두 선박 모두 다른 배와의 거리를 4m로 유지할 수 있는 위성항법장치(GPS)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허블레아니호 침몰이 인재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임채현 목포해양대 해양경찰학부 교수는 “다뉴브강처럼 좁은 수로에선 두 선박이 주로 초단파통신장치(VHF)로 교신하고 그게 불가능하면 기적을 울리는 방식을 사용한다”면서 “장비에 문제가 없었다면 아무런 신호 없이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꾼 선장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김길수 교수도 “국제법상 국제항해를 하는 배는 반드시 AIS를 설치해야 하기에 적어도 바이킹 시긴호에는 AIS가 있었을 테고 만약 AIS가 없다 해도 항해 중엔 레이더나 육안으로 선박 간 위치와 항로를 확인한다”면서 “두 배가 제대로 교신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면 인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현지 경찰은 지난 29일 “치명적인 대량 참사를 일으킨 이번 사고에서 위협적인 운항을 한 혐의가 있다”며 우크라이나 출신인 바이킹 시긴호의 선장 유리 C를 구금했다. 헝가리인으로 알려진 허블레아니호 선장은 사고 이후 실종 상태다.
 
김지아 기자, 외신종합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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