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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 통한 한식·프랑스식 셰프…미각엔 국경 없었다

[이택희의 맛따라기] ‘요리 스타’ 권우중·이영훈의 4핸드 디너
권우중 셰프(왼쪽)와 이영훈 셰프가 지난달 7일 서울 청담동 권숙수 레스토랑에서 세 번째 ‘4핸드 디너’ 행사를 함께 진행했다. [신인섭 기자]

권우중 셰프(왼쪽)와 이영훈 셰프가 지난달 7일 서울 청담동 권숙수 레스토랑에서 세 번째 ‘4핸드 디너’ 행사를 함께 진행했다. [신인섭 기자]

여러 나라(지역) 음식들은 근원적으로 같을까, 다를까.
 
호기심이 생기는 만찬이 지난달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있었다. 3년 연속 미쉐린(미슐랭) 2스타 한식당 ‘권숙수’의 권우중(39), 프랑스 요리로 본토에서 한국인으론 처음 1스타를 받고 4년을 지킨 리옹 ‘르빠스떵(Le passe temps·기분전환)’의 이영훈(34), 두 젊은 오너셰프가 펼친 ‘4핸드 디너’. 12가지 음식이 이어졌다.
 
작은 안주(어란과 잣, 한우 육포, 들깨보숭이, 김부각과 호두강정) 주안상.

작은 안주(어란과 잣, 한우 육포, 들깨보숭이, 김부각과 호두강정) 주안상.

도미 타르타르, 훈제 해덕대구 에스푸마(거품 같은 크림), 양고추냉이 기름, 콜리플라워.

도미 타르타르, 훈제 해덕대구 에스푸마(거품 같은 크림), 양고추냉이 기름, 콜리플라워.

제주 딱새우와 오세트라 캐비어를 얹은 참게 계란찜.

제주 딱새우와 오세트라 캐비어를 얹은 참게 계란찜.

버터로 데친 랍스터, 프랑스 완두콩, 랍스터 오일과 통카 빈 양념.

버터로 데친 랍스터, 프랑스 완두콩, 랍스터 오일과 통카 빈 양념.

①작은 안주(어란과 잣, 한우 육포, 들깨보숭이, 김부각과 호두강정) 주안상. ②도미 타르타르, 훈제 해덕대구 에스푸마(거품 같은 크림), 양고추냉이 기름, 콜리플라워. ③제주 딱새우와 오세트라 캐비어를 얹은 참게 계란찜. ④버터로 데친 랍스터, 프랑스 완두콩, 랍스터 오일과 통카 빈 양념.  
 
오리 푸아그라 구이와 섬 감자 뇨끼에 멸치 장국

오리 푸아그라 구이와 섬 감자 뇨끼에 멸치 장국

술찜 후 어육간장 발라 구운 전복, 감태 대게살 죽, 돼지감자·가사리 장아찌.

술찜 후 어육간장 발라 구운 전복, 감태 대게살 죽, 돼지감자·가사리 장아찌.

딸기·오미자청 셔벗, 밤꿀·밤크림, 딸기 생과.

딸기·오미자청 셔벗, 밤꿀·밤크림, 딸기 생과.

비둘기고기 숯불구이, 프랑스 산마늘·아스파라거스·그물버섯 구이.

비둘기고기 숯불구이, 프랑스 산마늘·아스파라거스·그물버섯 구이.

황돔 솥밥과 바지락 어육된장국에 6찬 반상.

황돔 솥밥과 바지락 어육된장국에 6찬 반상.

24개월 숙성 꽁떼 치즈, 뱅존 와인 무스, 무화과 잼.

24개월 숙성 꽁떼 치즈, 뱅존 와인 무스, 무화과 잼.

디저트 ‘봄날 밤’

디저트 ‘봄날 밤’

다과와 매화차.

다과와 매화차.

⑤오리 푸아그라 구이와 섬 감자 뇨끼에 멸치 장국. ⑥술찜 후 어육간장 발라 구운 전복, 감태 대게살 죽, 돼지감자·가사리 장아찌. ⑦딸기·오미자청 셔벗, 밤꿀·밤크림, 딸기 생과. ⑧비둘기고기 숯불구이, 프랑스 산마늘·아스파라거스·그물버섯 구이. ⑨황돔 솥밥과 바지락 어육된장국에 6찬 반상. ⑩24개월 숙성 꽁떼 치즈, 뱅존 와인 무스, 무화과 잼. ⑪디저트 ‘봄날 밤’(팥수프, 쌀크림, 딜셔벗, 밀크초콜릿케이크). ⑫다과(송화다식, 홍삼캐러멜, 잣구리, 쑥크림슈, 오미자봉봉, 망고 생과)와 매화차.
  
권 "원재료 맛 극대화 표현 스타일 같아”
 
한국인 요리사로서 자기 분야 최전선을 달리는 두 사람의 음식은 나올 때마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양쪽 요리가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맛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설명하지 않으면 누구 요리인지 모를 만큼 미각의 경계가 없다. ①③⑥⑨⑪⑫는 권 셰프, ②④⑤⑦⑧⑩는 이 셰프 음식이다.
 
두 사람의 이런 행사는 세 번째다. 지난해 9월 부르고뉴 고성에서 파리 유네스코 외교 사절들 초청 행사가 처음이고, 2차는 지난 1월 리옹 ‘르빠스떵’에서 했다. 그동안 두 사람은 여러 날 많은 음식과 와인을 맛보며 요리·레스토랑·오너셰프에 관해 폭넓게 대화하고 직업적 애환을 공감했다.
 
2차 행사 다음 날 저녁 권 셰프는 이 셰프 음식을 처음 제대로 맛봤다(이전엔 행사 때 남은 음식만 먹어봤다). 그날의 느낌을 SNS에 올렸다.
 
“훌륭했다. 작은 레스토랑에서 폭발적 파워를 보여줬다. 한국적 요소가 중간중간 엿보이는 퍼포먼스가 독창적이다. 프랑스 음식에 대해 가장 보수적인 ‘미식의 성지’ 리옹에 있기에 별이 하나지 다른 도시이면 두 개는 충분히 딸 음식이다. 약간 지쳐가던 내 가슴의 불을 다시 지피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2016년 봄에 처음 만났다. 미쉐린 1스타를 받은 이 셰프는 귀국해서 유명 식당을 돌며 겨루기 선문답을 홀로 나눴다. ‘권숙수’에서도 식사를 한 뒤 권 셰프와 인사를 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이 그해 가을 처음 나올 예정이었다. 먹어보고 별 2개라고 ‘예언’했는데 진짜 그렇게 됐다.
 
4핸드 행사는 권 셰프가 제안했다. 서로의 레스토랑을 오가며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의기투합했다. 게스트가 메뉴를 내놓으면 호스트가 거기에 어울리게 자기 요리를 배치해 코스를 편성했다. 권 셰프는 “성향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분야는 달라도 맛을 느끼는 스타일과 표현하려는 포인트가 비슷하다. 재료에 향과 맛을 입혀서 원래 맛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그렇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셰프는 “상대의 음식이 맛있다고 느껴야 함께할 수 있는데 서울에서 먹어본 가운데 권숙수가 최고였다. 맛이 없었으면 함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특이하게 아버지가 요리사 인생의 길잡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시절 CF 감독 겸 카피라이터로 날리던 권 셰프의 아버지는 선진국에서 요리사의 사회적 위상과 가치를 미리 알아보고 아들에게 “예술의 완성은 요리”라고 권했다. 그 가르침이 권 셰프에게 “요리는 내 인생 자체”라며 매진하는 에너지의 원천이 됐다.
 
이 셰프는 대입시에 거푸 낙방하고 낙심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조리과 진학을 추천했다. 졸업하고 식당에서 일하다가 2009년 2월 프랑스로 갔다. 현지 언어는 ‘봉주르’ 말고 아는 게 없던 그는 프랑스 요리사로서 본토 음식 맛이라도 보고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아내(2010년 결혼)와 함께 도전에 나섰다.
 
어학연수를 10개월 받고 폴 보퀴즈 요리학교에 들어갔다. 말은 떠듬떠듬했지만 1등을 놓치지 않을 만큼 독하게 공부했다. 졸업 후 파리의 미쉐린 2스타 식당에서 영입 제안이 왔지만 물리쳤다. 손님 5명만 받고 말더라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식당을 해보고 싶었다.
  
이, 푸아그라 구이에 멸치 장국 요리 대박
 
돈도, 아는 사람도 없는 만리타국 리옹에서 천신만고 끝에 2014년 4월 식당을 열었다. 돈이 급해 공사가 끝난 다음 날 메뉴 테스팅도 제대로 못 한 채 개점했다. 음식을 만들어 보니 생각한 맛이 안 나왔다. 맥이 풀리고 두려웠다. 주방에서 직원들 다 내보내고 맛이 나올 때까지 혼자 메뉴 개발을 다시 했다. 2시간 사투 끝에 내놓은 음식이 그의 성공작이자 대표 음식이 됐다.
 
1년 안에 이룰 목표였던 26석 만석이 3주 만인 5월 첫 토요일에 꿈처럼 실현됐다. 21개월 뒤에는 미쉐린 1스타를 받았다. 폴 보퀴즈(1926~2018)가 직접 편지를 보내 축하했다.
 
그의 대표 메뉴는 푸아그라 구이에 김 가루를 뿌리고 멸치 장국을 부은 음식이다. 형식이 잔치국수와 비슷하다. 그는 “멸치육수와 간장이 푸아그라의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고 했다. 실제 그랬다. 간장은 한국에서 흔한 공장제품을 쓴다. 좋은 간장으로 바꿨더니 반응은 외려 안 좋았다. 그는 자신을 ‘프랑스 요리를 하는 한국인’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 방식을 접목해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식당 손님은 이미 한국 간장 맛에 익숙하고, 바꾸면 알아챌 정도가 됐다.
 
한식진흥원에서 열린 한국·폴란드 수교 30주년 음식문화 교류전에 온 폴란드의 카를 오크라사 셰프(바르샤바 인터컨티넨탈 호텔 수석주방장)는 미쉐린  
 
1스타 한식당 ‘주옥’의 신창호 셰프가 만든 애호박 감자옹심이를 보더니 “한식인지, 폴란드 음식인지 잘 모르겠다. 별로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폴란드 전통 감자요리 2가지를 소개했다.
 
음식이 환경과 여건에 따라 지역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도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맛과 가치는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이택희 음식문화 이야기꾼 lee.tackhee@joins.com
전직 신문기자. 기자 시절 먹고 마시고 여행하기를 본업 다음으로 열심히 했다. 2018년 처음 무소속이 돼 자연으로 가는 자유인을 꿈꾸는 자칭 ‘자자처사(自自處士)’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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