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나랏돈 씀씀이'의 원칙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3년 지나면 40%대 중반이 될 듯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홍 부총리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향후 재정 운용 방향과 관련해 국가채무를 GDP의 40% 안팎에서 관리하겠다고 보고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40%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는 나랏돈을 더 풀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고, 며칠 만에 예상 국가채무 비율(이하 GDP 대비)이 올라갔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 철학은 ‘확장 재정’입니다. 세입과 세출의 균형을 최대한 맞춰야 한다는 '균형 재정'을 금과옥조로 여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지요. 올해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39.5%로 예상합니다. 이 비율이 미국은 107%, 일본은 2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13%입니다. 나라 살림이 건전하니 경제가 어려울 때는 빚을 내서 돈을 더 풀어 경기를 살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6일 오후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민간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재정이 경제활력 제고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6일 오후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민간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재정이 경제활력 제고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논란은 이 지점입니다. ‘빚’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집니다. 요즘 화두로 떠오른 게 '현대통화이론(MMTㆍModern Monetary Theory)'입니다. 가계는 빚을 갚지 못하면 파산합니다. 빚의 공포입니다. 하지만 국가는 처지가 다르다는 게 MMT의 전제입니다. 
 
현재의 통화신용시스템하에서 국가는 유일하게 돈을 발행할 수 있는 주체입니다. MMT 이론가들은 나랏빚이 쌓이더라도 국가는 파산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윤전기를 돌려 돈을 찍어 내면 되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이 돈으로 공공 투자를 확대해 일자리를 만들어 양극화 등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정부의 지출은 세수에 제약될 수밖에 없고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정통 경제학의 균형 재정 관점과는 다른 시각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까지 도입했지만 일자리 감소, 양극화, 디플레이션 등을 해소하지 못했습니다. 통화정책이 더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 돈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고 양극화를 줄이자는 게 MMT의 취지입니다. 
 
돈을 풀어 공공사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빚을 내야 합니다. 나랏빚이 단기적으로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일자리가 생깁니다. 일을 해 납세자의 소득이 늘어나면 세수가 늘어 풀린 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빚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 활용하면 경제가 성장 궤도를 타면서 장기적으로 오히려 빚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에서도 논쟁이 불붙을 조짐입니다. 반대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입니다. 재정 적자가 심해진다는 건 국가의 저축 여력이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이는 대부시장에 들어가는 자금이 줄면서 이자율이 올라가는 요인이 됩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원화값이 상승하면서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적자가 심해지면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면서 경제의 안정성은 급속하게 흔들립니다. 한국에 투자한 외국 자본이 철수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미국이나 일본 같은 기축통화국은 달러나 엔화를 찍어 적자를 메우면 되지만 한국 원화로는 역부족이죠. 원화를 찍어 봤자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나 엔화를 사오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는 위기를 피할 수 없습니다.  
 
국가부채 비율을 몇%로 맞춰야 한다는 식의 모범답안은 없습니다. 양극화 해소, 저출산ㆍ고령화 대책 마련, 통일 대비 등 앞으로 나랏돈 들어갈 곳 많습니다. 나랏돈을 무조건 아껴서도 안 되지만 흥청망청 써도 안 됩니다. 결국 어떻게 나랏빚을 내고, 관리하면서 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킬지에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일회용 일자리 같은 휘발성 용도로 나랏돈을 쓰는 건 효과가 없습니다. 나랏돈은 경제의 토대를 강화하는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곳에 사용해야 합니다. MMT 논쟁을 계기로 나라 살림을 어떻게 든든하게 꾸리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지에 대한 토론이 확산하길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