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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WTO 패배 보복…“한국산 넙치 검역 강화” 기습 발표

일본 정부가 넙치(광어) 등 한국산 수산물에 대한 검역 강화 조치를 시행 이틀을 앞두고 기습 발표했다.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 수산물 분쟁 결과에 대한 일본의 대항 조치로 보인다.
 
30일 일본 후생노동성은 한국에서 수입되는 넙치 등에 대한 검역 검사를 다음 달 1일부터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상은 넙치 외에도 냉장 조개류(피조개, 키조개, 새조개)와 냉장 성게가 해당한다. 넙치의 경우 수입량에 대한 검역 비율을 현재 20%에서 40%로 늘린다. 활어 상태의 넙치는 한국에서만 수입하고 있다. 구토와 설사를 유발하는 일명 ‘쿠도아충(Kudoa Septempunctata)’에 의한 집중조사가 명목이다. 생식용 냉장 조개류와 성게에 대해선 복통이나 발열을 유발하는 병원성 미생물 및 장염비브리오균에 대한 검사량을 10%에서 20%로 늘릴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수입규제 강화조치를 ‘안전성 확보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해당 수입물에 의한 식중독 피해가 늘고 있기 때문에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한 관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후생성에 따르면 일본 국내에서 한국산 넙치의 기생충으로 인한 식중독 발생 건수는 2015년 8건(이하 환자수 62명), 2016년 10건(113명), 2017년 5건(47명), 2018년 7건(82명)이었다.
 
그러나 이번 검역 강화 조치가 시행을 겨우 이틀 앞두고 기습 발표한 데다가 한국산 수산물만 콕 집은 ‘표적 조치’라는 점에서 한국에 대한 대항 조치로 풀이된다. 더구나 한국 측엔 사전 통보조차 없었다고 한다.
 
주일대사관 윤상훈 수산관은 “넙치로 인한 식중독 문제는 해양수산부 차원에서도 조사를 벌이는 등 노력을 해왔던 문제이고, 일본 측과 협의를 진행 중인 사안이었다”면서 “검역 강화는 예상하지 못했던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을 통해 조치사항을 먼저 알린 데 대해서는 항의 조치가 필요할 경우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2015년부터 후쿠시마 주변 8개현 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이 제소한 WTO 분쟁위원회에서 1심은 한국 정부의 조치가 WTO 협정에 위반한다고 판단했으나, 최종심에 해당하는 상급위원회는 이를 뒤집고 사실상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일본 정부는 WTO 결정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한국 측에 “수산물 수입 규제를 철폐할 것”을 요구해왔다. “2심 위원회는 한국의 수산물 수입 규제가 WTO 위반인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는 게 일본 정부의 주장이다. 2심 판결 직후 자민당 대책회의에선 실제 “한국산 수산물에서 대장균이 나오니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었다.
 
이번 조치는 일본이 WTO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준법투쟁’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를 시작으로 대항 조치를 폭넓게 꺼낼 가능성도 있다. 후생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검역 결과에 따라서는 향후, 수입량 전량에 대한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김상진 기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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