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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아름다운 한옥 '운경고택', 25년 만에 문을 열다

운경 이재형 선생의 서울 사직동 한옥이 선생 타계 후 처음으로 5월 한 달간 목공예 작가 하지훈,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의 전시 행사를 통해 일반에 공개됐다. 최정동 기자

운경 이재형 선생의 서울 사직동 한옥이 선생 타계 후 처음으로 5월 한 달간 목공예 작가 하지훈,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의 전시 행사를 통해 일반에 공개됐다. 최정동 기자

5월 한 달 간 서울식 전통한옥인 운경고택에서 의미 있는 전시가 열렸다.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모노콜렉션 대표)과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계원예술대 교수), 두 작가가 고택에 어울리는 공예작품을 제작, 전시하는 ‘차경(借景), 운경고택을 즐기다’였다.  

우리 고유의 정서와 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온 두 작가는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런 두 사람이 함께 작업했다는 것도 의미 있지만, 현대인의 실용성과 쓰임새에 맞는 공예작품을 오래된 한옥에 배치함으로써 잘 보존돼온 아름다운 고택의 가치와 운치를 새삼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전시였다.  
운경고택의 안채 앞에는 작은 연못이 조성돼 있다.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연못 풍경은 고즈넉한 운치가 있다. 최정동 기자

운경고택의 안채 앞에는 작은 연못이 조성돼 있다.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연못 풍경은 고즈넉한 운치가 있다. 최정동 기자

 
사직공원 앞을 지나 낮은 언덕길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운경고택은 제12·13대 국회의장을 지낸 운경(雲耕) 이재형(1914~1992) 선생이 1953년 매입해 작고 시까지 거주했던 곳이다. 조선시대 도정궁이 있던 터로 알려져 있는데, 도정궁은 조선 제14대 왕인 선조의 아버지이자 중종의 막내아들인 덕흥대원군이 살던 곳으로 선조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운경 선생은 선조의 일곱째 아들인 인성군의 후손으로 한국전쟁 이후, 서울로 돌아와 조상의 체취가 남아 있는 이곳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운경 선생이 작고한 후에는 후손들이 운경재단을 설립하고 현재까지 관리하고 있다.  
 
조선시대 양반가옥인 운경 고택은 행랑채·사랑채·안채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랑채와 안채는 낮은 담으로 구분돼 있고 그 사이에는 작은 연못이 마련돼 있다.  
 
사랑채에는 서화가 김용운 선생이 쓴 ‘긍구당(肯構堂)’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이는 서경에 나오는 구절로 ‘조상의 유업을 잘 계승시켜 발전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운경 선생의 8남매 중 둘째인 이두용 운경재단 고문은 “사랑채는 아버님 생전에 수많은 정객들이 드나들던 정치인의 사랑방으로 한옥이 가진 사랑채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몇 안 되는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운경고택 사랑채의 좌식 공간. 목공예 작가 하지훈이 만들고, 장응복 작가가 패브릭을 씌운 '삼각침'. 원형반, 장식장 등이 놓여 있다. 창에도 장응복 작가가 만든 천이 걸려 있다. 최정동 기자

운경고택 사랑채의 좌식 공간. 목공예 작가 하지훈이 만들고, 장응복 작가가 패브릭을 씌운 '삼각침'. 원형반, 장식장 등이 놓여 있다. 창에도 장응복 작가가 만든 천이 걸려 있다. 최정동 기자

운경고택의 사랑채 중 입식 공간. '호족소파'와 '원형반' 등이 놓여 있고 패브릭 소품들이 전시됐다. 최정동 기자

운경고택의 사랑채 중 입식 공간. '호족소파'와 '원형반' 등이 놓여 있고 패브릭 소품들이 전시됐다. 최정동 기자

온돌형태의 좌식과 입식,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눠진 사랑채는 하지훈 작가가 형태를 만들고, 장응복 작가가 한국의 전통문양을 적용해 만든 패브릭을 씌운 ‘삼각침’ ‘호족 소파(소반의 일종인 호족반 다리를 뒤집어 다리를 만든)’ 등이 전시됐다. 두 작가는 벽지처럼 산수화가 걸려 있는 이 공간에 사랑채라는 특성상 남성적인 느낌의 골드 컬러와 귀족적인 보라색을 주로 사용했다.            
 
운경고택의 안채 마루. 창문을 열면 뒤뜰의 호젓한 풍경이 펼쳐진다. 자연을 집안으로 들이는 '차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풍경이다. 최정동 기자

운경고택의 안채 마루. 창문을 열면 뒤뜰의 호젓한 풍경이 펼쳐진다. 자연을 집안으로 들이는 '차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풍경이다. 최정동 기자

운경고택 안채에 이어진 툇마루에 하지훈 작가가 만든 '원형반'과 장응복 작가가 한국의 전통문양을 차용해 제작한 패브릭 방석이 놓여 있다. 최정동 기자

운경고택 안채에 이어진 툇마루에 하지훈 작가가 만든 '원형반'과 장응복 작가가 한국의 전통문양을 차용해 제작한 패브릭 방석이 놓여 있다. 최정동 기자

운경고택 사랑채 툇마루에 놓여 있는 미니 탁자는 하지훈 작가가 소반 구조에 알루미늄에 구멍을 뚫어 문양을 새긴 상판을 얹어 만들었다. 최정동 기자

운경고택 사랑채 툇마루에 놓여 있는 미니 탁자는 하지훈 작가가 소반 구조에 알루미늄에 구멍을 뚫어 문양을 새긴 상판을 얹어 만들었다. 최정동 기자

연못이 있는 정원에는 서부해당화를 비롯해 수령이 60년이 넘은 라일락 등이 정갈하게 심어져 있다. 안채 마루에 앉으면 앞뜰의 연못 풍경과 뒤뜰의 나무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전시 제목 ‘차경’의 의미가 무엇인지 절로 알게 되는 풍경이다. 창을 창으로 보지 않고, 풍경을 담는 액자로 여겼던 선조들은 이렇게 마루에 앉아 창과 문을 통해 자연의 변화무쌍한 풍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즐겼던 것이다. 하지훈 작가가 나주소반의 다리를 차용한 초록색 ‘나주소파’는 앉기도 편하고 커피 잔과 책을 올려두기에도 좋아 보인다.      
안채 건넌방에 전시된 장응복 작가의 ‘백자호 지장’‘소반다리 화문석’ ‘보료와 잇기이불’, 하지훈 작가의 ‘호족평상’‘원형반’ ‘달조명’, 두 작가가 협업한 ‘삼각침’. [사진 운경재단]

안채 건넌방에 전시된 장응복 작가의 ‘백자호 지장’‘소반다리 화문석’ ‘보료와 잇기이불’, 하지훈 작가의 ‘호족평상’‘원형반’ ‘달조명’, 두 작가가 협업한 ‘삼각침’. [사진 운경재단]

운경고택 안채 중 하나의 방을 장응복 작가가 다실로 꾸몄다. 최정동 기자

운경고택 안채 중 하나의 방을 장응복 작가가 다실로 꾸몄다. 최정동 기자

 
안채는 마루를 중심으로 다시 두 개의 큰 방으로 나뉘어 있는데, 두 작가는 그 중 하나를 다실로, 나머지 하나는 게스트 룸으로 연출했다. 각각의 방에는 장응복 작가의 ‘백자호 지장’ ‘소반다리 화문석’ ‘보료와 잇기이불’, 하지훈 작가의 ‘호족평상(소반 중 호족반의 다리를 응용한 가구)’ ‘원형반’ ‘달조명’ 등이 놓였다.  
사랑채 툇마루에 놓인 하지훈 작가의 ‘호족반’. [사진 운경재단]

사랑채 툇마루에 놓인 하지훈 작가의 ‘호족반’. [사진 운경재단]

운경고택 안채 퇴마루 끝에 놓인 검정색 장. 이케아에서 구입한 저렴한 나무 장을 하지훈 작가가 은박 장석으로 고급스럽게 꾸몄다. 최정동 기자

운경고택 안채 퇴마루 끝에 놓인 검정색 장. 이케아에서 구입한 저렴한 나무 장을 하지훈 작가가 은박 장석으로 고급스럽게 꾸몄다. 최정동 기자

 
운경고택 뒤뜰에 작은 평상을 만들고 하지훈 작가의 '호족반'과 '삼각침'을 놓았다. 은은하게 무늬가 비치는 패브릭은 장응복 작가의 작품이다. 최정동 기자

운경고택 뒤뜰에 작은 평상을 만들고 하지훈 작가의 '호족반'과 '삼각침'을 놓았다. 은은하게 무늬가 비치는 패브릭은 장응복 작가의 작품이다. 최정동 기자

운경 선생의 손녀딸인 이미혜 운경재단 이사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장학재단을 운영하며 가족들이 소중히 지키고 가꿔온 이곳이 훼손될까 조심스러워 지금껏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25년 만에 문을 활짝 열게 됐고 두 분의 작가들과 함께 멋진 전시를 치르면서 고택의 기운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판매 수익금과 입장료는 모두 재단에 기부돼 장학사업과 운경추모사업, 저소득층 학생들을 지원하는 데 쓰이게 된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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