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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국 자동차의 ‘동상이몽’… 공룡일까, 프랑켄슈타인일까

르노-FCA 합병논의는 단순히 자동차 회사들끼리의 협상이 아니다. 각국 정부와 회사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사진 각 업체]

르노-FCA 합병논의는 단순히 자동차 회사들끼리의 협상이 아니다. 각국 정부와 회사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사진 각 업체]

‘프랑스(르노)·이탈리아(피아트)·미국(크라이슬러)·일본(닛산) 자동차 회사의 동상이몽’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르노의 합병이 급물살을 타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평가다. 합병이 성공할 경우 글로벌 판매량 1500만대가 넘는 ‘완성차 공룡’이 탄생할 수 있지만, 4개국 자동차 회사와 정부의 이해관계가 달라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들은 29일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그룹 회장이 이날 도쿄에서 열리는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의 월례이사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세나르 회장은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최고경영자(CEO), 마스코 오사무 미쓰비시자동차 회장 등을 만나 “현재 진행 중인 (합병) 협상은 전체 연합뿐 아니라 닛산·미쓰비시에도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일본, “동등한 대우” vs 프랑스, “일자리 지켜야”
하지만 일본 자동차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특히 이번 협상 과정에서 닛산이 소외된 것에 대해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닛산은 1999년 경영위기 당시 르노의 출자로 기사회생했다. 르노는 닛산 지분의 43.4%를 갖고 있으며, 닛산은 르노 지분의 15%를 보유하고 있지만 의결권이 없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 회장의 몰락 이후 동등한 경영권을 요구해 온 닛산으로선 이번 합병 과정에서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형편이다. 닛산 측은 “르노와 FCA가 50대50 지분으로 합병하면 닛산에 대한 르노의 지분도 절반으로 줄어들고, 25% 이상 지분을 가져야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일본 국내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20년 된 르노·닛산 간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장 도미니크 세나르(왼쪽) 르노그룹 회장과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CEO가 지난 3월 닛산 이사회 직후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장 도미니크 세나르(왼쪽) 르노그룹 회장과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CEO가 지난 3월 닛산 이사회 직후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르노그룹 지분의 15%를 소유한 프랑스 정부 입장도 미묘하게 다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장관은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르노와 FCA가 합병하려면 프랑스 내의 일자리와 설비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감소 없는 합병이 아니라면 지지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르노그룹은 프랑스의 전차·군용기동차량을 생산하는 방위산업체이기도 하다.
 
FCA가 르노와의 합병카드를 꺼내 든 건, 이른바 ACES(자율주행(A)·커넥티드(C)·전동화(E)·공유(S))로 대변되는 미래 차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다. 이탈리아 최대 완성차 업체인 피아트는 2009년 미국 완성차 업체 크라이슬러가 파산하자 당시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회장 주도로 크라이슬러를 인수했다.  
한때 미국 자동차 ‘빅3’로 불렸던 크라이슬러는 1980년대 리 아이아코카 회장 주도로 급성장했지만 다시 경영위기를 겪으면서 98년 다임러그룹(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에 인수됐다. 다임러그룹은 대규모 투자로 미국시장 진입을 노렸지만,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2007년 다시 매각했다.
 
이탈리아, “미래차 대비” vs 미국, “제 목소리 낼 때” 
지난해 FCA 마르치오네 회장이 사망한 뒤 회장에 오른 존 엘칸은 피아트 창립자 가문의 후손이다. 피아트는 란치아·알파로메오 등을 거느린 이탈리아 최대 완성차 업체지만, 크라이슬러 인수 이후 경영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엘칸 회장이 르노와 합병이란 승부수를 던진 건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미래차 분야의 연구·개발(R&D) 비용을 아끼고, 유럽 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존 엘칸 FCA 회장은 르노와의 합병을 통해 미래차 개발비용을 아끼고 유럽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엘칸 회장이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페라리 F8 트리뷰토 소개 행사에 참여한 모습. [AP=연합뉴스]

존 엘칸 FCA 회장은 르노와의 합병을 통해 미래차 개발비용을 아끼고 유럽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엘칸 회장이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페라리 F8 트리뷰토 소개 행사에 참여한 모습. [AP=연합뉴스]

FCA그룹에 속해있지만 크라이슬러의 속내도 다르다. 크라이슬러는 구글의 자율주행 전문회사 웨이모와 함께 자율주행차 상용서비스를 하고 있다. FCA그룹 내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두 브랜드(지프·닷지 램)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룹 내에서 ‘제 목소리’를 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4개국 네 회사의 동상이몽이 어떻게 끝날지는 알 수 없다. 공룡이 탄생할 수도 있고, 프랑켄슈타인이 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동차 발명 이후 100년 만에 가장 큰 변화라는 ‘카마겟돈(자동차와 세상의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을 합성한 단어)’을 맞아 완성차 업계 간, 완성차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간 합종연횡은 계속될 전망이다.  
 
모빌리티 합종연횡 가속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 폴크스바겐은 미국 2위 완성차 업체 포드와 제휴를 추진 중이다.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의 양대산맥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도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폴크스바겐과 세계 1위를 다투는 일본 도요타는 ICT업계와 폭넓은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에 투자하고 있으며, 디디추싱·우버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와는 모빌리티 서비스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도 했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 5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소규모 제휴에 그치고 있다. 글로벌 합종연횡 구도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그랩·레브), 자율주행·인공지능(바이두) 등에 투자·협력하고 있지만 ‘판’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주도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신이 버거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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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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