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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치와 군사의 조화로운 관계 복원 시급하다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

문재인 정부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이루기 위해 ‘책임국방으로 강한 안보를 구현’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가안보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근본 이유는 한마디로 정치와 군사의 부조화에 있다고 본다.
 
지난 3일 문 대통령은 군 지휘부에게 ‘9·19 군사합의의 성실한 이행과 한반도 긴장 완화를 통한 남북 간 신뢰구축’을 지시했다. 그다음 날과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보란 듯이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잇따라 발사했다. 이런 북한의 위협을 당시 청와대와 여당, 국가정보원뿐 아니라 합참까지도 한목소리로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새뮤얼 헌팅턴은 『군인과 국가』에서 “군인은 상대의 의도보다 능력에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의도는 본질상 정치적이고 변하기 쉬워 올바로 평가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합참은 위협 평가에서 군사 전문적 관점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
 
최근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김정은은 자유민주사상에 접근한 상태”라고 말하고 북한 핵과 화생무기를 뺀 재래식 군사력은 위협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정부 초대 국방수장의 발언이라 황당하고 충격적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도발,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연이은 도발은 우리가 불안정한 평화 상태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다. 북한 경제난으로 전쟁 지속 능력이 형편없지만, 북한 육군의 70%와 해·공군의 50%가 평양-원산 라인 이남에서 공세적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쟁 초기 며칠 동안 우리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만큼 여전히 위협적이다.
 
이 정부 들어 ‘국가안보전략서’ ‘2018 국방백서’ ‘군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서 ‘북한 정권과 군이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북한이 남조선 혁명의 성격을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으로 규정하는 사실도 적시하지 않았다.
 
물론 북한은 교류 협력의 대상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김정은 정권과 그의 ‘혁명 무력’인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남과 북을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까지 대적관(對敵觀)을 포기해야 하는가.
 
송영무 전 장관은 2017년 국회 청문회에서 수십 년간 지속해온 우리의 기본 방어체계를 완전히 바꾸겠다고 했는데 이는 문민정부 각료의 월권적 발언이었다. 그는 ‘작전계획 5015’와 연합방위태세에 정통한 한·미 양국 군사리더십의 판단을 먼저 구했어야 옳았다.
 
지난해 9·19 남북군사합의가 채택될 때까지 야전군급 이하 전방 지휘관들은 의견 개진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추후 북한이 전략적 게임플랜에 따라 점차 도발 강도를 높여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기습 도발을 자행할 경우 현장 작전지휘관들이 도발 억제와 즉응 문제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떠안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그동안 연합연습도 줄줄이 중단·축소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초 발표 이전에 한·미 군사지휘부는 숙의했어야 맞다. 앞으로 북한 태도를 지켜보다가 준비 태세와 직결되는 연습 재개만큼은 적시에 건의해주기를 바란다.
 
김정은 위원장은 비밀 교시에서 “어떤 광풍이 불어도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위장 평화 뒤에 숨어 총칼을 벼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인은 문민 통치의 원칙을 철저히 존중해야 하겠지만, 정치인은 군사의 고유 영역을 침해해선 안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모리스 가믈랭 프랑스 육군총사령관이 독일군의 전격전을 저지하지 못한 책임 때문에 반역죄로 군법회의에 회부된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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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