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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의 시선] ‘타다’는 짬뽕인가, 라면인가

이상언 논설위원

이상언 논설위원

짬뽕은 중국 음식인가, 한국 음식인가. 나가사키 짬뽕은 또 뭔가. 짬뽕은 혁신적 먹거리인가, 그저 그런 잡탕인가. ‘웃기는 짬뽕’은 칭찬인가, 욕인가.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의 김정호 대표가 타다를 향해 “진짜 웃기는 짬뽕”이라고 말했다. “서민은 돈 내고 면허권을 사고 차량도 구입해야 하는데 그냥 앱이나 하나 만들어서 하면 되나요”라고 물으면서. 웃기는지는 모르겠고, 정체가 모호하다는 면에서 타다와 짬뽕이 비슷하긴 하다. 타다는 도대체 무엇인가.
 
① 타다는 택시인가? 법규상 택시가 아니다. 렌터카다. 보통 ‘렌트한다’ 하면 최소 하루는 차를 빌리는 것을 의미하므로 다소 혼란스럽지만 타다 차량은 명백히 렌터카다. 그렇게 등록돼 있다. 따라서 타다 이용은 곧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렌트하는 것’이다. 탄 사람은 승객이 아니라 임차인이고, 내는 돈은 요금이 아니라 대여료다. 운전자는 이중 지위를 갖는다. 빈 차로 이동할 때는 차량 운반을 담당하는 렌터카 회사 용역 직원이고, 임차인이 탔을 때는 렌터카 회사의 알선을 통해 승객, 아니 임차인이 고용한 개인 기사다. 대여료에 기사 인건비가 포함된다.
 
이용객에게 택시인지, 렌터카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원하는 데까지 편하게 잘 가고, 비용에 불만이 없으면 된다. 갈비인지, 통닭인지가 뭐 그리 중하겠는가. 맛있으면 그만이지. 타다 앱(애플리케이션)에는 택시·렌터카, 이 두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동 경험 제공’이라고 설명한다. 타다는 야근자 택시비 지원 제도를 갖춘 기업에 해당 규정 글귀를 ‘택시비·렌트비 지원’으로 고쳐야 하느냐 같은 작은 고민거리를 안기지만 지엽적 문제일 뿐이다. 그보다 더 큰 일은 사고로 이용객이 크게 다쳤을 때 승객이 아니라 렌터카 임차인이라서 보험 배상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게 걱정되면 안 타면 된다.
 
② 타다는 합법인가? 택시 기사들이 이렇게 물었는데 정부가 답을 안 한다. 타다 고발(개인택시 기사들이 했다) 사건에 대한 검찰 판단에 따르겠다고 한다. 검찰은 고민 중이다. 택시업계에선 타다가 ‘나라시(무면허 택시)’와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한다. 분쟁 핵심에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있다. ‘자동차대여사업자(렌터카 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에는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에게는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고 돼 있다. 여행지에서 대가족이 함께 움직이기 위해 승합차를 렌트했는데 아무도 1종 운전면허를 갖고 있지 않을 경우 등을 가정하고 만든, 금지 예외 조항이다.
 
타다 차량은 모두 11인승 승합차다. 여기에서 타다 기획자의 기발함이 빛난다. ‘렌터카 등록+11인승 차량 운전자 실시간 알선=택시 면허 없는 택시 사업’이라는 절묘한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국토교통부 공무원은 “봉이 김선달 뺨치는 진짜 머리 좋은 사람”이라고 기획자를 평했다. 택시가 아니므로 요금·3부제(3일 중 하루는 영업 금지) 규제는 받지 않으면서 사실상 택시 사업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불법인지 합법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 공무원은 신중하다. 어려운 일은 ‘사회적 대타협’에 맡긴다.
 
③ 타다는 혁신인가? 타다 홈페이지에는 ‘새로운 혁신이란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고 쓰여 있다. 드러내 놓고 말은 안 하지만 자신들은 혁신이라고 믿는 눈치다. 김정호 대표는 생각이 다르다. “모바일 앱 없이도 나라시 영업은 다 했고, 지금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전화 통화에서 “새로운 가치 창출이라기보다는 운수사업 이득 나눠 먹는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크고 깨끗한 차에 평균적으로 더 젊고 더 친절한 기사, 이용자들의 반응은 대략 이렇다. 대신 요금이 20%가량 비싸다. 7명까지 탈 수 있지만 그렇게 떼 지어 타는 일은 드물다. 온실가스 많이 내뿜는 디젤 승합차 운행이 늘어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다는 사회 가장자리에 있는 택시 기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진 전 장관은 “슈퍼마켓 만들어 구멍가게 죽이는 걸 혁신이라고 우기지는 말아야 한다”고 했다. 며칠 전 타다와 사업 모델이 같은 ‘파파’가 등장했다. 역시 11인승 승합차다. 제3, 제4의 타다를 준비하는 업체도 여럿이다. 택시로 포장된 렌터카가 웃기는 짬뽕에 그치면 차라리 다행이겠는데, 점점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 돼 간다.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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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