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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안해…뉴욕·도쿄 부동산에 꽂힌 부자들

이달 27일 서울 역삼동 신한아트홀에서 미국과 일본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고 소개하는 행사에 100여명의 자산가가 몰렸다. [사진 신한은행]

이달 27일 서울 역삼동 신한아트홀에서 미국과 일본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고 소개하는 행사에 100여명의 자산가가 몰렸다. [사진 신한은행]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역삼동 신한아트홀에서 열린 해외 부동산 투자설명회. 신한은행이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미국과 일본의 부동산 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비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100여 명이 찾아와 행사장을 메웠다.
 
강연자로 나선 컨설팅 업체 나이트프랭크 코리아의 이희성 대표는 “고액 자산가들은 베트남·인도네시아 같은 지역보다 안전하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미국 시장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뉴욕 맨해튼의 고급 주택은 매매가가 최소 50억원으로 투자 이민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50대 중반의 자산가는 “국내 경제가 불안해서 미국 부동산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자녀도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어 미래를 생각한다면 미국이 더 나을 거 같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고액 자산가가 늘고 있다. 지난 1분기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0.3%)를 기록하고 주식·부동산 시장도 불안한 상황에서 국내에선 ‘재산’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자산가들 사이에선 국내 실물경기는 앞으로 5년간 더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았다. 올해 초 KEB하나은행이 자산가 922명의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코리안 웰스 리포트’)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경기 침체를 예상했다. 완만하게 회복할 것이란 전망은 열 명 중 한 명꼴(10%)에 그쳤다.
 
박승안 우리은행 TC프리미엄 강남센터장은 “60·70대 자산가들은 재산을 어떻게 물려줄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한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많이 나오면서 이들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금융자산을 100억원 이상 보유한 고액 자산가들은 10년 후에도 현재의 재산 가치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며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묻어두면 재산 가치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들어 캐나다·싱가포르 같이 상속세가 없는 곳으로 이민할지 상담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금융회사 PB 사업부는 앞다퉈 해외 부동산 설명회를 열고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 23일 글로벌 부동산 투자전략 설명회를 열었다. 양용화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부동산 임대 사업도 서울보다는 일본 도쿄의 상가나 사무실을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공실률이 높아진 서울과 달리 도쿄에선 내년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부동산뿐이 아니다. 주식 투자도 해외 ‘직구’에 관심이 커졌다. 지난해 은퇴한 사업가 김모(62)씨는 올해 초 국내 주식을 대부분 정리한 뒤 해외 주식과 사모펀드 투자로 옮겼다. 삼성전자의 ‘어닝쇼크(깜짝 실적악화)’를 비롯해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국내 증시에선 매력적인 투자 요인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리디노미네이션 괴담이라해도 안 믿어”…1㎏ 골드바 평소 4.5배 팔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영웅 신한은행 목동PB센터 팀장은 “지난해까지 자산가들의 투자자산에서 10% 안팎을 차지하던 해외 주식투자 비중이 올해 들어 30% 정도로 높아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철식 미래에셋대우 WM 강남파이낸스센터 이사는 “부자들은 자녀의 유학이나 출장 등으로 해외 경험이 풍부해 해외 기업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다”며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의 경쟁력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과 개인의 해외투자(직접+증권투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내국인의 해외 투자액은 140억2880만 달러(약 17조원)에 이른다.
 
금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금은 불황기에 재산가치를 지킬 수 있는 안전 자산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특히 일반 고객들도 많이 찾는 100g짜리 골드바는 시중은행에서 품귀 현상까지 나타났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전무는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만 해도 골드바가 월평균 70㎏ 정도 나갔다”며 “지난달부터 판매량이 급격히 늘더니 이달에는 평소의 4배 이상인 324㎏이 팔렸다”고 말했다. 그는 “배송 일정을 맞추기 위해 2교대로 바꿔 공장 가동시간을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산가들이 주로 찾는 1㎏짜리 골드바는 지난 28일 기준 판매가격이 5600만원(부가세 포함)이었다. 지난해 말보다 8%(400만원) 올랐다.
 
금융회사 PB들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국제 금값도 올랐지만 국내에서 금 투자에 불을 댕긴 건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 이슈’였다고 입을 모은다. 최 이사는 “2~3개월 전부터 화폐개혁 가능성을 묻는 투자자가 많았다”며 “화폐 단위를 바꾸려면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를 통과해야 하므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대다수가 납득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들려줬다.
 
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자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는 잇따라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 긋기에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사 PB는 “정부 정책에 불신과 불만이 있는 자산가들은 정부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화폐개혁 전에 원화를 안전자산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정부에 대한 불신이 겹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며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결국 원화가치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자산가나 기업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현상은 일본의 1990년대와 비슷하다”며 “당시 일본에선 경제의 활기가 사라지며 ‘잃어버린 10년’을 겪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염지현·신혜연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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