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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엉터리 과학’ 비판 받는 상온핵융합 연구 진행 중

구글이 지난 30년간 불가능하게 여겨져 ‘현대판 연금술’로 알려진 상온핵융합 연구를 계속해서 후원, 실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1989년 이후 주류 과학계가 일관되게 이를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린 만큼 실험 결과는 좋지 않다. 그러나 구글의 연구진은 실험 과정에서 수소를 효과적으로 저장하는 등 에너지 분야 연구의 진전도 일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989년 이후 30년간 불가능으로 여겨져
2015년 이후 재실험 했지만 여전히 실패
핵융합 결과인 과잉열 등 현상 안 나타나
수소 저장 등 신기술 개발 가능성은 있어
구글, “불가능에도 가능성 열어 둬야 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사 현장. 토카막이 들어갈 원통형 건물 뒤로 서 있는 곳이 부품 조립동이다. 핵융합에는 섭씨 1억도 이상의 고온을 낼 수 있는 장치를 비롯해 거대 시설이 동원된다. 그러나 구글은 현재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상온핵융합' 시설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사진 ITER]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사 현장. 토카막이 들어갈 원통형 건물 뒤로 서 있는 곳이 부품 조립동이다. 핵융합에는 섭씨 1억도 이상의 고온을 낼 수 있는 장치를 비롯해 거대 시설이 동원된다. 그러나 구글은 현재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상온핵융합' 시설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사진 ITER]

27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015년 이후 구글이 진행 중인 상온핵융합 연구에 대한 진행 상황을 최초로 보고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메릴랜드대·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소속 연구진 30여명으로 구성된 구글의 과학자들이 2015년 이후 상온핵융합 연구를 진행했지만, 현재까지는 실패했다는 게 일차적인 결론이다.
 
일반적인 핵융합은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원리를 이용한다. 태양과 같은 고온의 환경에서는 원자핵이 융합하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생산되는데 이 방법을 모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려 1억℃ 이상의 환경을 만들고 이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데는 엄청난 기술력이 요구된다.
 
핵융합에는 섭씨 1억도씨 이상의 고온이 필수적이다. [그래픽제공=국가핵융합연구소]

핵융합에는 섭씨 1억도씨 이상의 고온이 필수적이다. [그래픽제공=국가핵융합연구소]

반면 상온핵융합은 사람이 생활하기 적합한 일상적인 온도에서 원자핵 융합 반응을 끌어내는 게 핵심이다. 윤시우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 연구센터장은 “1989년 미국 유타대와 영국 사우샘프턴대 과학자 2명이 상온에서 처음으로 핵융합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발표했다”며 “당시 과학계가 충격에 빠질 정도로 반응이 컸다”고 밝혔다. 만약 상온핵융합이 성공하면, 고온의 온도와 대형 시설을 이용한 기존 핵융합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상온핵융합은 불가능한 것으로 답이 내려졌다. 당시 상온핵융합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과학자들의 실험 결과를 아무도 재현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윤 센터장은 “당시 연구진은 막대한 양의 수소를 흡수할 수 있는 ‘팔라듐’에 전류를 흘려주고 핵융합의 연료인 중수소를 팔라듐에 저장하는 방식을 쓴 것으로 보인다”며 “팔라듐 속에서 압력이 증가하면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났다는 게 당시 연구진의 주장이었다”고 설명했다. 
 
1989년 3월 최초로 상온핵융합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영국 사우샘프턴대학교의 마틴 프라이슈만(왼쪽)이 상온핵융합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89년 3월 최초로 상온핵융합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영국 사우샘프턴대학교의 마틴 프라이슈만(왼쪽)이 상온핵융합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핵융합의 가장 확실한 증거인 ‘과잉 열’과 ‘중성자 방사선’이 재현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이론으로도, 실험으로도 상온핵융합은 불가능하다는 게 과학계의 정설이 됐다. 이 때문에 미국 에너지국(DOE)을 비롯한 세계 과학 당국은 상온핵융합에 대한 투자를 일절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네이처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진행된 구글의 실험에서도 핵융합에 필요한 양의 중수소를 팔라듐 속에 쌓는 것과 이를 통해 핵융합 원료의 하나인 삼중수소를 생산해내는 것은 실패로 돌아갔다. 또 420회나 진행된 실험에서도 핵융합의 결과로 나타나는 열 과잉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핵융합은 고온의 환경에서 원자핵이 합쳐지며 에너지를 내는 원리다. 원료로는 중수소와 삼중수소 등 수소가 사용된다. 그러나 이같은 핵융합 반응을 상온에서 증명하려는 구글 연구진의 실험은 아직까지 실패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래픽제공=중앙일보]

핵융합은 고온의 환경에서 원자핵이 합쳐지며 에너지를 내는 원리다. 원료로는 중수소와 삼중수소 등 수소가 사용된다. 그러나 이같은 핵융합 반응을 상온에서 증명하려는 구글 연구진의 실험은 아직까지 실패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래픽제공=중앙일보]

구글이 연금술에 가까울 정도로 불가능해 보이는 실험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실험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상온핵융합이 아닐지라도 불가능에 도전하다 보면 에너지 기술 분야의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커티스 베링게트 브리티시컬럼비아대 화학 및 생화학공학부 교수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에너지 기술을 만들어내려면 과학자들이 대담한 일을 벌일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성공 확률은 알 수 없지만 열린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구글이 장기적으로 새로운 에너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예-밍 치앙 MIT 재료공학부 수석연구위원은 “(구글의 상온핵융합 실험은) 고위험·고수익의 프로젝트다”며 “(상온핵융합 실험에 동원되는) 전기화학은 물질을 보다 흥미로운 상태에 도달하도록 하는데, 이는 친환경 신(新) 에너지원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센터장 역시 “실험을 하다보면 핵융합은 아니지만 모종의 저에너지 핵반응은 유도될 수도 있다”며 “해당 연구진이 극한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열량계를 발명하거나 팔라듐·티타늄·텅스텐 등 수소를 저장하는 데 유용한 물질에 대한 연구를 진전시킬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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