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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소장 처음, 소설이다" 25분간 검찰 때린 양승태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부터), 고영한, 박병대 전 대법관이 29일 오전 공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부터), 고영한, 박병대 전 대법관이 29일 오전 공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옛날 천하장수가 온 천하를 다 들었다 놓아도 마음 하나는 끝내 들지도 놓지도 못했더라”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첫 공판. 오전 재판에서 검찰 측이 공소사실 요지를 말하자 “추후 말씀드리겠다”며 양 전 원장은 말을 아꼈다. 오후 재판에서 다시 발언 기회를 얻은 양 전 원장은 “한마디만 더 하겠다”며 조오현 스님의 시 ‘마음 하나’를 읊었다. 그는 “저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쏟아지는 도를 넘는 공격에 대해 이런 마음 하나로 견뎌왔다”며 심경을 전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재판부에 호소했지만 앞서 그가 25분간 쏟아낸 말엔 날이 서 있었다. 양 전 원장은 크게 3가지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공소장은 미숙한 법률소설”
양 전 원장은 “법관 생활 42년 동안 이런 공소장은 처음 봤다”며 말을 시작했다. 그는 “공소장 첫머리는 피고인들이 엄청난 반역죄를 지은 듯 거창하게 시작해 재판으로 온갖 거래행위를 한다고 엮어나가며 견강부회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하지만 공소장 끝부분에는 심의관들에게 몇 가지 문건과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것이 직권남용이라고 마친다”며 “재판 거래라고 온 나라 떠들썩하게 해놓고 개입한 흔적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양 전 원장은 공소장을 '용두사미'라 표현하며 “이야기 줄거리를 재미나게 하기 위해 소설가적 기질을 발휘해 에필로그를 쓴 걸로 보면 이해가 간다”고 꼬집었다. 양 전 원장은 줄곧 재판장을 바라보고 말을 이어갔고 양 전 원장과 마주 앉은 검사들은 굳은 표정으로 양 전 원장을 지켜봤다. 
 
“검찰 수사는 사찰ㆍ신문 조서는 위협”
양 전 원장은 검찰 수사 과정도 문제삼았다. 그는 “구금된 몸으로 8만쪽에 이르는 수사기록의 100분의 1도 보지 못했지만 조서를 보면 깜짝 놀란다”며 “조사받으며 검찰 조서가 얼마나 신빙성이 적은지 직접 체감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유도신문으로 진술 조서를 받아냈다는 주장이다. 또 그는 검찰이 조사가 아닌 사찰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양 전 원장은 “내 취임 첫날부터 퇴임 마지막 날까지 모든 행적을 샅샅이 뒤졌고, 반드시 처벌할 거리를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은 “법원을 대상으로 이토록 잔인하게 수사를 하는데 일반 국민에겐 못 하겠냐”며 검찰 수사가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내 직권남용 유죄라면, 공무원들 날마다 죄 쌓아”
양 전 원장은 검찰 측이 내세운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양 전 원장은 “일본에 기원이 있는 직권남용의 죄를 우리나라는 공직자 상호 간에도 확대해석하고 있다”며 “만일 이것이 유죄라면 공직 사회에서 일 좀 하려는 공직자들이 나날이 직권남용죄를 쌓아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은 “검찰이 한번 노려보기만 하면 죄가 되기 쉬울 것”이라며 “공직자든 일반 국민이든 고매한 검사 앞에 가서 일일이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25분가량 이어진 양 전 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방청석 일부에서는 수군거리는 목소리도 들렸다. 이날 시민단체 등을 통해 모인 ‘두눈부릅사법농단재판시민방청단’ 참가자들이 양 전 원장의 발언을 듣고 “탈탈 털기는 무슨” “아무 죄가 없다는 건가”라며 야유를 쏟아낸 것이다. 이들은 미리 가져온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소개 책자에 양 전 원장의 주요 발언을 적으며 재판을 방청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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