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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방' 폭로 피해 박상은 전 의원 “검찰이든 경찰이든 정권 하수인 되는 게 문제”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학술연구원 개원 50주년' 행사에서 박상은 한국학술연구원 이사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학술연구원 개원 50주년' 행사에서 박상은 한국학술연구원 이사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잘 나가던 기업인 출신 국회의원이었다. 세월호 참사 두 달 뒤인 2014년 6월 11일은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뀐 날이 됐다. 차 트렁크 가방에 넣어 둔 2000만원이 없어져 경찰에 신고했다. 절도죄로 수사를 받아야 할 운전기사는 신고한 그가 불법으로 모은 정치자금 3000만원이라며 검찰에 신고했다. ‘비리종합세트’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아들 집까지 압수수색을 당했다. 10가지 범죄로 12억3000만원을 가로챘다는 혐의로 구속됐지만 2015년 12월 대법원이 내린 확정판결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8000여만원에 그쳤다.

 
 대한제당 대표이사를 지낸 박상은(70) 전 새누리당 의원 얘기다. 박 전 의원은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이 화제를 모으면서 무분별한 수사의 피해자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국회의원 300명에게 e메일 보낸 송인택 울산지검장이 지난 2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박 전 의원 사건을 언급하면서다. 송 지검장은 “(박 전 의원이) 큰 비리를 일으킨 것처럼 언론에서 소개됐다”며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뒤 증거를 찾는 게 압수수색이지 이상한 게 있으니까 무슨 범죄인지 찾기 위해 압수수색을 해보겠다는 건 안된다”고 밝혔다. 
 
 송 지검장은 e메일을 통해 “경찰이 수사권 발동에 아무런 제약없이 언제든지 수사를 개시하고, 계좌와 통신을 마음껏 뒤지고 뭔가를 찾을때까지 계속 수사한다면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도 공안‧특수부와 대검찰청 기능은 축소하고 정치인이나 기업 등 주요 수사에서 일선 검찰청이 대검-청와대로 보고하는 고리를 끊도록 조직 개편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의원도 2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송 지검장의 주장이 맞는 얘기”라고 맞장구를 쳤다. 박 전 의원은 “나도 법학을 전공(연세대 법학과 졸업)했다”며 “법이 잘못된 게 아니라 검찰이나 경찰이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권력을 이용하니까 국민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당시 상황도 언급했다.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코너에 몰렸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그해 7월 사망한 채로 발견되면서 최재경 당시 인천지검장도 사임했다. 박 전 의원은 “여당‧청와대‧검찰 모두 비판을 받으니까 국회의원 6명을 감옥에 집어넣더라”며 “청와대가 언론을 활용해 국면을 전환하려고 안간힘을 썼다”고 떠올렸다.
 
 그는 김대중 정부 때 인천시 경제담당 부시장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뒤 노무현 정부 때 경제통상대사를, 이명박 정부 때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에는 선거 캠프에서 해운물류본부장을 지냈다. 박 전 의원은 “내가 인천 출신으로 해운 물류 분야에 영향력을 미치니까 그 분야에 관련돼 있는 다른 정치인들로부터 견제를 받은 것 같다”며 “검찰을 통해 정치 공격을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2014년 8월 불법정치자금을 은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상은 전 의원이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인천지방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4년 8월 불법정치자금을 은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상은 전 의원이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인천지방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의 차에서 2000만원을 가져간 운전기사는 공익제보자로 처벌을 피했다. 박 전 의원은 “당시 가방에 돈이 없어진 뒤 2분 만에 경찰에 신고했다”며 “폐쇄회로(CC)TV에도 돈을 옮기는 장면에 운전기사의 가족 차량 번호가 찍혔었는데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이후 인천지검에 자신이 신고했던 운전기사에 대한 수사기록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기록 가운데 진술 조서만 공개하고 다른 기록은 모두 비공개 처리했다. 정치자금범죄 신고자인 만큼 다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박 전 의원은 “김씨는 법정 증언 뿐 아니라 언론 인터뷰까지 해서 신원이 이미 밝혀진 사람”이라며 수사기록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지법은 지난해 8월 “운전기사 김모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제보했음을 공공연하게 밝혔고, 박 전 의원이 요구하는 기록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아닌 절도로 신고한 사건에 관한 것”이라며 검찰의 비공개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인 서울고법도 최근 1심의 판단이 옳다며 인천지검의 항소를 기각했다. 현재 대법원의 판단만 남겨놓은 상태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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