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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바 비리' 저주?…수사권 조정 재뿌릴까 촉각 곤두세운 경찰

조현오 전 경찰청장. [중앙포토]

조현오 전 경찰청장. [중앙포토]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2010년 재임 당시의 경찰은 ‘함바 비리’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함바는 건설현장 안의 간이 식당을 뜻하는 일본어다. 검찰이 함바왕으로 불린 브로커 유상봉(72·수감 중)씨가 유력 인사를 상대로 함바수주, 민원해결 등의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넨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벌였는데 공교롭게도 로비 대상에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다.
 
조 전 청장은 경찰청장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검찰로부터의) 수사권 독립은 필요하다”고 소신을 밝힐 만큼 수사권 문제에 적극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조 전 청장의 취임을 계기로 내·외부 개혁에 팔을 걷어붙였던 경찰 입장에서 함바 비리는 여간 당혹스러운 사건이 아니었다.
 
과거 함바왕 접촉 총경 이상 간부 41명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조 전 청장은 강 전 청장이 검찰에 소환된 2011년 초 총경(일선 경찰서 서장·지방경찰청 과장급) 이상 경찰 간부 560여명에게 “유상봉씨와 만난 적이 있으면 자진해 신고하라”고 했다. 그 결과 41명의 간부가 유씨와의 접촉 사실을 시인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강 전 청장의 지시를 받고 유씨를 만났다고 한다. 일부 경찰 간부가 와인, 수산물을 받은 게 드러났다. 이후 강 전 청장은 유씨에게 1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조직에 생채기가 났다.
 
경찰은 함바 비리가 일단락되자 수사권 독립을 위해 여론전에 힘을 쏟았다. 경찰의 이런 모습에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은 “사법경찰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수사한다면 국민이 피곤하고 억울하게 되는 일이 생겨날 수 있다”고 발끈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해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이룬 경찰의 이득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는 게 현재의 중론이다. ‘수사 개시권’을 형사소송법에 담았지만 이미 일선 수사 경찰들 사이에서 행사되던 권한이었기 때문이다. 
2011년 11월 전국 일선 경찰들이 충북 청원군 강내면의 한 체육공원 식당에 모여 국무총리실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항의표시로 수갑을 반납했다. [중앙포토]

2011년 11월 전국 일선 경찰들이 충북 청원군 강내면의 한 체육공원 식당에 모여 국무총리실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항의표시로 수갑을 반납했다. [중앙포토]

 
수사권 조정 반발 수갑 반납 경찰도  
이후 경찰 입장에서는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같은해 11월 국무총리실이 수사권 조정을 놓고 검·경 갈등이 커지자 강제 조정안인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안’을 대통령령으로 내놓은 것이다. 해당 규정은 경찰의 내사 권한을 보장하되 검찰의 사후 통제를 받는 내용이 핵심이다. 일부 수사 경찰관들은 이에 반발하는 의미로 단체로 수갑을 반납하는 일도 있었다.
 
조 전 청장은 조정안이 국무회의를 거치기 전에 경찰수사의 역량을 보여주려 범죄정보과·지능범죄수사대를 신설했다. 범죄정보과는 고위공무원의 각종 비리 정보를 수집하는 곳이다. 지수대는 영화 ‘도가니’의 배경이 된 특수학교 원생 성폭행과 같은 전 국민이 주목할 만한 사건을 맡았다. 또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안에서 수사권 조정문제를 담당하는 수사구조개혁단(단장 경무관)의 조직을 키운 것도 이때라고 한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뉴스1]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뉴스1]

 
"함바 비리에 동력 잃었다" 
그러나 조정안은 원안대로 국무회의를 통과(2011년 12월 27일)했다. 검찰은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경찰은 “(수사권 조정 내용을 담는) 형사소송법 재개정 운동을 벌이겠다”며 반발 수위를 높였다. 경찰의 완패였다. 당시 경찰 조직 안에서는 “함바 비리에 (수사권 독립)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한다.
 
8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검찰과 경찰 두 권력기관의 수사권 조정 논의가 한창이다. 흥미로운 것은 경찰의 발목을 잡았던 함바 비리가 최근 의혹으로 다시 떠오른 점이다.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검찰의 경찰 흠집내기”로 보면서도 수사권 조정을 놓고 ‘검찰 패싱론’까지 나오는 경찰 우위 상황에 혹시라도 악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8년 만에 또 등장한 '함바 비리 의혹' 
2019년판 함바 비리 의혹에는 현재 경찰 ‘2인자’로 불리는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장을 비롯해 허경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 유현철 경기 분당경찰서장의 이름이 거론된다. 당사자들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원 청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함바왕 유씨를 무고죄로 고소한 상태다. 그는 27일 출입기자단과의 정례 간담회에서도 “(검찰의) 수사결과를 보면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청장도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결백을 강조했다. 
 
함바 비리 의혹 수사는 현재 서울 동부지검이 맡고 있다. 원 청장 건의 경우는 유씨 측으로부터 지난달 진정서가 접수돼 내사 중이다. 허 청장·유 서장 건은 지난해 11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백종덕 변호사가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이 사건을 경찰로 넘겨 현재 서울지방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수사 중이다. 
원경환 서울경찰청장. [뉴시스]

원경환 서울경찰청장. [뉴시스]

 
경찰의 경찰 수뇌부 수사 놓고도 이견
수사권 조정에 관한 정부 합의문이 지난해 6월 나오다 보니 경찰의 경찰 수뇌부에 대한 수사 이첩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익명을 요청한 경찰 간부는 “과거 정부 시절 여론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조현오 전 청장이 경찰수사에 의해 구속되지 않았었냐”며 “잘못된 건 누구라도 경찰이 성역없이 수사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경찰은 “수사 지휘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검찰로서는 당연히 사건을 경찰에 내려보내지 않겠냐”며 “경찰수사가 부실하면 ‘이래서 지휘’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고, 특히나 경찰 수뇌부가 관련된 사항이니만큼 더욱 좋은 꽃놀이패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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