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김현기의 시시각각] 비건, 김영철, 그리고 강경화의 인형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한 한미의회외교포럼 소속 여야 대표단 사이의 화제는 ‘인형’이었다. ‘인형’ 발언은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의 면담에서 나왔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비건은 한국 의원들에게 풀이 죽은 표정으로 “난 인형(doll)이다”라 말했다 한다. 그 뜻을 궁금해하는 대표단에 비건은 이렇게 설명했다.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제대로 되는 게 없어도 웃는 얼굴로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인형이다.” 미국의 전 부통령(조 바이든)보다 김정은을 높게 평가하며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따위 신경 안 쓴다는 트럼프, 김정은을 더욱 옥죄어야 한다는 워싱턴의 강경론, 그리고 아무리 ‘러브콜’을 보내도 답이 없는 북한 사이에 3중으로 끼인 비건의 현실적 한계와 고민을 상징적으로 내비친 단어, 그게 ‘인형’이었다.
 

비건, “난 입 있어도 말 못하는 인형”
김영철, 김정은 이름만 꺼내도 도주
강경화, ‘인형 장관’ 리더십의 한계

인형은 미국에만 있지 않다. 지난해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의 비화다. 김정은은 회담 막판  “우리는 미사일 기지 XXX를 닫을 의향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에 준 선물이었다. 합의문에는 안 담겼지만, 트럼프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랑했던 내용이다. 그런데 당시 회담장에 있던 미국 측 인사들은 김정은이 이야기한 XXX가 어딘지 헷갈려 했다고 한다. ‘동창리’인 것 같긴 한데, 정확히 그렇게 통역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회담 후 한 인사가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게 다가가  “그게 어디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영철은 얼굴이 파래지며 “어떻게 지도자 동지께서 말씀하신 걸 나보고 반복해 말하라고 하느냐”고 벌컥 화를 냈다. 그리곤 황급히 자리를 떴다. 어쩔 수 없이 다음으로 찾아간 사람이 김여정. 김여정은 “잠시만요” 하더니 바로 돌아와 오빠의 ‘답’을 전했다고 한다. 이후 전개된 과정을 보면 김정은이 동창리를 또 다른 호칭인 ‘서해위성발사장’이라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찌 됐건 이 뒷이야기는 김정은-김여정 앞에선 ‘인형’일 수밖에 없는 김영철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음은 한국 인형 차례. 올 초 원로인 공로명 전 외무장관이 강경화 외교장관을 향해 “인형같이 존재감이 없다”고 쓴소리를 해 화제가 됐다. 청와대 앞에 한없이 무력하다는 얘기다. 사실, 지금 외교부처럼 존재감은 없으면서 스캔들은 많은 부처도 없을 게다. 대통령 방문국의 나라 이름이 엉뚱하게 적히고, 회담장 태극기는 구겨지고, 공관장의 갑질이 이어지고, 이번에는 국가 기밀이 새어나갔다. ‘워싱턴스쿨’ ‘재팬스쿨’ 이란 이유로 유능한 외교관들을 한직으로 돌렸다. 이처럼 외교부가 방향을 잃고 헤매는 정권도 없었을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주미대사관  K외교관은 강직하고 솔직한 성품의 소유자다. 강 장관은 “의도적 유출”이라 단정하지만,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사리사욕(私利私慾)’에 당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경위야 어떻건 통화내용 유출이 정당화될 순 없는 노릇. 매킨리·루스벨트 두 대통령 밑에서 7년 동안 미 국무장관을 지낸 존 헤이는 “오는 듯 보이지만 가고, 가는 듯 보이지만 오는 것이 세 가지 있다. 게와 여자(마음), 그리고 외교관이다”고 했다. 외교관은 언제 어디서나 오해받지 않게, 신중한 언행과 처신을 해야 하는 숙명을 지닌다. 그런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짚어야 할 건 ‘책임’의 문제다. 이번 건과 관련해 강경화 외교장관은 뚜렷한 사과 한마디 내놓지 않고 있다. 그저 “장관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뿐이다. 책임감만 말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 징계는 늘 밑의 사람 몫이다. 일체의 온정 없이 징계하라 지시하면서 본인에게는 한없이 온정적이다. 기강이 잡힐 리가 없다. 대한민국 외교부가 언제부터 내부는 목불인견(目不忍見), 외부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황이 됐는가. 외교, 외교부 위기의 임계치다. ‘인형 장관’의 리더십으론 도저히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됐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