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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소비 많은 마라톤이 무산소 운동인 이유

기자
이태호 사진 이태호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39)
유산소 운동은 산소가 필요하고 무산소 운동은 산소가 필요 없는 운동으로 들리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무산소 운동이 오히려 더 많은 산소를 요구한다. [사진 unsplash]

유산소 운동은 산소가 필요하고 무산소 운동은 산소가 필요 없는 운동으로 들리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무산소 운동이 오히려 더 많은 산소를 요구한다. [사진 unsplash]

 
얼핏 유산소 운동은 산소가 필요하고 무산소 운동은 산소가 필요 없는 운동으로 들린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오히려 무산소 운동이 유산소 운동보다 더 많은 산소를 요구한다. 심지어 산소의 공급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무산소 운동이라 한다. 그 내막을 보자.
 
헬스장에서는 트레이너들이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비만이라 지방을 태워야 하므로 유산소 운동을, 당신은 근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산소 운동을 해야 합니다”라고. 일반인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용어지만 으레 그러려니 하고 따른다. 이처럼 그들은 운동을 크게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명칭도, 분류법도 아니다. 이런 오해는 영어로 ‘aerobic(호기적)’을 유산소, ‘anaerobic(혐기적)’을 무산소로 번역한 데서 비롯됐다. 그 명칭은 1967년 미국 군의관인 케네스 H. 쿠퍼가 심폐기능을 개선하는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것을 ‘에어로빅’이라고 명명하면서부터 생겨났다. 이름이야 어찌 됐든, 이런 호칭은 인체의 생리학적 현상을 반영한 올바른 명칭이 아니다.
 
심폐기능을 개선하는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한 케네스 H 쿠퍼 박사. [중앙포토]

심폐기능을 개선하는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한 케네스 H 쿠퍼 박사. [중앙포토]

 
에어로빅을 유산소로 번역 
유산소 운동은 조깅, 달리기, 수영, 자전거, 등산, 에어로빅 등 비교적 강도가 약한 운동을 포함한다. 무산소 운동은 숨이 차고 지속이 힘든 마라톤, 빨리 달리기, 역도, 웨이트 트레이닝 등 강도 높은 단시간 운동을 지칭한다. 그런데 왜 조깅은 유산소 운동이고, 마라톤은 무산소 운동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분류도 헷갈린다. 그러면서도 조금의 의심이나 설명 없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태연하게 스포츠 과학을 들먹이고 유·무산소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생물이 필요로 하는 모든 에너지는 영양성분인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을 재료로 얻는다. ‘해당과정, TCA 회로, 전자전달계’라는 3가지 반응경로를 통해서다. 이때 호흡으로 산소공급이 충분한 정도(경도나 중도)의 운동이라면 이 세 회로가 연속해 진행된다. 운동이 격해 산소공급이 불충분(격한 운동)하면 3개의 회로가 완전히 작동해도 에너지 공급이 감당이 안 될 지경에 이른다.
 
이때는 무산소호흡이라는, 이른바 해당 과정만이 여분으로 작동해 소량의 에너지(ATP)를 추가한다. 모자라는 에너지를 조금이나마 보충하기 위해서다. 이때도 당연 TCA회로와 전자전달계는 최대한으로 돌아간다. 산소의 공급량에 비례해서 말이다.
 
다시 말해 유산소 운동은 운동의 강도가 낮아 세포 내 산소의 부족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산소량에 비례해 에너지의 공급이 충분히 생긴다. 반면 무산소 운동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요구되는 산소의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한다. 즉, 에너지(ATP)의 생성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고육지책을 동원해 해당과정을 과도하게 작동시켜 운동을 조금이나마 더 지속하도록 버티게 하는 경우를 말한다.
 
과연 조깅은 유산소 운동, 마라톤은 무산소 운동이라고 나눌 수 있을까? 유산소, 무산소 운동의 구분은 개인의 체력, 영양 상태, 운동의 강도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어떤 특정한 운동을 유산소·무산소로 단정 짓기 어렵지 않을까? [사진 pixabay, 중앙포토]

과연 조깅은 유산소 운동, 마라톤은 무산소 운동이라고 나눌 수 있을까? 유산소, 무산소 운동의 구분은 개인의 체력, 영양 상태, 운동의 강도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어떤 특정한 운동을 유산소·무산소로 단정 짓기 어렵지 않을까? [사진 pixabay, 중앙포토]

 
포도당이 완전 대사되면 36개의 ATP가 생성되나 무산소호흡인 해당과정에서는 단지 2개의 ATP만이 나온다. 이것이라도 보충하려고 피눈물 나는 노력을 감당하는 셈이다. 피로물질인 유산을 근육 속에 축적하면서까지. 다시 말해 에너지 생산과 산소의 소비량은 무산소 운동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그래도 모자라면 부족분을 조금이라도 채우기 위해 해당과정이 과도하게 작동한다.
 
이때 부작용이 수반된다. 포도당이 과잉으로 소모되고 해당과정의 최종 산물인 피루브산은 산소공급이 모자라 더 이상 대사되지 않고 유산으로 전환되어 세포 속에 축적된다. 그런데 근육 속에 유산이 쌓이면 세포질의 pH가 다소 산성으로 기울어 피곤함의 원인이 된다. 이를 피로물질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다.
 
유산소·무산소 구분은 유산 생성여부  
따라서 유산소, 무산소 운동은 해당과정을 거치는 포도당 등의 탄수화물 대사에만 국한되는 용어다. 즉, 해당과정이 필요 없는 지방산이나 단백질(아미노산)의 대사하고는 관계가 없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유산소, 무산소 운동은 운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유산의 생성 여부로 갈린다. 이런 구분은 운동의 강도뿐만 아니라 개인의 체력이나 영양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당연히 누구에게는 유산소 운동이 나에게는 무산소 운동이 되고 그 반대도 되는 셈이다.
 
이른바 체력에 맞춰 숨이 차지 않을 정도로 운동하면 유산소 운동, 산소의 공급이 부족해 유산이 만들어지면 무산소 운동이 된다. 운동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유산소, 무산소 운동의 구분이 불가능하다. 빠르게 걷는 사람의 유산소 운동이 나에게는 무산소 운동이 될 수도 있으니까. 더불어 산소의 공급이 원활한 운동선수에게도 별 의미 없는 구분이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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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