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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터지면 검찰부터 찾는 정치권에, 검사들 "그만 좀 해라"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오른쪽 끝) 등 민주당 당직자들이 2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 누출 논란을 빚고 있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고발하고 있다. [뉴스1]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오른쪽 끝) 등 민주당 당직자들이 2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 누출 논란을 빚고 있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고발하고 있다. [뉴스1]

"왜 검찰개혁 하겠다면서 민감한 사건은 다 검찰로 갖고 옵니까?" 
 한 현직 검사장은 최근 기자에게 "정치권이 해도 정말 너무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민감한 사건만 터지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 검찰에 고발장을 내민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겠다면서 자신들의 사건은 왜 검찰에 맡기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강효상' 기밀누설 사건 공안1부 배당  
27일 서울중앙지검은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사건을 공안1부(양중진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이 강 의원을 고발한지 3일만이다. 
 
지난달에도 민주당은 서울중앙지검에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자유한국당 의원 29명을 고발했다. 해당 사건은 중앙지검을 거쳐 남부지검에 재배당돼 수사 중이다.
 
자유한국당 김도읍(오른쪽), 강효상 의원이 지난 1월 서울동부지검에서 김태우 전 수사관과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와 관련, 여권 인사들을 무더기로 고발 및 수사 의뢰하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도읍(오른쪽), 강효상 의원이 지난 1월 서울동부지검에서 김태우 전 수사관과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와 관련, 여권 인사들을 무더기로 고발 및 수사 의뢰하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내부에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겠다는 민주당이 "주요 사건들을 모두 경찰이 아닌 검찰로 가져 오는 것은 모순이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을 비판하며 검찰에만 고발장을 넣는 것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검찰의 적폐수사를 비난해왔던 자유한국당도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김태우 전 수사관 관련 사건을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 
 
지난달 청와대 민간인 사찰의혹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마무리한 동부지검은 아직 한국당이 고발한 남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 중이다. 야당 관계자는 "그래도 검찰이 경찰보단 (수사력 등이) 좀 낫지 않느냐"고 이유를 설명했다.
 
왜 정치인은 습관처럼 검찰에 고발하나
검찰 고발 경험이 있는 여당 의원에게 직접 물어봤다. 이 의원은 "현재 상황에서 경찰 고발도 고려했지만 정치적 오해를 받을까봐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검찰 고발은 관행이었는데 수사권 조정 논의 중에 갑자기 경찰에 고발한다면 야당의 불필요한 정치적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의 야당 의원은 "아직 검찰에 수사종결권이 있고, 의원들 중에 검찰이 경찰보다 보다 유능하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 세번째)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경찰 개혁 관련 당·정·청 협의회에 참석해 손가락으로 기념촬영할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오종택 기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 세번째)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경찰 개혁 관련 당·정·청 협의회에 참석해 손가락으로 기념촬영할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오종택 기자

보다 솔직한 답변도 들었다. 국회 법사위 소속 여당 보좌관은 "국회의원 입장에서 고발로 이왕 사진을 찍힐 거면 경찰서 정문보다 검찰청 정문이 더 폼이 난다"고 말했다. 
 
한 경찰 간부(총경급)는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가진 것도 2011년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라며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경찰이 아닌 검찰을 수사의 주체로 보고있다"고 지적했다. 
 
사건 맡기고 검찰 인사권으로 흔든다  
하지만 현직 검사들은 정치권 관련 사건을 맡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표한다. 논란이 되는 사건을 맡아 유명세를 치른다는 것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정치적 사건을 맡은 검사는 어떤 처분을 내리든지 낙인이 찍힐 수 밖에 없다"며 "특히 검찰의 인사권을 쥐고있는 여당이 내려보내는 사건은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본인이 원치 않더라도 '정치 검사'라는 오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서울에 근무 중인 한 검사장은 "여야가 정치적 사건은 검찰로 보내지 않는다는 원칙만 확립해도 정치검찰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송인택 "검찰을 정치적 분쟁의 하수구로 만들어"
송인택 울산지검장이 26일 국회의원 300명에게 보낸 '검찰 개혁 건의문'에도 이런 정치권의 행태에 느끼는 답답함이 묻어나있다. 
 
송인택 울산지검장이 지난해 10월 16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검찰청에서 열린 '2018 국정감사'에서의원들의 질의를 듣고있다. [뉴스1]

송인택 울산지검장이 지난해 10월 16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검찰청에서 열린 '2018 국정감사'에서의원들의 질의를 듣고있다. [뉴스1]

송 검사장은 e메일에서 검찰이 '권력의 충견'이라 비난받는 이유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전 정권 사람들에 대한 하명사건, 정치권에서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사법으로 끌고 와 사법기관을 비난하고 국민을 선동하는 사건들에 대한 잘못된 수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송 검사장은 "검찰 역시 이런 사건들을 경찰로 보내기보다 직접 수사를 자처하며 검찰을 정치적 분쟁의 하수구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하지만 송 검사장의 주장에 대해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옳은 말씀이지만 사건을 맡은 검사 입장에서 경찰에 자신의 운명을 맡길 순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습관처럼 검찰을 찾지 않는 것이 우선이란 주장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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