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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오류’ 시진핑 권위 훼손…중국 “싸우고 보자” 항미 총동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NPC) 회의에 참석해 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NPC) 회의에 참석해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이 대미 항전 총동원령을 내린 모양새다.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된 5월 중순 이후 중국 전역이 항미(抗美) 열기로 들끓고 있다. 여론전과 외교전에 이어 국방 태세도 점검하고 있다. 중국인이라면 누구든 미국 성토의 말 한마디라도 거들지 않으면 안 될 분위기다. 중국은 왜 이렇게 격렬하게 반발하나. 앞으로 어떤 항미 전략을 구사하려는 걸까.
 
우선 여론전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의 목소리’란 뜻의 칼럼 ‘중성(鐘聲)’을 14일부터 토·일 가릴 것 없이 매일 게재하며 중국 언론의 미국 비판 논평을 주도하고 있다. 27일까지 이미 14편이 등장했다.
 
TV에선 중·미 여성 앵커가 격돌하고 있다. 중국 CC-TV의 영어 채널 CGTN의 앵커 류신이 미 폭스비즈니스채널의 앵커 트리시 리건의 논평을 반박하고, 이를 리건이 다시 비난하면서 ‘공개 언쟁’이 진행 중이다. 두 앵커는 아예 오늘 목요일 시간을 정해 논쟁을 벌이기로 했다.
 
중국 인민일보 칼럼 ‘중성’은 ‘중국의 목소리’란 뜻으로 14일부터 27일까지 14일 연속 항미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인민망 캡처]

중국 인민일보 칼럼 ‘중성’은 ‘중국의 목소리’란 뜻으로 14일부터 27일까지 14일 연속 항미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인민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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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미 의식 고취를 위한 전쟁 영화도 대거 상영된다. 장피민 중국영화기금회 이사장은 “70편의 애국영화를 골라 반년 동안 5만 차례 방영하겠다”고 밝혔다. CC-TV가 최근 긴급 편성해 내보낸 ‘상감령’ 등 한국전쟁 영화가 중국인 곁에서 떠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의 우군 확보 외교전도 활발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 왕치산 국가부주석이 26일 해외 순방에 나서 미국의 화웨이(華爲) 때리기에 맞설 모양새다.
 
중국의 해외 공관엔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한 중국의 입장을 제대로 알리라는 지침이 내려간 상태다.
 
중국이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굴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주권과 존엄에 대한 모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최고 지도부의 배수진 가능성”을 꼽는다. 미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제기한 “시진핑 주석의 오판” 해석과 맥을 같이한다. “무역 합의를 서두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보며 시 주석이 보다 강경한 수정안을 내놓았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반발하면서 사태가 꼬인 게 배경”이란 것이다.
 
지난해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까지 없애며 1인 체제를 굳힌 시 주석은 현재 중국에서 ‘무오류’의 존재와도 같다.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따라 배워야 할 것으로 선전하고 있는 중국 당국 입장에선 시 주석의 주장이 반박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중국이 결사적으로 항미에 나서는 이유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보복 때와 유사하다. 당시 사드 배치 반대를 시 주석이 직접 한국에 세 차례나 요구했고, 이게 거절되면서 중국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중국의 항미 열기는 시 주석의 국내 정치와 연결된다. 미·중 무역전쟁 실패에 따라 터져나올 수 있는 반대파의 불만을 싹부터 잘라야 한다. 시 주석이 대장정의 출발지 장시(江西)성을 찾고 보병학원 시찰에 나선 것 등은 다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여론·외교전 이어 국방태세 점검
 
왕치산. [AP=연합뉴스]

왕치산. [AP=연합뉴스]

특히 지난 21일 시 주석이 중국 육군보병학원 1대대 시찰에 나섰을 때 한 생도가 “영원히 시진핑 주석의 훌륭한 전사가 되겠다”며 공산당이 아닌 시진핑 주석 개인에 대한 충성 맹세를 다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대로 미국에 밀려 타협하기보다는 한번 제대로 싸우고 난 뒤 그때 타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는 중국인이 많다.” 역사학자이자 중국 관방과는 다른 독립적인 정치 평론으로 유명한 장리판의 말이다.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하면 중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따라서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싸우자는 것이다. 중국의 거의 모든 언론이 “한국전쟁에서의 상감령 전투 정신”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당당한 중국’ 정치적 승리 포장 가능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도 지난 26일 중국 CC-TV와의 대담에서 상감령 정신으로 미국과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런 회장은 “비록 올해의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내년에 교육과 미래에 대한 투자로 뛰어난 인재들을 배출할 수 있다면 그들을 이끌고 상감령을 향해 진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미국의 우세한 화력을 견뎌내며 고지를 사수했듯이 이번 미·중 무역전쟁에서도 미국의 거친 압박을 버텨내며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마오쩌둥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전쟁 참전을 결정했다.
 
마오를 롤 모델로 하는 시진핑 주석도 미국과 타협하자는 주위의 목소리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다. 중국의 경제적 손실이 클 수 있겠지만 ‘미국에 당당한 중국의 이미지’만 확보할 수 있다면 중국의 승리로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시진핑 주석은 마오에 이어 또 한번 미국과 싸워 이긴(?) 지도자로 부각된다. 미국을 넘어 글로벌 지도자를 꿈꾸는 시진핑 주석 입장에선 꼭 필요한 사항이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 결렬로 촉발된 중국의 항미 열기가 당분간 식지 않을 이유이기도 하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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