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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해부] "친문엔 구심점 없다, 느슨한 연대 형태의 4개 그룹"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친노’(친 노무현)와 달리 ‘친문’(친 문재인)은 단일한 성격의 그룹이 아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의 얼개를 ‘친문 대 비문’이나 ‘친문 대 반문’ 구도로 보는 언론의 관점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나온 설명이었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은 일단 모두 친문이고, 그중 핵심 친문은 친소 관계에 따라 그룹이 나뉜다”고 설명했다.
 
과거 친노 그룹이 대중의 인식에 각인된 것은 2003~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겪으면서다. ‘공동의 적’이 있고, 노 전 대통령을 방어하기 위해 모인 인사들이기 때문에 생각이 비슷했고 응집력이 높았다. 당내 ‘친노 대 비노’ 대결 속에서 ‘친노패권ㆍ계파주의’라는 비판도 받았다.
 
2009년 9월 2일 오전 여의도 관광호텔에서 열린 시민주권모임 기자간담회에서 '친노' 인사인 한명숙,이해찬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중앙포토]

2009년 9월 2일 오전 여의도 관광호텔에서 열린 시민주권모임 기자간담회에서 '친노' 인사인 한명숙,이해찬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중앙포토]

하지만 현재 친문의 상황은 다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친문 대 반문’의 대결 구도는 이미 2016년 국민의당 분당 사태로 끝났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민주당 안에서 친문 인사들끼리 계파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계파’라고 부를 만큼 끈끈한 관계는 아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우냐, 어떻게 인연을 맺었느냐에 따라 친문 인사별로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 당 내 친문 그룹은 네 개로 나뉜다. ▶홍영표ㆍ전해철 의원 등이 소속된 수도권 재ㆍ삼선 그룹 ▶전재수ㆍ최인호 의원 등 PK(부산ㆍ경남) 지역구 그룹 ▶황희ㆍ권칠승 의원 등 노무현 청와대 출신 그룹 ▶박주민ㆍ표창원 의원 등 2016년 문재인 당대표 시절 영입 인사 그룹 등이다.
 
한 중진 의원은 “가령 전해철 의원이라고 해서 PK 의원들과 안 친한 건 아니고, 노무현 청와대에 근무했기 때문에 황희 의원과도 친하다. 그렇지만 수도권 재ㆍ삼선 의원들과 보다 더 밀접하게 의견을 교환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른 의원은 “무 자르듯이 친문 그룹을 딱 나눌 수는 없지만, 당내 선거나 어떤 이슈가 있을 때 먼저 전화로 의견을 구하는 쪽이 어느 쪽이냐를 보면 친문을 그룹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인영 후보가 이해찬 대표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노웅래 후보, 홍영표 원내대표, 이 후보, 이 대표, 김태년 후보, 백재현 선거관리위원장. 오종택 기자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인영 후보가 이해찬 대표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노웅래 후보, 홍영표 원내대표, 이 후보, 이 대표, 김태년 후보, 백재현 선거관리위원장. 오종택 기자

당내 친문 그룹의 성격이 단일하지 않다는 사실은 주요 당 내 선거에서 드러난다. 지난해 전당대회 대표 경선 과정에서 전해철 의원은 공식적으로 김진표 후보를 지지했다. 당시만 해도 전 의원은 ‘친문의 구심점’으로 불렸다. 하지만 친문 의원들이 일사불란하게 김 후보를 돕진 않았고, 결국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됐다.
 
지난 8일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핵심 친문으로 평가된 김태년 후보 대신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계 이인영 후보가 당선됐다. 친문 인사인 홍영표 전 원내대표와 전해철 의원이 김 후보 대신 이 후보를 물밑에서 지원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한 비주류 의원은 “친문을 단일한 조직으로 보고 당내 상황을 해석하면 틀릴 수 밖에 없다. 현재 친문은 이념으로 묶인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문 대통령과 관련된 일에서는 같은 목소리를 내도, 현안별로 입장은 제각각”이라고 평가했다. 당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이 스스로 ‘좌장’ 또는 ‘친문 실세’임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런 존재가 없다. 그런 사람들의 영향력이라는 건 자신과 자주 연락하는 의원에게만 미치는 정도”라고 말했다.
 
원래 ‘단일체’였던 친문이 여러 번의 당내 선거를 거치면서 분화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그에 대한 해석도 엇갈린다. 한 중진 의원은 “분화된 게 아니라 애초에 친문 그룹은 나뉘어 있었다”고 설명했고, 다른 의원은 “기존에도 친문 의원들끼리도 그룹이 있긴 했는데, 당내 선거를 거치면서 그 면면이 선명해진 것”이라고 했다.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후 (현지시각)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카자흐스탄 비지니스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후 (현지시각)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카자흐스탄 비지니스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민주당 인사들은 네 개의 친문 그룹을 일종의 ‘계파’로 보는 것을 경계한다. 친문 그룹들이 당내 세력 확장을 위해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의원은 “느슨한 연대 관계”라는 표현도 썼다. 친문 세력이 당내에서 힘을 합치려는 시도는 있었다. ‘부엉이 모임’이 그것이다. 문 대통령을 상징하는 달(moon)을 밤낮으로 지키겠다고 만든 비공개 모임인 부엉이 모임은 2017년 대선때 친문 핵심들의 결집체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언론에 모임의 존재가 알려지자 곧바로 해산했다. 과거 열린우리당이 친노와 비노의 계파 싸움으로 몰락을 거듭한 실패를 되풀이 하면 안된다는 경계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당내 계파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 내 분란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여 투쟁으로 똘똘 뭉쳐야 하는 야당이 더 시끄럽고 여당은 오히려 조용하다. 5당 중 조용한 당은 민주당과 정의당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계파주의가 약하면 위기 상황이 왔을 때 당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한 여권 인사는 “아직 문 대통령 지지율이 괜찮기 때문에 잠잠한 것이지 만약에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될 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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