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파리 빼면 다 사막 같던 프랑스, 지방분권으로 균형발전”

세르주 모르방(왼쪽) 프랑스 국토평등위원장과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균형 발전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세르주 모르방(왼쪽) 프랑스 국토평등위원장과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균형 발전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국토 균형발전은 지구촌 거의 모든 나라의 숙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도권과 지방, 도농(都農) 간 격차는 동서(東西)가 따로 없다. 산업화 시대 수도권 경쟁력이 나라의 성장 원동력이 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프랑스는 균향 발전 분야에서 모범 선진국이다. 국토 결속(연대) 이름 아래 강력한 지방 분권과 균등적 발전을 꾀하고 있다. 담당 부서 명칭도 국토평등위원회(CGET)다. 프랑스 균형발전 정책의 비전과 시사점은 무엇일까. 우리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어떠할까. 24일 방한한 세르주 모르방(60) CGET 위원장을 카운터파트인 송재호(59)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만나 대담을 가졌다. 대담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오영환 지역전문기자의 사회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모르방 위원장의 방한 목적부터 묻고 싶다.  
모르방 위원장(이하 모르방)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를 국빈 방문했을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국토 개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강화를 하기로 했는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당시 한국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형위)와 CGET가 (업무 협약에) 서명했다."   
프랑스가 CGET와 같은 기구로 국토 결속(균형 발전) 정책을 추진해 온 배경은. 균형위는 2003년 탄생했지만,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명칭과 위상을 회복했는데.  
모르방 "1963년 설립된 국토지역정비청(DATAR)의 역할은 국토 재정비였다. 주로 농촌 지역이 대상이었다. 여기에 도심의 어려운 동네를 위한 정책을 펴는 두 기관이 있었다. 국토 결속을 위해 만들어진 세 기관이 합쳐져 2014년 CGET가 탄생했다. 정부가 국토 결속과 평등을 위한 노력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 배경이다. CGET는 앞으로 ‘국토결속국가청’이라는 기구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 기구에는 수공업ㆍ디지털 담당 기관 등도 포함된다. 새 기구는 장기적으로 지방 분권에 집중하고 더 많은 정책을 펴게 될 것이다.”
송재호 위원장(이하 송)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 때의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위원회의 모든 것을 회복하고 확대했다. 현 정부는 균형 발전, 지역 간 불평등 해소를 국정의 목표로 제시한 최초의 정부다. 다만 일각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서울 집중도가 높아지고 지역 간 불평등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사실이다. 이를 위해 지역을 잘 발전시키려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단기간 성과보다 10~20년, 30~40년 장기적 정책 아래의 제도 설계다."
 
세르주 모르방 위원장은 "마크롱 정부는 국가 균형 발전에 힘을 쏟을 새 기구 '국토결속국가청'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진영 기자

세르주 모르방 위원장은 "마크롱 정부는 국가 균형 발전에 힘을 쏟을 새 기구 '국토결속국가청'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진영 기자

CGET와 균형위가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하는 대표적 정책은.  
모르방 "프랑스는 법을 동원해 지방 분권화를 위한 많은 노력을 했지만 모두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982년 3월 지방분권법이 제정됐음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아직 많다. 특히 지방 주민들을 위한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꼬뮌(commune, 기초자치단체 성격)이라고 불리는 작은 규모의 마을, 소도시 주민들은 디지털 분야 등에서 혜택을 잘 보지 못한다. 프랑스뿐 아니라 많은 나라도 과도기를 겪고 있다. 그래서 CGET의 최우선 정책은 (혜택이) 필요한 주민들을 위한 여러 정책을 펴는 것이다. 예전부터 지방 분권을 많이 얘기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과 함께 이루는 것이라고 본다.”
송 "문재인 정부 균형위의 가장 큰 목표는 지역이 주도해 자립적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첫째가 분권이다. 17개 시도, 228개 시군구가 지역 정책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중앙 정부가 지원하고, 권한을 내려보내고, 가급적 지역 목소리를 반영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고 있다. 예전에는 이와 대비되는 분산 정책을 펼쳤다. 중앙이 주도적·권위적으로 정책을 배분하고 거점을 마련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권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분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내 역량 강화다. 그러다 보면 뒤처지는, 힘든 지역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지역을 찾아내 중앙 정부가 재정 지원 등을 통해 뒷받침하는 포용정책을 펴고 있다." 
국토 균형 발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나타나기 쉬운 지역 간 갈등이나 가치 충돌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모르방 "지방 분권에 반대하는 세력도 분명히 있고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1963년 DATAR에선 이런 말을 할 정도였다. ‘프랑스에는 파리가 있고, 나머지 지역엔 사막처럼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오늘날엔 확실히 많은 변화가 있다. 지자체를 위한 균등화 정책을 펴고 있다. 지방 분권화를 하면서 생길 수 있는 갈등에 대해선 지역 주민이 더 잘 살게 하려는 정책 등으로 해소하고 있다.  
송 "한국은 153개 공공기관을 전국 10개 지역에 분산 배치해 균형 발전의 기틀을 닦았다(프랑스는 300개 넘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했다). 그 과정에서 아픔이 있을 수밖에 없다. 생활의 터전을 옮기는 일이니까. 보다 더 나은 여건과 삶의 터전을 닦아 주고 더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그런 정책에 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대담에서 "국가 균형이라는 용어가 잘 드러나지 않을 뿐, 20개 부처의 모든 정책을 들여다보면 1순위가 지역 재생에 있다"고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대담에서 "국가 균형이라는 용어가 잘 드러나지 않을 뿐, 20개 부처의 모든 정책을 들여다보면 1순위가 지역 재생에 있다"고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마크롱 정부나 문재인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특징을 꼽는다면.    
모르방 "국토 결속, 국토 정비 분야에선 항상 연속성이 있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좀 더 특별한 점은 예전보다 공공기관이 지역 주민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한 것이다. 한국 분들은 좀 우습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프랑스 인구의 20%인 1200만 명 정도는 IT 기술을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IT 기술을 이용한 행정 절차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디지털 과도기를 잘 넘기 위해 공공기관과 주민을 더 가깝게 하려 한다. 두 번째로 마크롱 대통령은 분권화를 더 강화하는 내용의 새 지방분권 정책도 발표했다."
송 "문재인 정부 특징은 국토와 관련된 공간 정책, 산업 정책, 사람 정책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공간 정책의 특징은 '떠나는 농어촌'이 아닌 '돌아오는 농어촌'을 만들자는 것이다. 임기 5년 동안 100만명의 순증가를 이뤄내려 한다. 비어가는 지방 중소도시를 살리기 위해 50조원 정도를 투자해 도시 재생도 도모하고 있다. 산업 정책은 지역마다 규제 자율 특구 제도를 둬 자립적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정책이다. 우리 국토 어디에 살든 누구나 품격있게 살아보자고 228개 시군구에 생활 SOC 개념을 도입해 주거ㆍ보건ㆍ환경ㆍ문화ㆍ여가 등 복합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앞으로 3년 동안, 48조원을 투입해 여러 부처에서 시행하려고 한다." 
향후 정책 추진 방향은.  
모르방 "프랑스는 (국토 결속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방분권의 주요 정책을 펼 때는 1982년 3월의 지방분권법을 항상 참고했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실험도 할 필요가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공무원이 시민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행정 업무를 보면서 혼자 사무실에 있는 공무원은 줄여야 한다고 했다."
송 "국가의 상위 60%가 지역 정책이다. 이를 둘러싸고 20여개 부처가 담당한다. 4가지를 사명으로 삼고 있다. ^부처 간 업무를 어떻게 통합·조정하느냐 ^분권 시대에 맞게 지방 정부 의견을 중앙 부처에 어떻게 반영하고 조절해 나가느냐 ^ 국민의 의견과 소망을 어떻게 수렴·반영하느냐 ^남북 관계 등 아시아와 세계를 향한 균형 발전 교류를 어떻게 하느냐가 그것이다. 이를 지속적으로 지켜나갈 토대를 현 정부에서 확실하게 만들려고 생각 중이다."
두 분이 함께 이번 주초 지방 소멸 문제와 씨름 중인 일본을 방문할 예정인데. 
모르방 "프랑스의 35000개 꼬뮌 중 약 4000개 꼬뮌의 주민 인구가 1만 명 미만이다. 이렇게 작은 꼬뮌을 서로 그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꼬뮌들을 묶어서 상당한 크기로 만들면 예산이나 정책 면에 더 유리할 수 있다."
송 "지방 소멸이라는 말은 너무 끔찍해 쓰기가 부담된다. 농촌은 현 정부 들어 100만명의 순유입을 가져오려고 한다. 지방 대도시도 새 산업과 기존 산업으로 절대 소멸하지 않는다. 중소도시의 소멸을 걱정하지만 (정부가) 죽게 하겠나.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개 부처의 모든 정책을 들여다보면 1순위가 지역 재생에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 대통령 직속 기구.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출범해 국가 균형 발전의 기본 방향을 정하고 관련 정책을 조정ㆍ심의해왔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지역발전위원회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명칭이 복원됐다. 장관급인 송재호 위원장은 제주대 교수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을 거쳐 2017년 8월 임명됐다.
 
◇프랑스 국토평등위원회 = 2014년 국토지역정비청(DATAR) 등 3개 기관을 합쳐 설립한 총리 직속 기구. 정식 명칭은 ‘국토 평등을 위한 위원회’로 국토 결속을 꾀하고 지역 개발 정책에서 정부에 자문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세르주 모르방 위원장은 내무부 지방자치단체총국장 등을 거쳐 지난해 4월 기용됐다.  
 
대담 진행=오영환 지역전문기자
정리=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