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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세금 먹는 하마의 배당잔치

염태정 내셔널팀장

염태정 내셔널팀장

몇 년 전 미국 연수 중 살았던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은 시내버스가 무료였다. 정류장에 붙어 있는 도착 시간표는 정확해 2~3분 전에 나가 있으면 됐다. 버스는 당연히 돈 내고 타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신기했다. 다니던 대학의 연수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대학(UNC)과 시 당국이 비용을 절반 정도씩 부담해 운영한다고 했다. 학생·주민에 이동수단을 제공하고 차량의 도심 진입을 최소화를 위해서라고 했다.
 
채플힐처럼 완전 무료는 아니나 상당수 주민이 무료로 이용하는 버스가 국내에도 있다. 전남 신안군이다. 2007년부터 관내 14개 버스 회사를 단계적으로 인수해 2013년 군 전체로 확대했다. 완전 공영제다. 요금은 1000원. 65세 이상과 초·중·고생은 무료다. 신안군에 물어보니 한 해 이용객은 약 67만명이고, 그중 53만명이 무료 이용이라고 했다. 운영비는 한 해 25억원 정도. 신안군 교통담당은 공영제를 하지 않는 도내 다른 시·군의 버스 지원금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청주시의회를 비롯해 그동안 전국 60여개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왔다고 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버스는 가장 보편적인 대중교통 수단이다. 믿고 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연례행사다. 요금 인상·처우 개선·노선 조정 등 요인은 다양하다. 지난해엔 인천·강원에서 파업하려다 말았는데, 올핸 파업 위협이 서울·경기·부산 등 전국으로 확대됐다. 파업은 준공영제(민간+지자체) 확대, 임금 인상, 정년 연장 등이 합의되면서 취소됐다. 이번엔 어찌 막았지만, 불씨가 남아 있어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른다. 파업 예고 전날 부랴부랴 대책을 밝힌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버스의 공공성 강화와 구조개선을 위한 ‘버스산업발전위원회’라는 걸 만들었는데, 그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다.
 
버스는 정부(지자체)가 국민(주민)에게 제공해야 하는 주요 행정 서비스다. 모든 도시가 채플힐이나 신안군처럼 하기는 어렵겠으나, 기본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다. 그 바탕엔 정부(지자체)·업체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적자 보전을 이유로 막대한 지원금을 받는 서울·부산·광주 등의 버스 회사들이 주주에게 상당한 배당을 한 게 이번에 알려졌다. 서울만 24개 회사서 222억원이다. 준공영제 확대에 앞서 지원은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용객 행태도 철저히 분석해 이를 기반으로 늘 편하게 탈 수 있는 버스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아침마다 만원 버스에 시달리는 서민을 위한 복지다. 파업을 앞두고 버스 앞에 큼지막하게 붙여 놓았던 게 ‘교통복지실현’ 아니었던가.
 
염태정 내셔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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