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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신뢰 철회와 리디노미네이션

하현옥 금융팀 차장

하현옥 금융팀 차장

타키투스는 로마 최고지도자이자 집정관이었다. 또한 뛰어난 역사가였다. 살루스티우스·리비우스와 ‘로마 3대 역사가’로 불린다. 현존하는 고대 게르만족에 관한 유일한 책으로, 나치 이데올로기에 악용되며 역사상 가장 위험한 책 중 하나로 꼽힌 『게르마니아』도 그가 썼다. 『연대기』와 『역사』 등도 주요 저작이다.
 
‘타키투스의 함정(Tacitus Trap)’은 정부나 조직이 신뢰를 잃으면 진실을 말하든 거짓을 말하든 모두 거짓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지칭한다. 타키투스가 『역사』에서 “황제가 한 번 사람들의 원한의 대상이 되면 그가 하는 좋은 일과 나쁜 일 모두 시민의 증오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쓴 데서 비롯했다.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 것이다.
 
최근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리디노미네이션 괴담’과 닮은꼴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통화의 액면을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바꾸는 것이다. 화폐단위 변경이다. 이를 화폐 개혁으로 오해하며 각종 설(說)이 난무한다. ‘장롱 속 현금을 빼앗아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려는 목적이다. 화폐가치가 폭락하고 부동산 가격은 폭등할 수밖에 없다. 달러나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돈을 묻어야 한다’ 등이다.
 
청와대(14일)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2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23일)까지 한목소리로 괴담의 진화에 나서고 있다. 검토한 적도,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화폐 단위를 변경하려면 한국은행법을 개정해야 하고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민심은 흔들린다.
 
괴담의 밑바탕에 깔린 것은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 정부에 대한 불신, 현 정권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이다. 이른바 신뢰의 철회, 타키투스의 함정이 괴담을 키운다.
 
하현옥 금융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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