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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소란 구속시킨 판사들, 경찰 치아 부러뜨린 시위대는 기각

22일 서울 현대사옥 앞 민주노총 금속노조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경찰의 보호장구와 방패를 빼앗고 폭행했다. 경찰 30여 명이 다쳤고 일부는 치아가 부러지거나 인대가 늘어났다. [뉴스1]

22일 서울 현대사옥 앞 민주노총 금속노조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경찰의 보호장구와 방패를 빼앗고 폭행했다. 경찰 30여 명이 다쳤고 일부는 치아가 부러지거나 인대가 늘어났다. [뉴스1]

# 서울시내 경찰서 소속 A교통경찰관은 얼마 전 신호위반 단속을 하다 겪은 일을 잊지 못한다. 적발된 한 중년 여성은 면허증 제시를 거부하며 A경찰관과 실랑이를 벌이다 흥분해 급기야 차 밖으로 나와 바닥에 머리를 찧기 시작했다. A경찰관은 “하지 말라”고 말로만 만류할 뿐 함부로 운전자 몸에 손을 대 제지할 수 없었다. 그는 “단속이 부당하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면서 자해하면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 경찰은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를 우려하는 경찰이 ‘그냥 들어가세요’라고 말하기를 바라고 그렇게 자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째 경찰로 일하고 있는 B경찰관도 지난달 출동한 한 현장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술에 취한 사람이 길에서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가 접수돼 출동했는데, 취객이 B경찰관에게 신용카드를 던지며 다짜고짜 “숙취해소제를 사다 달라”며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한 것이다. B경찰관은 “사리분별을 못할 정도로 취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그런 모욕적인 행동을 해서 깜짝 놀랐다”며 “‘경찰 제복의 명예가 이 정도인가’라는 생각에 착잡했다”고 회고했다.
 
경찰의 공권력이 무너지고 있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이 오히려 취객이나 시위자의 놀림이나 폭행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퍼진 ‘대림동 사건’ 영상을 통해서는 여성 경찰관의 대처능력 논란뿐 아니라 ‘매 맞는 경찰’ 문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해당 영상에는 취객이 욕설을 하고 난동을 부리는데도 경찰관이 뺨을 맞고 나서야 제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그대로 담겼다. 이를 본 일선 경찰관들은 “종종 있는 일이라 새삼스럽지 않다”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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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저지 때 방패 뺏기면 속수무책
 
집회·시위 현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2일 서울 현대사옥 앞 민주노총 집회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 30여 명이 폭행을 당했다. 이들은 노조 조합원들이 빼앗은 보호장구와 방패 등에 폭행을 당해 치아가 부러지고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당시 12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이들 중 2명을 폭행 피의자로 추려 확실한 증거가 확보된 1명에 대해서만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 역시 이를 받아들여 법원에 서류를 넘겼다.
 
하지만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오덕식 부장판사는 “현장 영상이 상세히 채증되어 있어 피의자에게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도망의 염려도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해당 인물이) 조선업종노조연대에서 차지하는 지위도 고려했다”는 사유도 포함됐다. 이 소식을 접한 경찰관들은 “법원이 공권력 위협 범죄의 중대성과 현장 경찰관들의 어려움을 모르고 있다”며 답답해 했다.
 
현직 경찰관들은 법원에서 범죄 혐의가 소명된 경찰 폭행범의 영장마저 기각되면 “현장의 대응은 소극적으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북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경위)은 “영장이 기각되면 지휘부에서 소극적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늘어난다”며 “동료 경찰관이 맞아도 ‘그 정도면 그냥 참고 넘어가자’는 지시를 이미 여러 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집회 담당 업무를 하고 있는 한 경찰관은 “시위대가 화염병 등의 무기를 사용하는 게 아닌 이상 경찰이 적극적으로 방어하기는 힘들다”며 “함부로 손댔다가 인권침해로 경찰이 고소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 역시 “요즘 경찰들이 시위대를 완력으로 진압하지 않는다”며 “부드럽게 진압하라는 지시도 내려오고 문제가 생기면 해당 경찰이 ‘독박’을 쓸 위험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법원, 공권력 도전 엄중 처벌해야”
 
남녀 경찰관이 주취자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여성 경찰관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던 동영상의 한 장면. [사진 구로경찰서]

남녀 경찰관이 주취자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여성 경찰관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던 동영상의 한 장면. [사진 구로경찰서]

경찰관이 ‘최소한의 방어권’조차 행사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2일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은 “경찰에게는 몸과 보호장구와 방패뿐이다. 완충 공간을 만드는 차원에서 방패를 사용하는데 시위대가 방패를 밑으로 들어올려 순식간에 빼앗고 병력을 끌어낸다”고 전했다. 이어 “원칙적으로는 ‘전진해서 밀어내기’ 방법이나 진압봉·캡사이신 등의 도구를 동원하는 게 가능하지만 현장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선 “법원 직원 폭행범과 경찰 폭행범에 대한 법원의 잣대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2일 의정부지법은 패소 판결에 불만을 품고 법원 직원에게 뜨거운 커피를 끼얹고 폭행한 50대 김모씨를 공무집행방해죄와 상해 혐의로 구속했다. 지난해 11월에 서울중앙지법도 법정에서 아들의 항소가 기각되자 재판부에 욕설을 하고 법정 경위를 폭행한 50대 안모씨를 구속했다. 서울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법원 직원을 폭행한 피의자와 경찰관을 폭행한 노조원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판사들이 법원 관련 범죄에만 유독 엄벌 기조를 보인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 사범은 일벌백계로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며 “법원 결정의 일관성이 없으면 사법 신뢰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인·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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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