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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늑대문화로 큰 화웨이, 트럼프 압박에 식물기업 위기

런정페이. [AP=연합뉴스]

런정페이. [AP=연합뉴스]

‘늑대의 정신’을 앞세워 성장한 화웨이가 그 ‘늑대 문화’에 발목이 잡혔다. 화웨이는 세계 통신 장비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각각 1위와 2위로 우뚝 선 중국 대표 기업이다. 하지만 화웨이는 미·중 무역분쟁 한복판에서 미국의 십자포화에 ‘식물기업’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도 ‘미국이냐 화웨이냐’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하필이면 화웨이가 타깃이 된 것은 5G(세대) 이동통신 최고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서 보여준 저돌적인 ‘늑대 문화’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1987년 화웨이를 창업해 세계적인 IT 기업으로 키운 런정페이 회장은 창업 초기부터 늘 ‘늑대 문화’를 주창해왔다. 화웨이 전문가로 꼽히는 양샤오룽은 그의 저서 『화웨이 웨이』에서 “한 번 피 냄새를 맡으면 후퇴 없이 떼를 지어 공격하는 늑대처럼, 화웨이는 경쟁자에 대한 공세와 조직 목표를 위해 개인 희생을 마다치 않는 늑대 문화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향해 돌진했다”고 했다. 그 과정서 화웨이는 기술탈취·뇌물공여·보안위협 등을 서슴지 않는 기업으로 낙인 찍혔고, 미·중 무역분쟁 와중에 미국의 타깃이 되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는 것이다.
 
런정페이 회장은 인민해방군 통신장교 출신이다. 그는 창업 초기 홍콩서 값싼 전화 스위치를 들여와 중국서 팔았다. 이후 전화 교환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통신 장비로 기반을 쌓았다. 화웨이는 초창기 연구 공간과 부엌이 붙어있는 사무실을 썼다고 한다. 직원들이 바닥에 매트리스만 깔고 잠을 자고, 연구실 안 부엌에서 식사를 하는 게 다반사였다. 이런 환경에서도 인력을 붙잡을 수 있었던 건 파격적인 인센티브 시스템 덕이었다.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통신 장비를 들고 아프리카나 남미·아시아 등에 먼저 진출했다. 이후 유럽이나 북미같은 선진국을 공략했다. 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 연구소 소장)는 이를 두고 “마오쩌둥 선집을 달달 외우는 런정페이 회장이 ‘농촌으로 도시를 포위하는’ 마오쩌둥 전략을 기업 경영에 활용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화웨이의 매출액

화웨이의 매출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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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3일 CNN에 나와 “화웨이는 중국 정부뿐 아니라 공산당과 깊이 연관돼 있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와 만난 화웨이 순환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인 켄 후 대표는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도 않고 정보 공유도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의 화웨이 공격은 중국이 국영기업 중 ZTE, 민간기업 중 화웨이를 점찍어 집중 육성했다는 인식에 기반을 둔다. 1980년대 후반 중국 통신 장비시장이 일본 후지쓰 ,스웨덴 에릭슨 ,프랑스 알카텔, 미국 모토로라 등의 전쟁터가 되자 이에 위기 의식을 느낀 중국 당국이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CNN에 따르면 필릅 르 코레 하버드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은 “ZTE와 화웨이 육성은 국내 인프라 사업과 금융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고 했다. 화웨이에 대한 중국개발은행의 2005~2011년 지원만 400억 달러(약 47조원)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구글 맵, G메일, 유튜브 등을 화웨이 스마트폰 신제품에 탑재할 수 없게 된 데 이어, 화웨이·삼성전자·애플·퀄컴 등에 모바일 칩셋 설계도를 제공하는 영국 ARM이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화웨이는 계열사인 반도체 설계회사 하이실리콘등과 중국 내 공급망을 확충하는 ‘플랜 B’를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통신 장비업체 관계자는 “하이실리콘은 물론 중국 내 반도체 업계가 글로벌 1위 제품의 품질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며 “화웨이의 글로벌 공급 체인이 끊긴다면 ‘식물기업’ 처지에 내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이 반드시 미국에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글로벌 IT기업들의 공급망은 갈수록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며 “미·중 무역 전쟁이 계속될수록 양쪽에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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