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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팔을 가진 사나이' 장가가고 새 직장 얻어

손진욱씨가 장가를 간다. 멋진 포즈를 취하고 찍은 그의 웨딩사진. 배우자 사진은 원하지 않아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에 보이는 손씨의 왼쪽 팔이 이식받은 팔이다. [사진 손진욱씨]

손진욱씨가 장가를 간다. 멋진 포즈를 취하고 찍은 그의 웨딩사진. 배우자 사진은 원하지 않아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에 보이는 손씨의 왼쪽 팔이 이식받은 팔이다. [사진 손진욱씨]

"6월 저의 두 번째 새 인생이 시작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남의 팔'을 이식받은 손진욱(38)씨가 6월 결혼한다. 지난해 가을 소개로 만나 교제해 온 여자친구와 다음달 대구에서 부부의 연을 맺는다. 손씨는 "팔 이식 수술을 받은 2년 전 2월이 제게 첫 번째 새 인생을 시작한 달이라면 6월은 두 번째 새 인생을 시작하는 달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우측에 보이는 왼쪽 팔이 수술받은 팔이다. 김윤호 기자

우측에 보이는 왼쪽 팔이 수술받은 팔이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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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2015년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사고로 왼쪽 팔을 잃었다. 의수(義手)를 끼고 생활하다가 2017년 2월 2일 대구 W병원, 영남대병원 등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 팔의 뼈와 신경·근육·혈관 등을 정교하게 연결하는 수술을 받았다. 왼쪽 팔 손목 위 약 10㎝ 부위부터 손과 손가락 끝까지 전체가 뇌사자 팔을 기증받아 이식한 것이다. 
 
6월이 그에게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새 직장으로 출근한다. 그동안 손씨는 "팔 한쪽이 없이 지낸 경험이 있어 장애의 고통을 잘 안다. 단순히 ‘남의 팔을 가진 사나이’라는 별명의 홍보맨이 아니라, 신체 장애를 가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회 복지 관련 기관에서 정식 직원으로 일하고 싶다"고 했었다. 
 
팔 이식 수술 후 두번째 새해를 맞은 손진욱씨. 김윤호 기자

팔 이식 수술 후 두번째 새해를 맞은 손진욱씨. 김윤호 기자

그의 바램이 이뤄졌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경북 칠곡군에 있는 한 사회협동조합에서 일하게 되면서다. 대구시청 등 주변의 도움으로 새 일자리를 구했다. 팔 이식 수술을 하고, 여자친구가 생겼고, 결혼에 소망하던 직장까지 얻은 셈이다. 
 
건강도 문제가 없다. 손씨는 “수술 후 2년이 지나면서 이젠 ‘남의 팔’이 온전히 내 팔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처음 수술 후 낯선 느낌에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다. 팔과 손이 저리고 시려서다. “왼쪽에 팔이 있지만, 그 팔은 내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이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수술 몇달이 지나면서 조금씩 손씨의 몸은 남의 팔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5개 손가락 모두 움직일 수 있게 됐고, 손에 힘도 들어갔다고 한다. 야구공을 슬며시 쥐어 던질 수도 있었다. 상대와 악수도 가능해졌다. 
 
손에 땀도 났다. 그는 2017년 7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라이온즈와 LG트윈스의 프로야구 경기에 앞서 시구하기도 했다. 비록 힘 있게 공을 멀리 던지진 못했지만, 팔 이식 수술의 성공 사례를 세상에 보여줘 화제가 됐다. 하지만 초기엔 컴퓨터 자판이나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리는 것 같은 정교한 움직임은 하기가 어려웠다. 
 
손씨는 “최근 들어 몸에 팔이 더 적응해서 컴퓨터 자판과 스마트폰까지 자유롭게 두드릴 수 있게 됐다. 숟가락으로 식사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손진욱씨가 장가를 간다. 멋진 포즈를 취하고 찍은 그의 웨딩사진. 배우자 사진은 원하지 않아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 손진욱씨]

손진욱씨가 장가를 간다. 멋진 포즈를 취하고 찍은 그의 웨딩사진. 배우자 사진은 원하지 않아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 손진욱씨]

손에 들어가는 힘도 정상 손의 80% 이상 올라왔다. 악수도 힘차게 할 수 있다. 신경이 살아나 뜨거움과 차가움을 느낄 수 있다. 운전이 가능하고, 양치질에 머리 감기 등 양팔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 그래서 헬스에도 푹 빠져 있다고 한다.  
 
손씨 수술 직후 제기된 팔 이식 수술 위법 논란은 이제 정리가 완전히 된 상태다. 2017년 4월 보건복지부가 수부(손·팔)를 ‘장기이식법’ 상 관리대상에 포함하기로 하고 지난해 법률 개정을 하면서다. 팔 이식 수술·치료가 의료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문제도 지난해 해결됐다. 
 
그는 팔 이식 후 매달 면역억제제를 병원에서 처방받아 먹는다. 그런데 의료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어서 지난해 중순까지 월 100여만원 돈을 내야 했다. 의료보험 적용을 받은 이후엔 월 17만원 정도만 내고 있다. 손씨는 "팔을 기증해준 기증자를 위해서라도 이웃을 챙기며 더 열심히 살겠다"고 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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