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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받는 경찰 공권력] 법정난동 구속시킨 판사들···경찰폭행은 기각 오락가락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현대사옥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스1]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현대사옥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스1]

"폭행 피해를 당한 경찰관만 36명입니다. 입건한 노조원 12명 중 한 명을 엄선해 영장을 청구했는데 기각이라니요…"
 
지난 22일 서울 현대사옥 앞 집회 중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노총 조합원 A씨에 대해 법원이 25일 영장을 기각하자 경찰과 검찰 내부에선 허탈하단 목소리가 들려왔다. 
 
법원 "폭행 피의자, 노조에서 지위 고려" 
당시 현장의 경찰관들은 노조 조합원들이 뺏은 보호 장구와 방패 등에 폭행을 당해 치아가 부러지고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당시 12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이들 중 2명을 폭행 피의자로 추려 확실한 증거가 확보된 A씨에 대해서만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오덕식 부장판사는 "현장 영상이 상세히 채증되어 있어 피의자에게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도망의 염려도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A씨가 조선업종노조연대에서 차지하는 지위도 고려했다"는 사유도 포함됐다. 
 
22일 오후 서울 현대사옥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이 사옥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스1]

22일 오후 서울 현대사옥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이 사옥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스1]

이 소식을 접한 경찰관들은 "법원이 공권력 위협범죄의 중대성과 현장 경찰관들의 어려움을 모르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검찰 내부에선 "법원 직원 폭행범과 경찰 폭행범에 대한 법원의 잣대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원 직원 폭행, 법정 소란은 구속
지난 22일 의정부지법은 패소 판결에 불만을 품고 법원 직원에게 뜨거운 커피를 끼얹고 폭행한 50대 김모씨를 공무집행방해죄와 상해 혐의로 구속했다. 
 
지난해 11월에 서울중앙지법도 법정에서 아들의 항소가 기각되자 재판부에 욕설을 하고 법정 경위를 폭행한 50대 안모씨를 구속했다. 
 
서울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법원 직원을 폭행한 피의자와 경찰관을 폭행한 노조원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판사들이 법원 관련 범죄에만 유독 엄벌 기조를 보인다는 것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자택까지 찾아가 위협 개인방송을 했던 유튜버의 모습. [유튜브 캡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자택까지 찾아가 위협 개인방송을 했던 유튜버의 모습. [유튜브 캡쳐]

최근 서울중앙지법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진보 성향 정치인을 위협하는 개인방송을 했던 유튜버 김모씨를 "범행의 위험성이 크다"며 구속했다 닷새만에 보석으로 풀어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두 결정은 같은 법원의 다른 판사가 내렸다. 
 
검찰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사범은 일벌백계로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며 "법원 결정의 일관성이 없으면 사법 신뢰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 경찰관들 "집회에서 빌고 있다" 
중앙일보 취재에 응한 4명의 현직 경찰관들은 법원에서 범죄 혐의가 소명된 경찰 폭행범의 영장마저 기각되면 "현장의 대응은 소극적으로 움츠려들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북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경위)은 "영장이 기각되면 지휘부에서 소극적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늘어난다"며 "동료 경찰관이 맞아도 '그정도면 그냥 참고 넘어가자'는 지시를 이미 여러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집회 업무를 담당하는 다른 경찰관(경위)도 "현장에서 기준 소음을 넘어가는 집회가 열리면 경찰관들은 '소음을 낮춰달라고 비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판사들, 공무집행방해죄 왜 엄격히 대하나  
부장판사 출신의 여상원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이번 기각에 대해 "판사들은 과거부터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선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공무집행방해죄는 최대 형량이 5년으로 처벌이 강한편인 만큼 영장심사는 물론 재판에서도 엄격한 판결을 해왔다는 것이다. 
 
여 변호사는 "아직 많은 판사들이 과거 군부 독재시대의 경찰과 검찰의 공권력 남용 문제를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순직 경찰관에 대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순직 경찰관에 대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직 판사들 사이에선 이런 수사기관의 비판에 "판사들이 경찰과 검찰이 원하는 판결을 내려주는 자판기는 아니지 않냐"고 반발한다.
 
하지만 수도권에 근무 중인 경찰관(경정)은 "과거 공권력이 휘둘렀던 과도한 권력도 문제였지만, 현재 공권력이 조롱과 타도의 대상이 된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남용의 우려를 넘어 공권력의 권위 자체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권력 위협 범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라며 "법원의 판단과 엄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견해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법원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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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