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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건강을 ‘미생마’ 만들지 말라

기자
정수현 사진 정수현
[더,오래]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27)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 '미생(未生)'은 계약직 사원인 주인공 장그래를 중심으로 회사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았다. '미생'이라는 드라마 제목은 계약직 사원의 불안함을 아직 살아있지 않은 돌에 비유한 것이다. [사진 tvN]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 '미생(未生)'은 계약직 사원인 주인공 장그래를 중심으로 회사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았다. '미생'이라는 드라마 제목은 계약직 사원의 불안함을 아직 살아있지 않은 돌에 비유한 것이다. [사진 tvN]

 
몇 년 전 ‘미생(未生)’이라는 드라마가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미생은 아직 살아있지 않은 상태를 가리키는 바둑용어다. 미생의 반대는 ‘완생’이다. 이 드라마는 직장에서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회사원의 불안정한 상황을 바둑의 미생에 비유했다.
 
시니어의 삶이 미생처럼 불안정하다면 살아가는 데 상당한 지장이 있을 것이다. 건강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안정을 얻지 못한다면 삶의 즐거움을 누리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완생의 삶을 살려면 특히 건강 면에서 미생 관리를 해야 한다.
 
‘미생마’ 근처에선 싸우지 말라
드라마 '미생'의 원작 웹툰의 한 장면. 입사 첫날 늦잠을 잔 장그래, "처음부터 곤마라니!!" 외치며 뛴다. '곤마(困馬)'는 곤란에 처한 돌을 말한다. [사진 위즈덤하우스]

드라마 '미생'의 원작 웹툰의 한 장면. 입사 첫날 늦잠을 잔 장그래, "처음부터 곤마라니!!" 외치며 뛴다. '곤마(困馬)'는 곤란에 처한 돌을 말한다. [사진 위즈덤하우스]

 
바둑에서는 종종 바둑판 위의 돌을 ‘말’에 비유한다. 아직 살아있지 않은 돌을 ‘미생마’라고 하고, 곤란에 처한 돌을 ‘곤마(困馬)’라고 한다. 미생마는 아직 살아있지 않기 때문에 적에게 사로잡힐 위험이 있다. 그러나 완생, 즉 완전한 삶의 모양을 만들면 그런 위험에서 벗어난다. 바둑은 영토경쟁이지만 미생마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안전에 문제가 생겨 위험에 처하면 큰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건강관리를 잘못해 중병에 걸렸을 때 막대한 치료비를 들여야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자신의 미생마에 대해 고수는 신경을 쓰며 특별히 관리한다. 고수가 쓰는 핵심적인 노하우는 다른 부분에서의 활동이 미생마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러나 하수는 미생마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아무 데서나 무신경하게 싸움을 벌인다. 그러다가 싸우는 와중에 미생마가 염라대왕에게 끌려가듯 잡혀버리는 일도 일어난다.
 
이런 잘못을 피하라는 뜻에서 ‘미생마 근처에서는 싸우지 마라’는 격언이 생겼다. 불안정한 돌이 있는 상황에서는 미생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싸움을 피하라는 뜻이다. 여유가 있다면 미생마에 손을 써 완생으로 만들어놓는 것이 좋다.
 
삶의 미생마는 건강문제

시니어의 미생마는 건강 문제다. 지인 중 술을 좋아하던 C 씨가 있었다. 대낮부터 소주를 들이켜던 그는 결국 50대 초반에 간이 이상이 생겼다. 간신히 끊은듯했지만 몇 년 뒤 술을 다시 마시기 시작했고, 결국 안타까운 결과를 맞았다. [사진 pixabay]

 
시니어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미생마는 건강 문제다. 건강이 확보되지 않으면 시니어는 바둑판의 미생마처럼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시니어치고 ‘건강이 제일’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생마 관리를 소홀히 하는 하수처럼 건강관리를 잘 못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인 중에 술을 좋아하는 C 씨가 있었다. 대낮에도 소주를 몇 병 마실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다. 결국 50대 초반에 간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실려 갔다. 문병을 가보니 얼굴빛이 까맣고 눈동자가 풀려 있어 얼마 못 갈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친구들끼리 모금을 해 일주일 후에 다시 병문안을 갔더니 얼굴빛이 뽀얗게 좋아져 있었다. 선천적으로 간이 엄청나게 좋은 체질이라고 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C 씨를 1년 후쯤 보게 되었다. 그런데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호되게 야단을 쳤다. 하늘이 준 새로운 생명을 잘 관리해야지, 그렇게 함부로 하면 되겠느냐고 했다. C 씨는 담뱃불을 끄며 그래도 술은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 C 씨는 나만 보면 황급히 담뱃불을 끄곤 했다.
 
그런데 몇 년 뒤 C 씨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목격했다. 절제하던 술을 참지 못하고 다시 마시게 된 것이다. 나는 C 씨의 건강에 희망이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결과는 얘기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 사례처럼 미생마 관리를 잘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유혹에 못 이겨 과음이나 흡연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름진 음식이나 탄산음료 등은 나쁘다는 인식도 없이 먹고 마시는 사람이 있다.
 
건강한 삶을 살려면 미생마 근처에서 싸우지 말라는 바둑 격언처럼 유혹에서 벗어나 절제하는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유전적으로 취약한 곳이나, 이상이 있는 부위는 특별히 관리해야 한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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