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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면'이라 금갔나···100년 쓴 마을 이름 바꾸는 이유

주왕산면으로 이름을 바꾼 청송군 부동면. 면사무소에 있던 부동면 비석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 청송군]

주왕산면으로 이름을 바꾼 청송군 부동면. 면사무소에 있던 부동면 비석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 청송군]

“뜻은 좋은데 ‘금가’란 어감이 부정적으로 들려 바꾸려 합니다.”
충북 충주시 금가면 주민들이 100년 넘게 써 온 면(面) 이름을 바꿀 계획이다. 최정식 금가면 이장단협의회장은 24일 “금가(金加)를 한자로 풀이하면 부자가 된다는 좋은 의미지만, 발음을 들으면 ‘금이 간다’는 어감이 있어 수년간 변경 요구가 있었다”며 “다음 달 10일 명칭변경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주민설명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치단체에 속한 읍·면 행정구역 이름은 조례를 만들면 바꿀 수 있다. 이에 앞서 주민 과반수가 찬반 조사에 응하고, 이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변경 절차를 밟는다. 금가면은 주민들이 명칭 변경에 동의하면 새 명칭을 2~3개 공모한 뒤 주민투표를 통해 이름을 결정할 예정이다.
 
금가면은 일제강점기인 1914년 금생(金生)면과 가차산(加次山)면을 합치면서 두 지역의 첫 글자를 따 만들어졌다. 최정식 회장은 “1980년대 면 중앙에 전투비행장이 들어와 마을이 반쪽으로 나뉘고, 중부내륙선 등 철도가 지역을 관통하는 것도 명칭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었다”며 “마을에 우환이 생길 때마다 주민들 사이에서 ‘금가’란 이름 때문에 흉흉한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고 했다.
 
주민들은 충주시로 통합된 옛 중원군의 이름을 딴 ‘중원’이나 통일신라 시대 명필 김생(金生)의 한자를 그대로 가져온 ‘금생’을 후보 명칭으로 내놓기도 했다. 금가면 관계자는 “개명 찬성 의견이 많으면 명칭 공모, 주민투표, 조례 개정 등 작업을 거쳐 연말까지 변경 절차를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전남 담양군청에 열린 남면의 명칭 변경 주민 설명회.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전남 담양군청에 열린 남면의 명칭 변경 주민 설명회. [연합뉴스]

 
충주시에서는 2012년 이류(利柳)면의 명칭이 대소원(大召院)면으로 바뀌었다. ‘두 번째(이류·二流)’라는 좋지 않은 어감 때문에 변경이 이뤄진 사례다. 전남 담양군은 최근 방위에 기초해 사용하던 ‘남면’을 가사문학의 산실이라는 지역 특성을 반영, ‘가사문학면’으로 개명했다. 이 지역엔 『성산별곡』등 18편의 가사 문학 작품이 전해진다.
 
지역 홍보를 위해 이름을 바꾸는 지역도 있다. 경북 상주시 사벌면은 ‘사벌국면’으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이달 말까지 주민 1994세대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사벌면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삼국사기에 상주 지방에 사는 토착민이 세운 최초의 소국이 사벌국이란 기록이 있다”며 “올해부터 경북농업기술원 건립과 스마트팜 혁신밸리 등 굵직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만큼 지역을 잘 알리자는 차원에서 개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동산동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동산동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동산동은 일본 미쓰비시 기업의 창업자 이와사키 야타로의 호인 ‘동산(東山)’에서 유래했다. 1907년 미쓰비시 기업의 장남이 전주에 동산농사주식회사 지점을 세웠는데, 이 회사 이름이 이와사키 야타로의 호를 가져온 것이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시 옛 지명을 없애고 동산리로 변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은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 전 동산동은 쪽구름이란 아름다운 뜻의 편운리(片雲里)였다”며 “동산리 개명 작업은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시 사벌면 화달리에 있는 사벌왕릉. [중앙포토]

경북 상주시 사벌면 화달리에 있는 사벌왕릉. [중앙포토]

 
지난 3월 경북 청송군은 부동면을 ‘주왕산면’으로 바꿨다. 부동면 역시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 때부터 쓰인 이름이다. 청송도호부가 있던 현재 청송읍 동쪽에 자리 잡았다는 이유로 부동면으로 했다고 한다. 
 
이색적인 마을 이름을 고수하는 지역도 있다. 전남 구례군 광의면의 방광(放光)마을과 충주 소태면의 ‘야동(冶洞)리’는 현재까지 옛 지명을 유지하고 있다. 크게(大) 아름답다(佳)는 의미를 지닌 전북 순창군 풍산면 ‘대가(大佳)리’ 주민들 역시 수백 년 동안 불러온 고유한 이름을 바꿀 이유가 없다며 명칭을 유지하고 있다.
 
충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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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