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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어, 성산일출봉에만 비 오네…곽지해수욕장에 가야겠군”

섬 곳곳에 무료 와이파이·기상관측장치 설치… 1㎝ 단위까지 대중교통 위치 파악 가능

 2020년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 제주도를 찾은 미국인 관광객 크리스(48·가명) 가족은 첫날 오전 성산일출봉 관광을 준비한다. 그러다 몇 분 후 이날 일정을 섬 서쪽 곽지해수욕장 방문으로 바꾼다. “성산일출봉이 있는 섬 동쪽만 소나기가 오네?” 일기예보 방송이 놓친 제주 특유의 국지적 일기 상태를 조금 전 성산일출봉 입구를 지나친 버스에 부착된 센서가 포착해 크리스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같은 날 오후 3시. 집안일을 하던 제주도민 최자영(36·가명)씨는 호주머니 안의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린다. 발달장애 진단을 받고 도내 특수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귀가 시간이 다 돼서다. 아니나 다를까, 지도를 기반으로 아들의 실시간 위치를 공유하는 ‘학부모 안심 통학버스 서비스’ 알림 메시지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도착해 있다. 통학버스가 어디쯤 와 있으며, 학부모가 언제쯤 아이를 데리러 버스 정차 지점에 나가면 되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정확히 17분 후 최씨는 집 근처에서 아들을 미소로 맞는다.
 
 
세계에서도 이례적인 지능형 섬 프로젝트
첨단 정보통신기술(ICT)로 교통·환경 문제를 손쉽게 해결한다. 거주민뿐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유용하다. 도시 곳곳에서 사람의 신경망처럼 연결된 텔레커뮤니케이션(원격 통신체계) 기반 시설들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지능형 도시 ‘스마트시티’다. 이미 국내외에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스마트시티 체계가 속속 구축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2016년 1조 달러였던 세계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가 내년 1조5000억 달러(약 178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서울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간 약 1500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인 제주특별자치도가 섬으로선 세계에서도 이례적으로 스마트시티 구현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른바 ‘스마트아일랜드(smart island·지능형 섬)’ 프로젝트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4월 24일 서울에서 열린 한 블록체인 관련 행사에 참석해 “첨단 기술로 스마트아일랜드 제주를 구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석유’로 통하는 빅데이터, 그리고 센서를 부착해 이를 실시간 전송·공유하는 기술인 사물인터넷(IoT)이다. 데이터 수집이 수월한 공공 부문에서 사물인터넷 기술을 우선 적용해 섬 내 갖가지 요소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주도청은 지난 2017년부터 도내 모든 버스 정류장과 관광지, 전기자동차 충전소, 유람선과 도항선 등에 공공 무료 와이파이(wi-fi)를 설치했다. 도민과 관광객들이 무료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쌓인 방대한 양의 데이터는 수집·분석 플랫폼을 거쳐 공공 데이터로 민간에 개방됐다. 기업들이 하나둘씩 스마트아일랜드 프로젝트에 동참한 배경이다. 이렇게 스마트아일랜드 조성의 토대를 만든 제주는 지난해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기반의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 사업을 추진해 성과를 냈다. 버스 수백 대에 1㎝ 단위까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고정밀 지구위성항법시스템(GNSS)을 설치, 정확한 차선 단위 관제가 가능해졌다. 버스의 운행 정보와 상태가 통합 데이터 플랫폼으로 전송돼 관광객과 도민이 버스 도착 시간을 정확하게 알고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일부 버스는 전방 추돌이나 차선 이탈과 같은 비상 상황을 감지해 경고하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운전자의 맥박이나 안면·시선 상태를 점검해 작동하는 졸음방지시스템(DSM)과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S)도 탑재했다. 설령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도내 구조 당국이나 응급의료기관 등이 연계된 긴급구조체계 ‘e콜(e-Call)’을 올해부터 시범 운영하면서 빠른 대처 가능성을 타진하기로 했다. 서비스 안정성이 검증되면 버스 외에도 택시·렌터카 등에 고루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스마트아일랜드 프로젝트로 제주가 그려나갈 미래상은 더 독특하다.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 경제에 특히 도움이 될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다. 예컨대 국지적으로 일기 변화가 심한 제주의 특수성을 고려, 올해 5월까지 버스 정류장 등에 기상 관측 정보 수집을 위한 ‘고정형 웨더 스테이션’ 50개를 설치하고 연내 500~700개를 추가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대중교통에 센서를 부착하는 등의 방법으로 크리스 가족 사례에서처럼 관광객들이 한층 효율적으로 여행 동선을 짤 수 있게 도울 계획이다. 최자영씨 사례에서처럼 거주민을 위한 학부모 안심 통학버스 서비스도 마련, 연내 운영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올해 366억원을 투자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아일랜드 플랫폼 고도화 등에 힘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제주가 ‘기초체력’ 측면에서도 스마트아일랜드 조성의 기반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제주의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은 2015년 5.3%, 2016년 7.3%, 2017년 4.9% 등 매년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이를 두고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자동차 공장도 반도체 공장도 없는 휴양지가 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주의 고용률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67.8%로 전국 평균치인 60.0%를 크게 웃돌았다. 서귀포시의 경우 전국 77개 시 가운데 최고치인 71.0%를 기록했다. 투자 환경도 매력적이다. 제주는 2002년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돼 180개국에서 무사증 입국이 가능하며, 47개 국내외 직항공 노선이 매일 운항해 관광객·투자자가 부담 없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2005년 도입된 투자진흥지구 제도로 24개 업종에서 5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국내외 자본에는 조세 감면 혜택이 제공된다.
 
 
5월 30일 제주포럼에서 투자 유치 세션 개최
남은 과제는 스마트아일랜드 제주의 조기 완성을 위한 투자 유치다. 제주도청은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행사 둘째 날인 오는 5월 30일 오후 5시 10분부터 6시 40분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스마트아일랜드를 주제로 투자 유치 세션을 개최한다. 국내외 기업과 투자자에게 스마트아일랜드 제주의 비전과 가능성을 소개하는 자리다. 서울대 아시아에너지환경지속가능발전연구소 김인환 박사,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 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의 유인상 위원(LG CNS 미래전략사업부 사업담당), 스페인 카탈루냐무역투자청의 차비에르 빌랄타 스마트전략실장, 싱가포르 난양공대 윤용진 교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영성 교수, 제주도청 노희섭 미래전략국장 등 전문가들이 참석해 투자 유치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제주도청 양기철 관광국장은 “스마트아일랜드 제주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제주의 미래 가치에 부합하는 투자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새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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