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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체험 갔다가 하루만에 귀농의 꿈 포기한 50대, 왜?

기자
김성주 사진 김성주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47)
수도권에 거주하는 A 씨는 귀농을 결심했다가 이내 포기했다. 시골살이를 체험하면서 자신에게 풀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수도권에 거주하는 A 씨는 귀농을 결심했다가 이내 포기했다. 시골살이를 체험하면서 자신에게 풀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경기도 분당에 사는 은퇴자 A 씨는 귀농·귀촌을 준비했다. 그러던 차에 시골에 사는 친구 집으로 며칠 동안 시골살이를 체험하러 갔다가 며칠 만에 귀농·귀촌을 포기했다. 어릴 적 시골에 태어나 부모의 농사를 거들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렇기에 다시 농촌으로 돌아가면 가벼운 농사일 정도는 거뜬할 것이라 생각했다. 막상 해보니 본인에게 치명적인 결함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 결함이란 바로 풀독에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밭에 가서 낫을 들고 풀을 베다가 살짝 풀이 팔뚝에 닿았는데 금방 부풀어 오르면서 가려워졌다. 남들보다 예민한 피부를 갖고 있었기에 텃밭 가꾸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포기했다. 귀농·귀촌도 적성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여유로운 삶을 기대하면서 농촌 생활을 꿈꾸지만, 오히려 도시의 복잡함이 더 익숙한 사람들이 있다.
 
농촌이나 어촌에 가서 산다는 것은 삶의 방식을 통째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적성에 맞아야 한다. 귀농·귀촌에도 적성 검사가 필요하다. 귀농·귀촌에서 정밀한 적성검사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답형식의 자가진단표가 있다. 시골살이와 도시살이를 비교해 보면 내가 어느 곳에 적합한지 알 수 있다. 우선 귀농에 대한 자가진단을 알아보자. 다음의 체크리스트를 보고 자신이 해당하는지 체크해 보자.
 
1. 건강, 체력이 자신이 있다.
2. 동물이나 식물, 생물 등을 좋아한다.
3. 단순 작업을 묵묵하고 꾸준하게 할 수 있다.
4.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사귀는데 힘들지 않다.
5. 사무실 작업보다는 야외에서 몸을 움직이며 일하는 것이 좋다.
6. 혼자보다 여럿이 일하는 것에 더 보람과 흥미를 느낀다.
 
위 문항에서 몇 개 이상이 해당해야 귀농·귀촌 체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하나하나 살펴보면 도시 생활과 시골 생활의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에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1번 항목은 체력에 관한 내용이다. 농사일이나 집 가꾸기에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체력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 2번 항목에서 동물이나 식물을 좋아하느냐고 묻는 것은 시골살이란 자연과 가까이 사는 것이므로 동식물을 좋아하면 살기가 좀 편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동물은 벌레도 포함한다. 여름밤에 날벌레가 날아다니면 기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A 씨처럼 풀독이 유난히 오르는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밭일을 못 하기 때문에 고려해야 한다.
 
3번 항목의 단순 작업을 묵묵하고 꾸준하게 할 수 있느냐는 물음은, 농사일은 단순하면서도 꾸준하게 해야 해 인내심이 매우 필요함을 의미한다. 4번 항목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사귀는데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은, 도시 생활은 개인 생활이지만 시골 생활은 옆집 사람, 마을 주민과 늘 어울리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 만나는 게 피곤하다면 시골살이는 곤란하다.
 
도시 생활을 하면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집안에 무언가가 고장이 나면 관리사무소에 연락해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시골 생활에서는 자기 집에 무언가가 고장이 나면 스스로 고쳐야 한다. 그러려면 망치질이나 삽질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하는데, 남자들도 군대 시절 외에는 삽질 한번 안 해본지라 난감할 때가 있다. 이처럼 많은 부분이 직접 부딪치지 않고는 모르는 게 많다. 그래서 귀농·귀촌은 실제로 살아보고 체험하는 것 외에는 적성을 알 수가 없다.
 
여러 지자체에서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진은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홈페이지 모습.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마을의 위치, 사진 등 정보를 얻고 객실 예약을 할 수 있다. [사진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홈페이지 캡쳐]

여러 지자체에서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진은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홈페이지 모습.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마을의 위치, 사진 등 정보를 얻고 객실 예약을 할 수 있다. [사진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홈페이지 캡쳐]

 
특히 산촌 생활의 경우에는 직접 살아 보는 체험을 하지 않으면 적성에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른다. 평지의 농촌과는 달리 산촌은 산속이나 계곡에 위치한 곳에 살기 때문에 낭만적인 것 같아도 당황스러운 부분들이 매우 많다. 한밤중에 산속에 있으면 조용한 것이 좋기는 한데 가끔 이상한 소리가 나기도 한다. 이 소리가 무서워서 못 자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래서 많은 지자체에서는 귀농·귀촌 희망자를 위해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라남도는 17개 시군 30개 마을에서 다양한 귀농·귀촌 프로그램을 ‘살아보기’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귀농·귀촌에서 적성이란 결국은 삶의 태도이고, 새로운 삶에 대한 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농촌 생활에 잘 맞는 체질인지 파악하는 데는 역시 현지에서 살아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귀농·귀촌을 최종적으로 결심했다고 해도 내가 살 곳은 미리 1~2년을 살아 보고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체류형 귀농·귀촌 학교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므로 잘 알아보고 참여하는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귀농·귀촌 적성을 체크할 내용을 조언한다면 역시 건강이다. 평소에 지병이 있거나 어떤 병력이 있는 사람은 의료 시설이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 적성은 맞는데 몸이 안 따라 주면 곤란하다. 아무튼 귀농·귀촌은 행복한 삶을 위해서 선택하는 것이니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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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