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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이 닿으면 은행이 바뀐다…서점ㆍ갤러리로 탈바꿈

지난 16일 KEB하나은행 컬처뱅크 광화문역점에서 책 <공부머리 독서법>의 저자 최승필 작가가 강연을 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지난 16일 KEB하나은행 컬처뱅크 광화문역점에서 책 <공부머리 독서법>의 저자 최승필 작가가 강연을 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제가 지금까지 200번 넘게 강연을 했는데요, 지난달에도 30번 넘게 했고요. 그런데 이렇게 앉아서 강연하기는 오늘 이곳이 처음이에요”
 
 지난 16일 오후 7시 30분,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책 『공부머리 독서법』의 저자 최승필 작가의 강연을 듣기 위해 100명의 청중이 몰렸다. 최 작가가 ‘처음 앉아서 강연한다’고 말한 곳은 은행이다. 국내 최초로 서점과 공간을 공유하는 KEB하나은행 ‘컬처뱅크’ 광화문역 지점이다.  
 
 은행이지만 공간 배치로 보면 주객이 전도됐다. 지난해 5월부터 지점의 공간 대부분을 독립서점 ‘북바이북’에 내줬다. 은행인지 헷갈릴 정도다. 서점 영업 시간에 맞춰 문도 열고 닫는다. 은행 영업시간(평일 오전 9시~오후 4시)은 물론, 은행 영업이 끝난 평일 오후 4시~10시와 토요일에도 열려있다.  
 
 컬처뱅크는 은행의 유휴 공간과 시간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젝트다. 2017년 12월 오픈한 방배서래점(공예 갤러리)을 시작으로 광화문역점(독립서점), 잠실레이크팰리스점(가드닝), 강남역점(편집샵), 천안역점(이주 노동자 지원센터) 등 총 5개 지점이 컬처뱅크로 재탄생했다.
 
홍경택 KEB하나은행 컬처뱅크TFT 부장이 하나은행 본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홍경택 KEB하나은행 컬처뱅크TFT 부장이 하나은행 본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은행 지점의 변신을 주도한 ‘미다스의 손’이 홍경택(48) KEB하나은행 컬처뱅크TFT 부장이다. 그가 주도하는 이색 시도에 대한 의구심도 많았다. 은행이 왜 자기 공간을 나누느냐는 것이다.  
 
 집객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치며 “그걸 노렸더라면 금리 조금 내린 특판 상품을 내놓지 이렇게 복잡한 일을 벌일 필요가 없다”며 “컬쳐뱅크가 주변의 명소가 되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가 설명하는 컬쳐뱅크는 ‘공간의 교집합’이다. 은행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뺀 나머지를 지역에 필요한 문화 콘텐트로 채운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건 기업문화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기업문화와 컬처뱅크의 공통점은 ‘후천적으로 형성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문화가 구성원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합쳐져 만들어지는 것처럼 컬쳐뱅크도 지역주민이 원하는 콘텐트를 파악해 그에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만들어진 컬처뱅크가 각각 저마다의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건 그래서다. 광화문 지점에 서점이란 옷을 입한 것도 인근 직장인에게 가장 필요한 공간을 고민하고 조사한 결과다.    
 
홍경택 KEB하나은행 컬처뱅크TFT 부장이 하나은행 본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홍경택 KEB하나은행 컬처뱅크TFT 부장이 하나은행 본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지난 20일 ‘이주 노동자 지원센터’로 재단장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주말 의료 및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천안역 지점의 콘셉트도 ‘후천적’으로 정해졌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조사해보니 외국인으로서 제일 힘든 게 첫번째가 의료, 두번째가 금융이라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라파엘클리닉이라는 천주교 의료재단을 찾아가 의료봉사 협조를 얻어내고 일요일에도 은행 문을 여는 등 외국인 노동자와 지역 사회에 필요한 공간으로 재설계했다.” 예전에 홍콩에서 근무하며 외국인으로 살아본 경험도 그를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영업을 위한 시도는 아니었지만 ‘지역 맞춤형’ 공간을 만들다보니 고객의 만족도는 눈에 띄게 높아졌다. 영업장으로 피할 수 없는 민원이 컬처뱅크에선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지역 주민과의 신뢰 관계가 형성되다보니 컬처뱅크 지점의 월별 거래 해지 고객 수도 과거보다 30~40% 정도 줄었다.
 
 차응호 광화문역 지점장은 “많은 고객이 지점에 오셔서 ‘새롭다, 신선하다, 좋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며 “대기손님들도 은행에 머무는 동안 만족도가 예전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찾은 KEB하나은행 컬처뱅크 광화문역점은 독립서점 '북바이북'에 은행 대부분의 공간을 내줬다. 은행 영업시간이 끝나는 오후 4시 이후에도 은행 문은 열려있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출입했다. 보통 은행 정문에 설치돼있는 철제 셔터는 은행 창구 앞으로 후퇴했다. 정용환 기자.

지난 16일 찾은 KEB하나은행 컬처뱅크 광화문역점은 독립서점 '북바이북'에 은행 대부분의 공간을 내줬다. 은행 영업시간이 끝나는 오후 4시 이후에도 은행 문은 열려있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출입했다. 보통 은행 정문에 설치돼있는 철제 셔터는 은행 창구 앞으로 후퇴했다. 정용환 기자.

 
 컬처뱅크는 사업의 2막을 모색하고 있다. 목표는 보다 분명해졌다. ‘사랑방’이다. 홍 부장은 “1기 사업 땐 주로 제휴처를 찾아 콜라보레이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2기 사업 땐 은행 공간이 지역 주민의 ‘사랑방’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은행 공간에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즐기고 재밌어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꿈꾸는 ‘사랑방’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건 은행만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 그는 “우리가 지점의 콘텐트를 고민하고 연구해서 잘 구축했다면 겨우 30%를 이룬 것”이라며 “이후에 고객들이 얼마나 그 공간을 찾아주느냐, 거기서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냐가 나머지 70%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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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