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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 관련 중국 연구기관 목록 작성…기술유출 방지 포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주한미군을 현 수준인 2만8500명 이하로 감축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2020년 국방수권법안(NDAA)’을 공개했다.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주한미군 감축을 아예 못하게 제한한 것이다.
 
법안은 경제 부문의 관세 전쟁에 이어 안보 분야에서도 중국의 도전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데 중점을 뒀다. 미 국방부가 중국이 자원 무기화한 희토류 생산 능력을 개발토록 하고, 중국군의 첨단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 국방·군사 연구와 연계된 중국 학술 연구기관 목록을 작성하도록 했다.
 
미 상원 군사위는 전날 올해(7150억 달러)보다 4.9% 늘어난 7500억 달러(약 892조원) 규모의 국방예산이 담긴 법안을 통과했다. 법안은 “중국·러시아와 벌이고 있는 장기적·전략적 경쟁이 미국의 번영과 안보에 대한 중심적인 도전”이라며 “NDAA는 미국의 비교 군사 우위를 회복하고 침략을 억제하는 데 국방 투자의 우선순위를 뒀다”고 명기했다. 그러면서 모든 영역에서 러시아보다 중국을 앞세웠다.
 
우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 패권을 저지하고 미군 우위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군사 안보 목적과 연관된 중국의 해외 투자를 ‘중국 군사 안보 발전 연례보고서’에 반영해 수정하라고 주문했다.
 
중국의 희토류 지배에 맞서 석탄재에서 희토류를 생산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예산도 증액했다.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가 5G 네트워크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미 공군이 전투기를 위한 5G 보안 네트워크를 개발하도록 지시했다.
  
B-21 ‘레이더’ 스텔스 폭격기 개발 나서
 
중국과의 첨단 무기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것 또한 중시했다. 레이저포와 같은 지향성 에너지 무기와 극초음속 무기 등 혁신 무기 개발을 위한 연구·시험 예산을 대폭 늘렸다.
 
공군에는 중국·러시아의 차세대 공군력에 대응하는 B-21 ‘레이더(Raider)’ 스텔스 폭격기를 개발하고 F-35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해 최적의 폭격기·전투기 전력을 완성할 것을 요구했다. 행정부 요청보다 16대 많은 총 94대의 F-35를 추가 구매할 수 있도록 100억 달러 예산을 배정한 것도 중국과의 첨단 기술 경쟁을 염두에 둔 조치다.
 
NDAA는 또한 국방 연구개발과 관련된 중국·러시아의 학술연구기관 목록을 작성하도록 했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관된 대학·연구소에서 미국인 교수·연구자들이 부당한 압력을 받아 첨단 기술을 탈취당하는 일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인공지능(AI)을 포함해 민간 첨단 기술을 중국군 현대화에 접목하는 ‘민·군 융합’ 프로젝트를 앞장서서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NDAA는 “북한의 재래식 전력과 대량살상무기 위협 때문에 주한미군을 현 수준인 2만8500명 이하로 줄이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감축 시도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 셈이다. 2만8500명은 현재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과 동일한 규모다. 북한의 위협 수준을 감안할 때 적어도 지금 규모보다 주한미군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미 의회, 한·미·일 방위 공조도 지지
 
지난해 통과된 2019년도 국방수권법에서는 한국과 협의 없이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줄일 수 없다며 6500명 수준의 감축 여지를 남겨뒀었다. 지난해 법안은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북·미 대화 분위기가 고조되던 지난해 7월 상·하원을 통과한 뒤 지난해 10월 발효됐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지난 2월 CBS방송 인터뷰에서도 ‘주한미군을 계속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다른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규모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데 이어 시리아 철군을 전격적으로 결정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자 미 외교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추진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끊이질 않았다.
 
한편 법안은 미 의회가 한·미·일 3국의 방위 공조 및 협력 심화를 지지한다는 입장도 담았다. 법안은 “세상은 최근 기억보다 훨씬 더 불안정하고 위험하다”며 “우리의 군사적 패권은 중국과 러시아 등 전략적 경쟁국들의 새로운 위협으로 인해 침식되고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제임스 인호프 미 상원 군사위원장과 잭 리드 민주당 간사도 “이번 법안은 이란과 북한 등 보다 직접적인 불량국가의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과 이스라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과의 동맹 강화 노력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미 상원 군사위의 국방수권법안이 정식 법률이 되려면 앞으로 몇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향후 미 하원 군사위에서 동일한 명칭의 법안을 제출하면 상·하원의 두 위원회는 조정을 거쳐 타협안을 도출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동일한 내용의 법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고 대통령이 서명해야 법률로 제정된다. 미 하원 법안은 다음달 제출될 예정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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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