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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해적’ 의심받는 화웨이…글로벌 연합 제재 총공세

미·중 통신전쟁 
“세계는 믿을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함께 일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사용자의 비밀을 중국 정부와 절대 공유하지 않을 것이라는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그는 “중국 정부가 관리하고 보조금을 주는 업체라면 중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각국 정부 수장들에게 이 같은 위험성을 설명했고, 앞으로 더 많은 회사가 화웨이와의 협력을 중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중국식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전 세계적인 보이콧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의 퀄컴·구글·인텔·마이크로소프트(MS)와 영국 ARM 등이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민간기업뿐 아니라 메모리카드 표준화 기구인 SD연합과 PCI익스프레스 규격을 관리하는 PCI-SIG도 화웨이를 회원사 명단에서 제외했다.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에 이어 드론 업체인 DJI와 CCTV 업체 하이크비전에 대한 제재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이 ‘IT 해적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산업스파이와 해킹을 통해 기술을 탈취하고, 지적재산권을 무시하고, 정부 보조금으로 값싼 제품을 만들어 파는 행태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2009년 파산한 캐나다 노텔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대 중반까지 최고의 통신장비 업체로 꼽혔던 노텔은 화웨이와 ZTE 등의 저가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2009년 파산했다. 그 후 중국의 해커가 거의 10년간 직원들의 컴퓨터를 해킹해 영업 기밀과 기술을 빼낸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노텔의 보안담당 임원이었던 브라이언 실즈는 “정교한 해킹 수준으로 볼 때 국가 기관이 관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관련 사실을 부인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2004년 당시 통신 장비는 물론 사용설명서의 목차까지 똑같아 복제한 것이 확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 기업의 신뢰성을 거론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시장에 참여하고 싶으면 ‘게임의 룰’을 지키라는 압박이다. 미 의회는 초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 제재를 지지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 상무위원장과 민주당 소속 마크 워너 정보위원회 간사 등 5명의 상원의원이 미국에서 5G 통신망을 구축할 때 화웨이와 ZTE 등 중국 업체들을 배제하는 법안을 22일 발의했다.
 
화웨이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BBC는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2012년에 이미 화웨이와 ZTE 장비를 미국 내에서 쓴다면 통신을 가로채거나 전력망 같은 국가 인프라에 사이버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며 “중국 정부가 해외에서 수집한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면 화웨이가 거부하지 못한다는 것이 미국 정부와 의회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은 2017년 6월 ‘단체나 시민은 국가의 정보 업무를 지지하고, 돕고, 협력해야 한다(7조)’는 내용을 담은 국가 정보법을 만들었다.
 
화웨이의 5G 장비가 표적이 된 것은 데이터 전송속도가 빨라지고(4G LTE의 20배), 더 많은 기기와 연결(1㎢ 내에서 100만 개)되기 때문에 데이터가 유출될 경우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회사와 제품이 복잡하게 얽혀 통합된 현재의 통신 시스템에서 단 하나의 장비나 소프트웨어에라도 백도어(컴퓨터에 몰래 설치된 통신연결 기능)가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서효중 가톨릭대 컴퓨터정보공학부 교수는 “어느 회사의 장비에도 시한폭탄처럼 숨겨놓은 스파이 장비가 있을 수 있고, 이를 모두 세세하게 검증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미·중 무역협상에 합의하면, 일정한 형태로 화웨이 문제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관세전쟁으로 피해를 본 미국 농민들에게 16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화웨이 문제에서 물러설 여지가 있다는 의미일 수도, 실망한 투자자를 대변하는 말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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