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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는 앓는 걸까 잡는 걸까, 콜로케이션 지켜야 명품 영어

김환영의 영어 이야기 
영어 연어 25만개가 수록된 『옥스퍼드 연어 사전』.

영어 연어 25만개가 수록된 『옥스퍼드 연어 사전』.

으악! 저런! 글쎄··· 그렇구나! 정말? 아뿔싸 같은 외마디만으로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의사소통에는 두 단어 이상 필요하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단어가 모이다 보면 친소(親疏) 관계가 발생한다. 단어들이 끼리끼리 결합해 ‘모임’을 결성하고 다른 단어들을 ‘소외’시킨다.
 
배타적인 단어 결합을 연어(連語)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콜로케이션(collocation). 연어의 정의는 “두 개 이상의 단어가 결합하여 의미적으로 하나의 단위를 이루는 말”이다. 모든 언어에서 연어에 어긋나는 말은 이상하고 어색하게 들린다. 예컨대 우리말로는 ‘감기가 들다’ ‘감기를 앓다’ ‘감기에 걸리다’ ‘감기가 옮다’가 자연스럽다. ‘감기를 잡았다’ ‘감기에 잡혔다’고 하면 이상하다. 그런데 영어로는 ‘catch a cold(감기를 잡다)’라고 해야 한다.
 
‘have a good time’을 우리말로 직역하면 ‘좋은 시간을 갖다’이다. 직역해도 뜻이 잘 통한다. 하지만 ‘enjoy a good time(좋은 시간을 즐기다)’라고 하면 영어 원어민의 귀에 어색하다. 우리말 ‘체험하다’는 영어에선 ‘do an experience’는 틀리고 ‘have an experience’가 맞는다.
 
우리말과 영어는 연어를 구성하는 형용사가 다른 경우도 많다. 우리말 ‘큰비’는 영어로 ‘big rain’ 이 아니라 ‘heavy rain’이다. 진한 차는 ‘strong tea’다. ‘strong’이나 ‘powerful’이나 우리말로 옮기면 같은 ‘강한’인데 영어에서 ‘powerful tea’라고는 안 한다.
 
직역하면 ‘차이를 만들다’인 ‘make a difference’도 연어다. 메리엄웹스터 영어 사전을 찾아보면 이런 뜻이다. 변화의 원인이 되다(to cause a change), 뭔가 중요한 일을 하다(to do something that is important), 사람을 돕거나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을 하다(to do something that helps people or makes the world a better place). 그런데 ‘create a difference(차이를 창조하다)’라고 하면 영어로는 이상한 말이 된다.
 
우리말로 ‘TV를 시청하다’는 ‘watch TV’이고 ‘look at TV’는 틀렸다. 틀려도 뜻은 통한다. 게다가 문법이 틀린 것도 아니다. ‘look at TV’라고 해도 알아듣는다. 다만 이상할 뿐. 연어에 어떤 규칙이나 논리적인 이유는 없다. 잘 맞는 사람과 잘 안 맞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도 마찬가지다. 통째로 외울 수밖에 없다.
 
영어 학습이 읽기·듣기 중심이었을 때는 연어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뜻만 파악하면 됐다. 말하기·쓰기로 중심이 이동한 다음부터 초급 탈출에 필요한 영어능력(English proficiency)을 좌우하는 것은 콜로케이션이다. 영어 시험만 해도 콜로케이션을 무시하는 어색한 말과 글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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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