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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세계 에너지 패러다임 바뀌는데 우리는…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RE100’을 처음엔 ‘아리백’으로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새로 나온 걸그룹이나 보이그룹인가?’ 했을 정도로 생소했다. 한데 그것은 재생에너지 100%(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라고 했다. 글로벌기업들이 생산 활동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에서 조달하겠다는 선언. 2014년 시작된 이 캠페인엔 참여 기업이 계속 늘어 지금은 170여 개 기업이 동참하고 있단다.
 
애플·구글·BMW·GM·이케아 등 초국적기업들부터 인도의 타타모터스 같은 로컬자동차 업체까지. 유럽·미국 기업이 많지만 인도·일본·중국 기업들 중 이름 좀 들어봤다 싶은 글로벌 기업과 대기업들 상당수가 명단에 올라 있었다. 삼성·LG 같은 우리나라 대기업은 빼고 말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이게 내가 ‘RE100’을 ‘아리백’으로 잘못 들은 이유였던 것 같다. 국내에선 주목받지 못한 세계 산업의 트렌드였으므로.
 
선데이칼럼 5/25

선데이칼럼 5/25

한데 들여다볼수록 트렌드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진행되는 기세를 보니 한순간 유행으로 그치지 않을 듯해서다. 구글·애플 등 일부 참여기업은 이미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에서 나온 전력만으로 생산활동을 하는 100% 목표를 달성했고, 다른 기업들도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에너지를 대체하고 있었다. 이뿐 아니다. RE100 기업들은 부품과 소재 협력업체들에도 재생에너지로만 생산한 제품을 납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RE100을 처음 알게 된 것도 부품을 수출하는 한 대기업 관계자가 “글로벌 기업들이 부품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것만 쓰겠다고 해서 국내에서 생산한 것들은 납품할 수 없다”고 한 말을 듣고서였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자는 이 세계적 캠페인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부품과 소재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그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다는 말이다.
 
상품 수출에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다. 이젠 투자자들이 기업들에 에너지를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문제가 커지고 탈탄소경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대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자와 시민단체들이 기업에 탈탄소에너지 사용 의무를 지켜야 투자하거나 제품을 사겠다고 나선 것이다. 요즘 세상의 변화는 국가가 아닌 기업이 이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대량 소비자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이처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흐름을 형성해가고 있으니 이건 트렌드가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봐야 한다. 한데 패러다임의 변화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하면 재앙이 온다. 과거 제국주의 팽창기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우리는 나라까지 잃어봤다.
 
그래서 세계 에너지 전략을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독일은 원전 제로 정책으로 돌아서는 등 나라들마다 태워서 에너지원을 얻던 방식에서 태양과 바람 등 자연에 존재하는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투자자·시민단체·주민 등 이해관계자들의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어서 이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래에는 태양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에너지 생산비용은 제로에 수렴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바닷물을 담수화해 황무지와 사막에 물을 대서 녹지로 만들어 지구온난화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미래보고서도 있었다. 세계의 에너지전략은 이렇게 후딱후딱 앞으로 가고 있다.
 
한데 ‘세계 4대 기후악당 국가’로 꼽힌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략은 정쟁(政爭)의 도구다. 탈원전 논란이 대표적이다. 최근 한전의 적자도 탈원전정책 탓이란다. 현재로선 신규 원전을 짓지 않을 뿐 발전량이 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얼마전 “우리나라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아 에너지원은 원자력밖에 없다”며 탈원전을 비난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말은 참 답답했다. 태우는 발전을 그만 하자는 게 세계 에너지 전략인데, 국내 최대 야당 대표가 아직도 태우는 에너지원밖에 모르다니. 지금 전 세계 공통의 골칫거리는 기후 문제이고, 이는 곧 에너지원의 문제다. 아무리 정쟁으로 지고새는 게 일이라지만, 에너지 문제만큼은 세계의 패러다임에 제대로 올라타야 한다. 제발 시기를 놓치지 말자.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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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