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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보다 근로장려금 활용하는 게 낫다

복지 분야 석학 닐 길버트 UC버클리대 교수 
복지 분야의 세계적 석학 닐 길버트(오른쪽) 미국 UC버클리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20일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정경배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승식 기자]

복지 분야의 세계적 석학 닐 길버트(오른쪽) 미국 UC버클리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20일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정경배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승식 기자]

“근로장려금(EITC)은 저소득층에게 최저임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최저임금이 올라)소득이 늘어나면 EITC 적용을 받는 사람은 정부에서 돈(근로장려금)을 받지 못하게 되죠. EITC가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주는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세계적인 복지 분야 석학 닐 길버트 미국 UC 버클리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이렇게 걱정했다. 길버트 교수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은사다. 1998년 박 장관의 유학 시절 지도교수였다. 길버트 교수는 2004년 ‘생산적 복지와 시장경제: 한국의 지속가능 국가’라는 논문을 썼을 정도로 한국 복지에 정통하다. 정경배 전 보건사회연구원장의 초청으로 방한해 22일 ‘한국 복지국가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강의했다. 이번이 네 번째 방한이다. EITC는 세금 환급 형태로 장려금을 지급한다. 가구소득이 3600만원(맞벌이 가구) 이하, 재산이 2억원 미만인 가정에 연간 최대 300만원을 지급하는데, 지난해 139만 가구에 평균 74만6000원을 지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가 최저임금을 최근 2년간 30% 가까이 올렸다. 이 정책으로 피고용자가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불만이 올라간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EITC 급여를 대체한다. EITC는 정부가 근로자에게 직접 지원하지만,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주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럴 이유가 없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줄 아느냐, 로봇이 사람을 대체해 커피를 만든다.”
  
임금 정하는 건 정부 아닌 시장
 
편의점주가 종업원 월급과 임대료를 못 낼 정도다. 최저임금 상승의 고통을 매일 겪는다.
“최저임금을 20% 넘게 올리는 것은 너무 높게 올린 것이다. 특히 자영업자에게 그렇다. 대기업이 너무 많은 이익을 낸다고들 하지만 그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더 줘도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종업원이 몇 명 안 되는 영세업체, 특히 식당은 이윤이 너무 박해 감당할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가 그랬다.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는 유일한 방법이 가격 인상인데, 어떤 업종은 이걸 할 수 있지만 다른 업종은 불가능하다. 내가 저소득가구의 소득을 올리는 정책입안자라면 EITC를 선택할 것이다. 미국의 최저임금은 주별로 다르다. 캘리포니아는 높지만 네바다주는 낮다.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정할 수 없다. 시장이 임금을 정하는 것이지 정부가 정하는 게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고, 기술혁신에 집중해야 일자리가 늘어나는데 상황은 그렇지 않다.
“(생산성을 높이려고)한국인이 더 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말이 안 된다. 한국인 근로시간은 독일·덴마크보다 50% 길다. 이미 열심히 일하고 있다. 주당 52시간도 너무 많다. 미국(40시간)보다 길다. 스스로 질문해봐라, 지금이 행복한지.”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재원은 한정돼 있다. 그래서 복지 혜택을 필요한 계층에게 선택적으로 주자는 의견이 있다. 그런데 한국은 보편적 복지라는 이름으로 모든 계층에게 간다.
“매우 오래된 이슈이고 정치적 이슈이다. 정부가 모든 걸 다 하길 원하는 사람은 보편적 복지를, 시장을 존중하면 선택적 복지를 주장한다. 보편적 복지를 하려면 모든 사람에게서 돈을 걷어서 나눠줘야 한다. 왜 가난한 사람에게 세금을 걷어 돌려줘야 하나? 보편적 복지의 재원은 납세자에게서 나온다. 많은 돈이 필요하다. 나는 그럴 이유가 없다고 본다. 세금이 높으면 일을 덜 하려 든다. 세금은 일할 동기를 줄인다.”
 
한국 정부가 복지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누진세를 강화하고 재산과 기업 과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정책이 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다.
“한국 세율은 상대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비해 낮아서 올릴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 또 세금을 올려서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중요하다. 세금을 올려 보편적 복지에 써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소득재분배가 제대로 안 되고, 필요 이상 많은 돈을 쓰게 된다. 선택적 복지를 통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다.”
 
한국은 저출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 가족 관련 복지예산이 계속 올라갔다. 반면 같은 기간에 출산율은 계속 떨어졌다. 미국은 가족 예산을 올리지 않았고 출산율도 변화가 거의 없었다. 노르웨이는 예산을 매우 높였지만, 출산율은 1.5로 떨어졌다. 프랑스는 수당을 줬더니 출산율이 올랐고 스웨덴은 아동수당을 많이 줬지만 출산율은 내려갔다. 결론은 돈을 붓는 것과 출산율은 관계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뭐가 문제인가.
“나라가 잘살게 되면 저출산은 따라온다. 모든 것이 돈(예산) 문제라는 생각은 진실이 아니다. 저출산 이슈는 매우 복잡하다. 나는 문화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문화라는 말을 두 번 반복했다). 또는 삶의 질에 대한 문제다. 미국은 1960년대에 유명 텔레비전 시트콤 ‘브래디 번치’에서 부부에다 아이가 열 명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섹스 앤 더 시티’에선 3명의 여성이 2명의 아이를 갖고 있다. 젊은 층이 충분한 돈이 없기 때문에 먼저 휴가를 보내고 큰 집에서 살고, 아이들은 다음 선택지로 여긴다.”
  
저출산은 인구학적 자살, 세금보다 심각
 
한국 출산율이 0.98명인 줄 아느냐.
“알고 있다. 인구학적 자살(Demo-graphic suicide)이라고 본다. 한국은 2050년에 젊은 사람 1명이 노인 1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세금 문제보다 훨씬 큰 문제다. 큰 폭으로 바뀌지 않고 현행 복지시스템으로는 사회를 유지하기 매우 어렵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2050년 90세에 근접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외국인을 데려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문화권 사람을 데려와 한국인으로 만드는 게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문화를 바꿔야 할까.
“미국 여성의 약 20%는 아이가 없다. 과연 사회정책이 문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그러기 힘들다고 본다. 독일에선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한다. 왜냐하면 아이를 기르면서 자신의 역할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녀도 다른 노인들을 위한 세금을 내기 때문이다) 일종의 선택적 접근법이다.”
 
고령화가 한국보다 앞선 일본에선 연금 지급연령을 70세로 올리려고 한다.
“한국은 72세에 노동시장에서 은퇴한다. 이미 충분히 늦은 나이까지 일하고 있다.”
 
한국 지자체끼리 현금 복지 경쟁을 한다. 현금과 서비스 중에서 무엇이 중요한 복지 수단인가.
“현금과 케어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족 연대를 강화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데이케어센터에 자녀를 보내는 대신 현금을 선택할 수 있다.”
 
어떻게 한국의 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정 전 원장)
“교수·언론인·교사 등 사회 엘리트 지도층의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정치 리더를 말하는 게 아니다. 무엇이 좋은 삶인지에 대해 국민들의 생각을 변화시켜야 한다. 멋진 차를 운전하거나 친구들과 밤새고 술 마시는 것을 택할지, 아내(남편)와 아이들을 택할지를 알게 해야 한다.그런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저출산 위기에 놓이면 결혼하고 자녀를 가질 의무가 있다고 규범 자체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정 전 원장)
“인구가 줄수록 아이를 갖는 게 기회로 보일 수 있다. 희소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생각을 갖도록 마인드를 바꾸는 게 매우 어렵긴 하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승호 기자 ssshin@joongang.co.kr
닐 길버트(Neil Gilbert) 뉴욕타임즈가 주목할 만한 책으로 꼽은 『자본주의와 복지국가』의 저자. 『Welfare Justice(복지 정의)』 『복지 국가의 변화』 『복지개혁』 등을 썼다. 국제사회복지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Social Welfare)의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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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