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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범죄 코드로 캐묻는 삶의 의미

죽음 1, 2

죽음 1, 2

죽음 1,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죽었다. 환생할 것인가, 떠돌이 영혼으로 남을 것인가. 이런 선택을 해야 한다면 어떨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죽음』을 읽기 전이라면 당연히 전자를 택하겠지만, 『죽음』을 읽고 나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아름답다’는 명제도 있지만, 산 사람의 시각으로는 보이지 않는 삶의 여러 면모들이 죽음 이후의 시선에는 보일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죽음이 그리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육신의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니까. 태어난다는 것도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낯선 환경에 끝없이 적응해야 하는 게 삶이다. 만일 죽음 이후에도 영혼이 세상과 교신하며 자기 의지를 구현할 수 있다면, 한 치 앞을 모르는 육신으로 환생하는 것보다 떠돌이 영혼으로 남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개미, 고양이 같은 독특한 시점으로 인간 세상을 그려온 베르베르는 이번엔 떠돌이 영혼의 시점으로 기발한 상상력의 향연을 펼쳐낸다.
 
‘누가 날 죽였을까.’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육신을 잃어버린 걸 깨달은 인기 추리작가 가브리엘 웰즈의 영혼은 자기 자신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러 나선다. 쌍둥이 동생을 질투하던 형, 작가와 갈등하던 편집자, 장르문학을 혐오하는 평론가. 이중 범인은 대체 누굴까.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1년에 한 편 이상 꾸준히 쓰는 그가 신작 『죽음』을 냈다. [열린책들]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1년에 한 편 이상 꾸준히 쓰는 그가 신작 『죽음』을 냈다. [열린책들]

일견 유명작가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자극적인 추리소설의 플롯을 따른다. 죽은 사람의 자기 살인범 찾기와 그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영매의 사라진 애인 찾기가 숨가쁜 추격전처럼 투트랙으로 펼쳐지면서 심령술, 영혼 체인지, 인공지능 로봇과 연명치료, 위정자들의 신비주의 홀릭 등 어느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한 권의 소설 소재가 될 법한 흥미로운 요소들이 끝없이 튀어나온다. 심지어 영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꼽히던 섹스심벌 헤디 라마를 빼닮은 외모로 온갖 남자에게 성적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는 팜므파탈이다.
 
하지만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렸을 뿐, 내용은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문학에 가깝다. 여기서 삶이란 작가로서의 삶이다. 법학을 전공하고 기자로 활동하다 대중의 지지를 받는 인기 작가가 됐지만 평론가들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주인공은 곧 베르베르 자신이기도 하다.
 
베르베르는 이 자전적 소설에 작가로서의 자의식을 몽땅 털어 넣었다. “애가 책을 다 읽어? (…)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인내심이 정말 대단해” 같은 출판 위축 현상에 대한 자조부터 시작해, 허세 넘치는 평론가를 유력 용의자로 설정해 순문학과 장르문학이 대립하는 현실을 개탄하며, 경계에 선 입장에서 순수·장르 어느 한쪽의 우위가 아니라 독서 인구의 증가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까지 담아낸다. 심지어 ‘나는 왜 죽었나’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결국 ‘작가라서’다.
 
‘죽음’이라는 테마에 맞춰 ‘인공지능 로봇이 특정 작가를 대신해 소설을 쓸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꺼내는 것도 ‘작가라서’다. 역시 작가답게 단호히 부정한다. 글쓰기 특징 정도는 모방 가능할지언정 생각은 베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음반을 산산조각낸 입자 속 어디에서도 음악을 발견할 수 없듯이, 살아있는 인간 정신이 지닌 비물질 파동인 호기심을 로봇은 절대 흉내 낼 수 없기에 그의 작품만의 매력도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작가로서의 자신을 잃을 바에야 환생이 아니라 떠돌이 영혼을 택하겠다고 결심한 가브리엘은 저승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창작을 계속하기로 계획하는 순간 떠오른 새로운 질문에 가슴이 뛴다. ‘나는 왜 태어났지?’. 어쩌면 베르베르 자신의 다음 작품 테마일지도 모르겠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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